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2.26 01:40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엄마는 저를 아침에 깨울 때 영화 음악 레코드나 테이프를 틀어주셨어요.
그래서 부베의 여인, 남과 여, 해바라기, 라라의 테마, 피서지에서 생긴 일 등등 본 적은 없는데 왠지 봤다고 말해도 될 것같은
그런 영화가 많았지요. ^^;
그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성향이 그러했는지 저는 그 후로도 영화 음악을 주로 듣고 컸어요.
중고딩 시절 항상 듣던 음악도 영화 음악이었고 모으던 시디도 그렇고요.
중딩 시절 듣던 라디오가 배유정의 영화 음악이었거든요. 졸려서 그 시간을 버틸 수 없으니
테이프 녹음 버튼 눌러놓고 스르르 잠들곤 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영화를 보면 늘 영화음악이 먼저 들리고 그 다음에 맞춰서 장면이 보여요. 그렇게 기억에 남고요.
아 이 음악 이 부분 시작할 때 무슨 대사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지- 라는 식.
지금 정은임의 영화 음악을 팟캐스트로 듣고 있는데(듀게에서 알았어요. 알려주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추억에 젖어서 도저히 끄질 못하겠네요.
저의 중고등학생 시절을 돌아보면 영화가 문화의 한 장르로서 새롭게 흥하던 때라 영화음악 편집 음반도 많이 나왔고, 동네에 영화마을
비디오 가게에서 매달 나오는 추천 잡지 읽으며 비디오를 빌려서 보고 그랬거든요. 책대여점에는 키노와 다른 영화잡지들이 있었고요.
배유정의 영화 음악 덕분에 알았던 것 중에 영화 페드라에서 페드라~ 외치며 죽어가던 장면(장면 없이 음으로만 듣는데도 오오-)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비디오도 없어서 못 보다가 몇 년전에 ebs에서 비로소 봤거든요. 그 감회란~
계속 추억을 곱씹고 있으려니 왠지 나이가 확, 든 것 같아요. ^^
영화 음악을 더 좋아하시는 분 없으신가요?
저도 정영음 다시 들을 수 있게 해 주신 분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