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17 17:43
단편영화로나 만들 수 있을법한 내용을 92분짜리 장편영화로 만들기 위해 무진장 노력과 공을 많이 들였다는게 보입니다.
진짜 내용은 단순하고 혼자서 끙끙대는 내용이라 뾰족할 게 없는데 촬영과 편집, 음악과 연기의 리듬감이 훌륭해요.
지루하지 않게 만들려고 회상씬이나 환상씬을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이게 장편영화로 만들거니까 집어넣는거야, 라는 강박증이 아니라
남자주인공의 변해가는 심리상태와 어우러진 삽입이라 개연성도 있고 인물에 동요되기도 쉽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동영상을 보고 자위할 생각을 하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이르면 영화가 불필요한 감상주의를
배재하려고 노력한 점이 보이죠. 영화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 발빠르게 카메라가 움직이고 현란할 정도의 편집기술을 보여주지만
그 안에서 극한에 이른 인간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27시간 동안 절벽 사이에 굴러떨어져버린 돌 틈에 팔이 끼인 젊은 남자의 사투를 보기 위해 굳이 극장까지 가서 봐야해?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을텐데요. 극장 가서 볼만합니다.
저예산 영화인데 실제론 어떻게 찍었는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장면이 야외에서 펼쳐지고 그랜드캐년의 장관을 보여주는
장면도 많아서 탁 트인 맛이 있거든요.
후반부 팔 자르는 장면은 저절로 인상찌푸려지지만 견딜만했고요. 제임스 프랑코의 발랄한 연기도 좋았습니다.
영화의 긍극적 메시지는 나 아닌 타인과의 조화에서 이루는 건강한 삶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그걸 깨닫는 과정을
보여준달까요. 그걸 통해 소통의 중요성과 현 시대 사람들이 당면하고 있는 개인주의적인 삶을 고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밌게 봤어요.
옥에티라면 제임스 프랑코의 수염길이가 들쑥날쑥하다는거.
남자주인공이 저렇게 끔찍한 고생을 하다 살아남았는데도 긍정적인 메시지 때문인지 영화 보니까 여행가고 싶더군요.
그리고 저도 그 곳에 한 번 가고 싶다는 생각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