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저는 미남

2011.02.24 02:24

프레데릭 조회 수:2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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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지하철 역에서 정말 잘생기고 말끔하신 직장인 분을 봤어요.
정장에서부터 넥타이, 구두에 헤어스타일도 정말 말끔 그 자체였습니다.
피부도 정말 좋으시고 연예인이라 해도 믿을 정도였어요.
근데 열차가 오기 기다리다가 열차를 타러 들어가시는데,
한쪽 다리를 아주 심하게 절더군요.
몸이 휘청휘청거릴 정도로요.

예상치도 못 한 모습에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참 아까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애인을 보면 늘 안쓰러움을 느끼면서도 그런 안쓰러움을 드러내지 않는 것도 예의잖아요.
이분에겐 유독 그 안타까움을 드러내지 않고싶을 만큼 안타까우면서도,
전혀 비관적이지 않은, 아니 본인이 느낀 좌절을 딛고 일어선 듯한 그 깊이 있는 온화한 미소가,
잘생긴 외모를 더 아름답게 느껴지게 해주어 저도 모르게 자꾸 쳐다보게 되었어요.
건장하고 멀쩡해보이는 젊은 남자가 노약자석에 앉는다면 극성스런 노인들은 쓴소리를 할테죠.
불안하게 봉을 잡고 중심을 잡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이 장애를 갖고 있을 때 더 강하게 느껴지는 안타까움이나
그 장애를 딛고 일어섰늘 때 더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뭐랄까요.
외모지상주의라고 부르기는 싫고, 그런 게 아닌 뭔가 내적에서 우러나오는 애틋함요.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코가 잘린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것처럼?

제가 다니는 회사 근처인 것 같은데 어느 역이라고 말하면 어쩌면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 같아,
그리고 그 분의 신분을 위해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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