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연치 않게 발레를 전공중인 학생과의 대화를 가져 본 적이 있어요.

 

발레를 전공하시는 분답게 굉장히 가녀린 몸매를 가지고 계시기에

 

- 식이 요법 같은 것 하시느라 힘드시겠어요.

- 밥 한공기 싹싹 다 먹어요.

 

- 그래도 케익 같은 것은 자제하시겠죠?

- 교수님은 케익이란 단어는 세상에 없다고 하지만 아주 잘 먹어요. ㅋㅋ

 

- 그럼 초콜릿도 드시는 거예요?

- 열량이 높아서 운동하다 배고프면 비상식량으로 만빵이에요.

 

- 고기는요?

- 완전 사랑하죠!!! +_+

 

뭐랄까 스테레오 타입으로 사람을 규정해서는 안되겠다고 새삼스레 느끼게 되는 순간이랄까.

그래도 빌리들과 같이 연습도 해 보았다고 해서 우와! 우와! 부러워하면서 이야기 했네요.

 

그런데 굉장히 마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지금 방학 중인데도 하루에 8시간씩 연습을 꼬박꼬박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발레하시는 분들의 연습량에는 새삼 경탄할 수 밖에 없었네요.

 

 

2.  일요일엔 너무 날씨가 좋아서 약속이 없더라도 절로 외출하게 되더라고요.

     샤갈전을 볼까 생각하다가 사람이 너무 많을 듯 하여 덕수궁에 가서 잠시 바람을 만끽한 후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을 관람했어요.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걸었는데도 때 이른 봄날이 마치 애인같이 상쾌하게 느껴지더라고요. : )

   

   어제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끄적 거려본 글귀 올려봅니다.

    덕수궁에서 이 짓하고 있으니 마치 백일장에 나간 듯해서 재미있기도 민망하기도 했네요. -0-

 

 

 

호주머니에 감추어 둔 양 손을 꺼내어
마디 하나하나 마다 햇살을 머금은 바람과 깍지를 끼어 봅니다

 

꼬옥 붙잡을 새 없이 살랑거리는 바람은
저의 얕은 온기를 슬그머니 품에 안은 채로 떠나버렸지만

 

처음 손끝에 닿았었던 향기로운 따스함은
당신도 저처럼 이른 봄을 붙잡으려 했던 것이었나요.

 


부아앙~ 하고 분주하게 스쳐가는 자동차 엔진 소리와
까르르~ 하며 활기차게 뛰어가는 아이의 웃음 소리도

 

햇살이 속삭이는 나른함을 숨길 수는 없나 봅니다
그렇게 당신도 봄의 자장가에 남모른 하품을 짓게 되었나요.

 

 


가장 담백한 파란 하늘 사이로
시샘하듯 물방울은 하얀 붓을 이래 저래 움직여 보지만

 

저녁 놀이 다가올 시간에 어느새
그 둘은 사이 좋게 붉은 보조개로 서로를 물들이네요

 

둘을 닮아 발갛게 달아오른 저의 얼굴 마냥
당신도 저처럼 이른 봄을 함께 물들이고 싶었던 건가요.

 


가장 낡았던 시간은 아래로 내려와 바스러 집니다
하지만 싱그러운 것은 가장 아래에서 움트어 올라옵니다

 

푸르른 발 아래의 땅은 아직 거닐지 못했지만
그렇게 당신도 새근거리는 봄의 길을 밟고 싶었던 건가요.

 

 


살랑거리는 봄과의 키스는
사실은 짧은 것이랍니다

 

톱니와 같은 시간에 끼어서 싱그러운 날을 놓쳐 버린 채
매섭고도 메마른 봄날의 변덕스러움을 더 많이 걱정할 테지만

 

짧았기에 축복할 수 밖에 없었던 봄의 하루처럼
당신은 저만의 또 다른 봄의 키스는 될 수 없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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