2011.02.08 01:47
지난 겨울은 추웠고 지지난 겨울은 눈이 많이 왔었죠.
눈이 많이 내렸던 지지난 겨울 어느 날 철거 예정인 아파트를 지나가는데
한때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을 큰 아파트 단지가 눈이 내리니까 더욱 황량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 발자국이 하나도 없으니 좀 오싹한 느낌도 들었는데 그 순간 고양이 발자국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기저기.
어떤 발자국은 눈밭에서 쥐사냥이라도 한 건지 한 줄로 이어지다 중간이 한바탕 어지럽혀 있더군요.
어디선가는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어떤 고양이와는 마주치기도 하고.
사람들이 모두 떠난 곳인데도 고양이들은 잘 살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그리고 봄이 채 되기 전에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됐는데 낡은 아파트를 조금씩 까부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가 있던 흔적은 찾아볼 수도 없고 시뻘겋고 깊은 흙구덩이만이 보였습니다.
제가 봤던 고양이들이 생각났습니다.
바로 옆 주택가로 이사 잘 갔겠지. 잘 살다가 아파트 입주할 때 다시 오렴.
전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이 살테니 먹을 것도 많을 거야.
부디 그러기를 바라면서도 실없는 생각이다싶어 쓴 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는데,
예전 사진을 들여다보니 다시 떠오르네요.
2011.02.08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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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영물이니, 자기에게 맞는 곳을 찾아갔을거라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