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시간 보고 왔는데... (스포일러죠)

2011.02.19 23:08

dhdh 조회 수:2068

으아... 의외로 생각 못 했던 지점에서 불편한 영화였어요. (물론 문제의 그 장면도 충분히 불편했지만...)

뭐랄까, 아론 랠스턴 캐릭터가 너무 '역시 난 쿨한 어메리칸이지' 식의 삶의 가치관을 온몸으로 구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자전거 타다 자빠지고 나서 쿨하게 셀카를 찍는 대목에선 귀엽기도 하지만 좀 느끼하더군요...

 

물론 그의 온몸으로 삶을 살아내는 듯한 성실한 태도나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 같은 걸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저에게 그럴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 이 모든 것은 내가 선택한 거야. 내 잘못이지. 이 돌은 애초부터 이 곳에 떨어지게 되어있었어.'

하는 식의 깨달음을 얻는 부분에서는 그런 간지러운 느낌을 특히 많이 받았어요. 나, 나, 나... 내 삶에 대한 긍정.. 그런게 멋져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멋지기야 멋지죠) 한편으론 좀 보기 피곤하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그래서 아론이 미래에 아들이 될 아이의 환영을 보며 기어이 스스로의 팔을 자르며 탈출했을 때보다 탈출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을

마주치고 그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때 가장 큰 감동을 받았어요. 애초에 아론의 독백과 회상 등에서 개인주의적 라이프스타일 vs. 타인과의 

연대 식의 대립구도도 충분히 세워지고 아론 스스로 기존의 이기적인 마인드를 반성하고 했으니 그러한 감동이 예기치 못한 지점에서 터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그래서인지 그 뒤에 덧붙여지는 아론의 삶 - 계속해서 등반을 하고 수영을 하고 삶을 즐기고 하는 - 의 이야기가 오히려 감동을

반감시켰어요. '그래, 넌 여전히 잘난 어메리칸 엄친아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버려서요... 그래도 사고 이후로는 어디 가는지 행선지는 남기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더해진 걸 보면 홀로 사는 삶과 더불어 사는 삶의 균형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슬럼독 밀리오네어도 그렇고 대니 보일 감독은 은근히 로맨틱한 거 좋아하나 봐요. 아무튼 잘 만든 영화라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네요.

특히 영화적으로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 짧은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놓은 것부터가 참 대단하죠. 제임스 프랑코 연기도 좋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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