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재능에 대해서 와 멋있다라고 감탄사를 할 망정 딱히 그 재능이 갖고 싶다고나 부러워 한 적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듀게에서 자기가 만든 음식 포스팅을 보면 정말 부러움을 갖게 되네요.

 

이런 저런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저를 아는 사람들이 저에 대해서 요리를 잘 할 것이라 흔히 착각하는데 사실 집에서는

한개 이상의 라면을 끓일 자격마저 박탈당한 상황입니다.

 

사실 요리에 대해서 일종의 트라우마 비슷한 것이 있긴 합니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께 안 계실 때 기특하게 혼자 상 차려 먹는다고

계란 후라이를 했는데 두 번  연속해서 새 프라이팬을 날로 태워먹어서 어머니께 프라이팬으로 엉덩이가 후라이가 되도록 맞은 후

 반찬을 금지당해 밥만 꾸역꾸역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단순한 계란 후라이가 싫어서 거기에 우유와 버터를 넣었을 뿐인데 말이죠.

 

어쨌든 제가 만든 음식에 대해서 가족들의 신뢰가 전무한 상황인데 라면을 끓이면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은 국물에 입도 안대고 심지어는

계란을 삶아도 제가 삶은 것은 비리다고 먹지 않습니다. 똑같은 물에 똑같은 시간을 들이고 끓이는 것인데 차이가 날 것이 뭐가 있을까

항변해 보지만 "마치 귀신이 끓인 것처럼 이 세상의 생기가 없다" 라는 평가와 함께 혼자 꾸역꾸역 라면을 먹는 저를 세상에서

가장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곤 보죠. 나름 1년에 6개월은 출장을 다니는지라 라면은 제법 끓여봤는데 말이죠.

 

물론 아주 가끔 상한 계란을 넣는다던지 콜라 마시면서 라면을 끓이다가 순간 콜라를 간장으로 착각해서 부어버리는 경우가 발생되곤

하지만 빈도수는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하여튼 라면 따위에 생기가 필요할리 없어!!라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어쨌든 실추된 요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라면부터

잘 끓여서 인정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름 라면봉지의 매뉴얼은 숙지하고 있습니다. 물을 부을 때도 컵에 따라서 물의 양도 정확히

맞추고 끓이는 시간도 시계를 보면서 정확히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제가 끓인 라면을 같이 먹던 작은 조카아이도 언제가 제가 끓인 라면을 먹고 화장실을 들락거린 이후에

이제 저에게는 한개 이상의 라면이 더이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냄비에 혼자 외로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라면 하나. 보면서 너도 솔로냐. 나도 솔로다. 이런 넋두리를 하곤 합니다.

 

어쨌든 라면에 생기라니!! 이런 말도 안되는 미신이 어디 있나요? 참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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