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뭐 원래부터 두뇌가 아주 명석한 편은 아니었지만 누구나 내심 그렇듯

잘 안 써먹어서 그렇지 그렇게 성능이 딸리는 건 아닐 거라고 근거 없이 믿어 왔는데요

뒤늦게 공부를 조금 -_- 하다가도 느끼고 또 무엇보다 컴퓨터랑 체스를 두며 느끼는 건데

제 머리는 운동하기 싫어합니다.  백미터 달리기를 하며 늘 꼴찌를 하던 기분과 비슷한 건데

꼴찌 안 해 보신 분은 모르려나. 마음은 결승점인데 몸은 여기서 퍼덕대고 있는.

 

요새 컴퓨터랑 체스를 두면서 나는 전략도 전술도 없을 뿐더러 상대와 나의 수를 머릿 속에 맵핑하는

능력이 부재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상대의 가능한 수와 나의 가능한 대응을 미리 내다 보는 능력

아니 능력 뿐 아니라 성향이 부족하더군요. 이런 거 저런 거 미리 전망해야 한다는데 막 귀찮아요 거기까지 생각해 두기가.

이게 바로 뇌의 체력이 딸리는 건가 조금만 생각이란 걸 하려 들면 나는 지치는 건가.싶군요.

 

책을 좋아하고 읽고 싶은 책은 천장까지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중력이 약해서 스무페이지를 넘기기 전에 딴 짓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지요.

그래서 지긋지긋하게도 느리게 읽습니다.

 

공부는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었지만 확실한 건 한 번도 열심히 해 본 적은 없다는 건데

근면성실파인 동생 혹은 같은 과 친구랑만 비교해 봐도 차이는 확연합니다.

열심히 안 하고도 설렁설렁 쪽팔리지 않은 정도의 아웃풋이 나오는 것에 만족해

자신을 벼리지 않았던 것에 대한 뒤늦은 벌을 받는 기분이기도 하지만

쨌든 애초에 열심히 안 하는 게 바로 무능이란 건 잘 압니다 네.

 

결론적으로

열심히 하는 능력, 몰입을 지속하는 집중력, 꾸준히 생각을 해도 지치지 않는 지구력이

바로 머리 써서 일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긴요한 능력이란 생각이 들고

나의 멍청함은 이런 것들의 결핍의 종합이로구나

하는 또 다른 쓸데 없는 분석만 한 가지 늘었지요.

 

자학을 하는 건 아니구요 나이가 드니 머리 나쁘다는 게 뭐 그렇게 원통하지도 않고

그냥 내 멍청함의 면면을 알아가는 기분입니다 -_-

 

이런 기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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