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지영 씨 소설의 독자는 아닙니다만, 주변에 이 분 소설을 읽고 위안을 얻었다는 친구가 있어서 그 분 삶에 대해 지나가듯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친구가 특히 좋아하는 소설은 '7년간의 공백' 이후 시기에 출간된 [즐거운 나의 집]이었는데, 어제 방송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성씨가 다른 아이 셋을 키우며 자존감을 잃지 않고 살아온 삶이 그 소설에 녹아 있다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쉽게 쓰고 쉽게 읽히는'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선입견을 조금 허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릎팍 도사에서도 거침 없고, 자기 잘난 줄 알고, 하지만 거기에 도취되어 있지는 않은 모습이 상당히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공지영 씨가 지리산 마을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다소 불편함이 느껴졌어요.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칭송하며, 그들에게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부유한' 개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뿌듯하게 여기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질 때 그 지리산에 가면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든든한 '빽'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고요.

 

물론 든든한 삶의 모델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일 뿐더러 아주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저런 삶이 가능하구나, 라는 희망이 있다면 자기 삶의 방향을 찾는 데에 큰 도움이 되겠지요. 하지만 지리산 마을 사람들의 삶을 마치 '보험' 들어두듯이 여기는 게 아닌가, 이미 그런 삶을 살아가고자 지리산에 집을 마련할 계획도 갖고 있다지만 지금 당장의 여유로운 삶을 보장받을 수 없을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공지영 씨가 이야기하는 '지리산 베짱이들'은 그냥 자기 나름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지, 자기들 삶을 유달리 이상화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도 들었고, '부유한 개미들의 물자 조달'이라는 것이 과연 그 분들에게 필요한 일인지도 방송에서 이야기한 것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 분들은 누구의 도움 없이 말 그대로 빈 손으로 자리산의 삶을 시작하여 그렇게 잘 살아왔던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지리산의 삶을 마치 문명세계를 떠난 유토피아처럼 여기고 그곳을 드나들며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떠나는 '부유한 개미'가 늘어나는 게 과연 달갑게만 느껴질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지리산 마을의 삶과 관련하여 공지영 씨가 쓴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이 모든 생각은 어제의 방송분을 보고 추측한 것일 뿐입니다. 혹시 억측이었다면, 깨우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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