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넘어 행복해지는 길'  중 첫 번째 길, 마음챙김, sati를 연습하는 달입니다.

 

오늘의 결심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글을 쓰자', '글을 짧게  쓰자', '퇴고를 하자' 입니다.

 

저는 순전히 재미로, 기분 전환 목적으로, 감정 토로를 위해, 심심해서 등등의 이유로 여러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개요 작성', '퇴고하기' 등의, 고된 정신노동을 할 리 없지요. 쓰기 전에 무엇을 쓰고 싶은지 모르고, 쓰고 난 후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나?' 생소하고, 퇴고가 없으니 맞춤법은 물론, 문장 호응, 글 전체의 흐름도 정 없고.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적도 없이 필 받아 재미로 쓰는 글, 남에게 피해 안 주는 선에서 좋은 대로 쓰면 되지 (맞춤법 등이 개판이라 읽는 사람이 괴로운 악영향은 있겠죠...;).  다들 그렇게 잡담하며 놀잖아요.

 

그런데, 이런 식의 글쓰기가, 적어도 지금의 저에게는 좋지 않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 했습니다. 계기는, 어젯밤, 글을 쓰고 난 후 기분이 나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서. 자발적으로, 충분히 즐기면서 쓰고 있는데 왜 정작 쓰고 나면 기분이 별로일까.  미약한 의무감은 있지만 (프로젝트랍시며 공개한 상황이니 꾸준히 하겠다는 다짐?),  책임감은 전혀 없는데 (하다 지겨우면  잠수타고 나 몰라라 할 계획.),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나름 몰입해서 재미있게 글을 쓰고 난 후인데, 왜 기분이 이렇지? 이런 상황은 '마음챙김' 덕에 제 기분에 민감해지면서 새삼 알게 된 사실이었죠. 그래서 더 관찰하니, 이 글 시리즈 뿐 아니라 철저하게 재미로 충동적으로 쓰는 바낭글이나, 다른 사람 글에 다는 댓글을 쓰고 나서도 미묘한 방식으로 기분이 별로더군요. 분명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잘 놀았는데, 그 밑에 미묘하게 불만족이 깔려있는 상태. 대체 왜...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런 식의 글과 댓글들을 쓰는 동안 저는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겁니다. 즉 '마음챙김'에서 가장 중시하는 '지금 여기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는지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는' 주의력, 관찰력이 전혀 없는 상태죠. 글을 쓸 때는 어떤 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지금 뭘 쓰고 있는지도 모르며 그저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시간이 얼마나 지나는지도 모른 채 (그래서 그런 개념 없는 장문이-_-;;) 써 나갑니다. 댓을을 달 때는 더 그렇습니다. 간혹 의식하며 달 때도 있지만(상대방에게 편지를 보내는 느낌으로, 혹은 감사나 의견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통은 '앗 정말 재미있어 캭캭!' '이런 @##@^놈을 봤나 욱!' 하는 충동에서 댓글을 답니다. 이때 '마음챙김'이 없는 건 당연.

 

물론 이 상황에서 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저를 잊'습니다. 하지만, 이게 몰입인가? 아니요,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보통 '현재의 순간에 강렬하게 흡수되어 빠져 있는 상태, 자신을 잊은 채 하는 일에 집중하며 완전히 몰두하는 상태'를 몰입이라 부르지만, 진정한 몰입 경험에는 '도전에서 요하는 기술'과 '내가 갖춘 능력'의 팽팽한 긴장감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의식'하지 않은 상태로 글과 댓글을 쓰며 놀고 있을 때는, 필요한 기술과 제가 갖춘 능력은 일말의 긴장감도 유발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푹 빠져 있을 뿐이죠.

 

그러니까 저에게 글쓰기는 TV 보기나 오락하기와 비슷한 부류의 활동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게임 잘하고 나서도 마음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허탈한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놀며 글 쓰기'를 하고 나서도, 미묘하게 불만족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좀 더 생각해보면 이런 건 제가 즐기는 다른 활동인  '읽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만, 이건 다른 때  진지하게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나는 의식을 하며 머리를 쓰며 제대로 읽고 있나, 혹은 그저 활자만, 정보만 주워 삼키며 그 자극만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진정한 몰입을 위해서는 확실히 '주의를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로 하는 기술과 내가 갖춘 능력을 깨어 있는 주의력으로 비교, 관찰하며 도전의 속도와 강도를 조절하는 식의 작업이 필요한 거죠. 적어도 몰입 초창기에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음, 몰입 관련 우행길을 할 때 정말 제대로 파봐야겠어요.) 하여튼 푹 빠져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나면, 기분 좋은 건 확실한데 돈 거 세심하게 살펴보면 미묘한 형태의 불만족이 깔렸을 때가 많습니다. 하여튼 제 또 다른 '우행길' 방법인 '몰입체험을 늘려라.'를 위해서라도, '마음챙김, 주의 통제능력'은 꼭 필요하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그래서 오늘의 구체적 결심. 글을 쓸 때, 우선, 무엇을 쓰려고 하는지 사전에 개요를 짜지 못한다 하더라도, 글을 쓰는 중 끊임없이 글이 어떤 식으로 쓰고 있는지 의식하기로 했습니다.  글의 흐름, 구조, 더 효과적인 표현 방법 등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아직 무리이니, 우선 가장 기초적인 형태의 마음챙김, '내가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는 '의식의 끈'이라도 부여잡고 있는거죠. 그리고 글을 쓰며 최대한 의도적으로 머리를 쓰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조합해보고 중간마다 책도 찾아보고... 이러다보면 '내가 뭘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한 큐에 쭉 글을 써 갈기는' 일은 방지되겠죠. 그리고 글을 쓴 후 꼭 3번 읽고, 필요없는 문장은 다듬고 맞춤법을 고치는 등의 생기초 퇴고는 꼭, 꼭! 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넋 놓고 글을 (싸)지른 후 가버리는 일을 막는, 족쇄의 역할을 해주겠죠. 그리고 어느 책에 보니 우선 첫 번에 쓴 글의 1/3까지 꼭 줄이라고 하던데(;;) 그건 좀 무리인 것 같지만, 최대한 짧게 글을 쓰려고 노력을 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이게 필요해요!! 짧은 글이 가장 좋은 글인데 내 글은 왜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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