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1 00:30
라푼젤에 대한 몇몇분들의 평들을 읽으며 좀 놀랐습니다.
고델이 라푼젤에게 나름 잘해줬는데 너무 심했다는 의견들을 보고서요.
아래도 어떤 분이 고델이 친모가 아님을 알았어도 라푼젤이 그렇게 갑자기 적대적이 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셨더라고요...
고델의 죄를 따져볼께요.
우선 고델은 라푼젤을 유괴했습니다.
그리고 감금했지요. 유괴와 감금은 엄청난 범죄입니다.
게다가 고델은 라푼젤을 속여가며 착취했죠. 그걸 약취라고 하던가요.
전 <완전한 사육> 의 여자 버젼이라고 생각해도 된다고 봤어요.
근데 고델의 죄는 그것만이 아닙니다. 정서적인 학대도 있어요.
영화 초반에 고델과 라푼젤의 관계를 나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라푼젤을 불러서 머리카락에 올라타서 탑에 올라선 고델이 먼저 하는 말은
너는 왜 그렇게 애가 굼띠니? 라는 핀잔이죠. 그리고는 농담이야~ 라고 넘깁니다.
거울을 보며 여기 젊고 아름답고 멋진 여성이 있네 라고 감탄하다가 옆에 라푼젤을 보고 너도 거기 있네? 라고 말합니다.
라푼젤이 뭐라고 말만 하려고 하면 웅얼거리지좀 마 라고 핀잔을 주고.
밖에 나가고 싶다면 너 같은 멍청하고 한심한 애는 나가자 마자 세상에 잡아먹힐거라고 을러댑니다.
고델은 라푼젤에게 겁만 준게 아닙니다.
내가 잘났고, 넌 한심하다는 암시를 매일같이 심어준 겁니다.
고델에게 라푼젤은 그냥 자신의 젊음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죠.
고델은 라푼젤에게 사실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없어요.
그저 노예를 옭아매려는 주인의 심정일 뿐이라고요.
영화를 보며 그걸 못느끼셨나요?
라푼젤이 고델의 정체를 깨달았을때 함께 알게 된 건 이 모든 사실들이고요.
고로 라푼젤이 고델에게 적대적이 되는 건 논리적으론 매우 당연합니다.
물론 현실에도 고델 같은 부모, 상사, 선배 등등이 있습니다.
여러가지 방법으로 상대를 속이고, 기죽이고, 조종해서 약취하는 사람들이죠.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들이 종종 그런 짓을 하고요.
고델도 사실 그 성격장애 진단에 딱 맞아요.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는 이런 캐릭터에 의외로 너그럽습니다.
아마 익숙해서일 거예요.
막장드라마들에 단골로 등장하는 자식 일에 간섭하는 부모가 딱 그렇고
실제로 부모 때문에 돌아버리겠다는 사연들을 읽어보면 대개 이런 부모예요.
그래도 부모라서 어쩌지 못하죠. 어쩌면 안되고요.
사실 정치인에 대한 태도도 비슷합니다.
박정희를 흠모하는 노친네들 대부분 그런 심정일걸요.
박통이 사람도 많이 죽였지만, 그래도 박통이야.
라푼젤을 보며 고델에 감정이입하실 필요는 없다고 봐요.
그건 뭔가 잘못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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