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8 00:55
저 아래 그것이 알고싶다가 무서웠다는 글의 댓글에서 '방송 전의 사과문이 제일 무섭다'는 말에 그래그래! 하면서 공감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 생각이 났는데, 그 시절엔 전파가 고르지 못하거나, 생방송중에 방송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종종 있었지요.
그러면 방송 화면이 갑자기 뚝 끊기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하는 글과 함께 산과 들과 무지개 같은 그림이 떴습니다.
배경음으로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도 하고 갑자기 아무 소리도 안 나기도 했는데, 그 갑작스러운 침묵이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무서웠어요!
마찬가지로 9시 뉴스 직전에 브람스의 자장가와 함께 나오는 '어린이는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 멘트도 무서웠고!
정규방송 시작하기 전의 화면조정시간도 무서웠고!(방송 외에는 다 무서워한 어린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라 방송중지화면의 무서움을 잊어갈 무렵, TV에서 그렘린 2를 보았습니다.
보신 분들은 다 아실 거예요. 그렘린들이 영화관인지 방송국인지를 점거해서 갑자기 화면이 끊기고 칙- 하는 노이즈만 나오는 장면.
그 부분에서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이것들이 나의 트라우마를 건드렸어!
요즘도 가뭄에 콩나듯 하는 방송중지나, 방송 전의 파란화면과 건조한 사과문 멘트가 무섭습니다.
아 무서워요, 정말...
비정상적인 상황을 알리는 건조한 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