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비록 '식품영양학과'를 나온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영양사 혹은 영양교사의 업무를 하는 사람도 아닌

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는 미미한 학교 교직원이지만,  학교급식을 단순한 '식당'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라웠습니다.

학교급식에 대해 안좋은 내용들이 내외부적으로 많이 나와서 그만큼 부정적으로 보는것이겠지만,

'음식'을 고귀하게 여기는게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도구이다 보니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잦아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학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서 '학교'에 한해서 이야기하겠지만, 우선 급식실에서 근무하시는 영양교사 혹은 영양사님들은

기본적으로 보건,위생관련 직업을 가졌고 그에 관한 '면허증'을 2년 혹은 4년제 대학에서 학점 이수하고 받으신 분들입니다.

이분들을 학생들 및 교직원들은 통상적으로 '저기요','거기요','아줌마','언니','누나'라고 부릅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또한 조리업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시는 조리사, 조리원 여사님들은 하루 40kg쌀로 밥을 지으시고 하루 평균 300kg의 식자재를 가지고 조리를 하십니다.

이에 관한 노동강도가 얼마나 센지는 언급은 안하겠습니다..(50kg의 고기와 30kg의 생선을 혼자서 조리한다고 상상해 보시길..)

다만, 자기에게 많이 안준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는 '화풀이의 대상''그 이하도 이상도 아닙니다.

자신의 어머니뻘 되시는 분들께 함부로 대하는걸 묵묵히 참으신다는게 참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집에가면 자기 또래의 애들을 키우시는 엄마들인데..

 

 

올해부터는 초,중학교에서 무상급식을 시행하지만(저희지역은 초등학교는 도시, 농촌 지역 전면 무상입니다. 중학교는 농산어촌은 전액 무료이고 도시지역은 50%지원)

고등학교는 농산어촌은 제외한 도시지역은 수익자부담(=학부모 부담)으로만 학교급식을 시행합니다.

어제 댓글로 말씀드렸다시피 학교급식을 '학교생활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서 학급전원 의무 희망하는 학교도 있고,

'학교급식은 학생들 중심으로 시행되므로 그만큼 학생들 자율에 맡긴다'하여 희망/'비희망으로 나뉘는 학교도 있습니다.

어쨌든 근본적으로 학년 초 짜여진 정해진 예산안에서 집행을 해야 하므로 어떤시기에는 학교급식이 부실해질수도 있고, 또 어떤시기는 잘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점심 1식만 나가는 학교는 방학기간 급식을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방학기간에도 조리종사원 인건비가 나가는 기간에는 식단이 부실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수익자 부담 급식비는 집행액수가 초과되면 학교운영비에서 보조되는 경우도 있으나, 일정금액 이상인 경우 집행자나 행정실 모두 감사에서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 및 교직원들의 급식비가 미납되는 금액이 많을 수록 성실히 급식비를 납부하고 밥먹는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가죠.

납부 및 정해진 예산 내에서 집행을 해야 하니까요. 내가 내는 급식비가 모두 다 식품비로 나간다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학교급식비는 엄밀히 식품비,인건비,운영비로 나눠서 집행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편식습관이 고스란히 학교급식에 피해를 가져온다는 것입니다.

어릴적부터 길들여진 패스트푸드와 배달음식에 길들여지고, 내가 배가 부를때까지 먹어야 직성이 풀리며,

맞벌이 부부의 증가와 부모의 무관심 때문에 밥상머리예절에 길들여지지 못한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교에서도 버릇을 못버린다는 것입니다.

부드럽고 쉽게 목넘김이 되는 가공식품과 풍미가 좋은 고기류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뻑뻑하고 쓰디쓴 나물을 먹으려고 할까요?

더 심각한것은 초등학교 급식은 담임선생님의 지도로 못된 습관을 버릴수 있지만, 중학교 이상만 올라가도 그런 못된 습관을 다시 습득한다는겁니다.

초등의 경우 예절과목이 있고, 담임 선생님의 재량시간에 배울수 있지만, 중고등학교는 이런 재량과목을 둔 학교가 극히 드문걸로 압니다.

더욱이 고등학교는 입시위주로 나가다 보니 이런 기본 예절을 습득할 기회가 적죠.

더욱이 학교내 외의 매점에서 파는 정체불명의 햄버거와 빵조각들만 먹어온 아이들이 직접 무쳐내고 만든 취나물, 참나물, 버섯, 호박등등의 나물을

반찬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고기가 안나온다는 날이면 잔반이 많아지고, 아이들의 말만 듣는 학부모님들은 학교에 전화를 걸죠..

 

 

 그래서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학교급식 모니터링제'를 시행합니다.

평소 학교급식에 관심이 많은 교직원이나 학생,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저도 교직원으로써 몇번 참여한적 있었습니다.

검수과정부터 조리과정을 다 지켜봤고, 비단 현재 근무중인 학교뿐만 아니라 예전 근무학교에서도 다 참여했던 사람으로써 말씀드리자면..

학교급식이 안전하고 깨끗하다는것입니다. 집에서도 사용중인 조미료 사용을 할 수 없기에 국물 육수를 낼때는 국멸치, 다시마로만 사용하며

간도 소금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교육청 학교급식 관리기준에 의거하여 일주일에 2번 이상 튀긴음식을 제공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튀김으로 사용된 식용유는 2번을 넘겨 사용하지 않고 바로 전량 폐기됩니다. 또한 음식물 재사용은 정말 있을수 없습니다.

또한 너무 늦게와도 밥을 안준다는 말이 있는데요. 기본적으로 학교급식은 조리가 완료된지 1시간 30분 이내에 배식을 완료해야 합니다.

그래야 음식물 속 식중독균 증식을 억제하여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생님들의 심부름으로 인해 늦게오는 경우가 있어도

대부분 아무 생각없이 자거나 놀다가 온 학생들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수업시작 종 칠 무렵에 와서 밥달라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 시간이 되면 대부분 음식은 잔반통에 버려지는데 시간 약속을 어긴 학생들 본인 책임이 아닌가요? 그리고 이런 학생들을 제대로 안챙긴

교사나 부모님이 우선 책임자가 아닐까요?

 

 

그리고 학교급식은 나 혼자 배부르게 먹는게 아닙니다. 연령별로 정해진 영양량이 있고, 그 자료를 기초로 하여 식단이 작성되고 식자재가 조리되어

그에 맞는 양만큼 배식을 하는것 뿐입니다. 성장기 아이들이라 더 먹고 싶은 마음 이해하지만, 학교급식은 학생들의 영양을 뒷받침 하는 역할을 하지

완전히 배부르게 하는 식당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이나, 심지어 우리보다 못사는 다른 국가들도 학교급식을 위생적으로 엄격히 시행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은 학교급식을 학교생활의 연장이라 하여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기본예절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을 기본적으로 하찮게 여기다보니 음식을 다루는 사람들 마저 함부로 다루고, 더 위생적이고 철저하게 실행하는

학교급식을 아무데나 먹고 버리는 일반 식당 취급하는 한국인들의 그릇된 자세가 학교급식을 너무 우습게 여기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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