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쪽에 대한 관심을 접은지가 너무 오래 되어 자신있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프랑스인 기호학 선생 두 명의 강의를 들어본 경험이 있으니까 대충 말하자면)
1. 당연히 소설보다 학문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람입니다. (소설쪽 업적은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과 역사추리물 장르를 유행시켰다는 정도겠죠.) 소설가로서는 글쎄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고 진지하게 인정받을 일은 없다고 봅니다.
2. 문학이론 쪽에서는 대가 맞습니다. 그리고 문학 말고도 예술과 관련한 공부를 하다보면 한때 폭넓게 읽히던 저자이죠. 저도 몇몇 글과 책은 정말 좋아했고요.
3. 근데 딱히 기호학을 놓고 보면 좀 애매합니다. 에코가 미학이나 예술이론 쪽으로도 글을 많이 썼지만 그게 대학의 미학과에서 다뤄지냐는 별개의 문제인 것처럼요. 기호학이라는 게 넓게 보면 굉장히 넓어질 수 있고 좁게 보면 굉장히 좁아지는데 신생학문이고 다른 학문에서 마구잡이로 끌어다 써온 면이 너무 강해서 그렇지 언어학만큼 견고하고 엄밀하게 전문적인 영역을 구축해놓은지가 꽤 되었거든요. '언어의 이론'과 '언어학'이 절대 동의어가 아닌 것처럼 기호의 이론과 기호학이 완전 동의어는 아닙니다. 아무튼 에코는 좀 심하게 팔방미인 스타일이다 보니 이런 면에서 손해보는 게 있죠. 아마 에코를 기호학자로서 폄하하는 시각은 이런쪽에서 나왔을 겁니다. 근거가 없는 얘기도 아니고요. (비슷한게 롤랑바르트는 '기호학 요강'과 '신화론'을 썼고 기호학이라는 말이 유행한 데 엄청난 책임이 있는 인간이지만 요즘 기호학 하는 사람들이 바르트를 읽지는 않겠죠.) 물론 기호학자로서 에코를 바르트와 비교하면 에코가 억울하죠.^^
4. 그래도 기호학에서 중요한 인물인 건 변함없다고 봅니다.
5. 근데 전반적으로 미디어에 의해 과도하게 부풀려진 사람인 것도 사실이죠. 본인이 워낙 그런 식의 유명세를 좋아하는 것도 같고요.(김용옥의 비유는 그런 면에서 대충 맞아들어갈 겁니다.)
김용옥 까는 사람중에 이론서 읽고 까는 사람 거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