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08 01:11
1.
1980년대 중반 즈음, 누나가 워크맨을 샀습니다. 대우 '요요'라고... (지금 보면 거의 CDP 크기인 게, 내려치는 흉기로 써도 될.. 쿨럭)
그걸로 오밤중에 라디오를 한참 듣다가 - 주로 FM만 들었음 - AM으로 휘적휘적 돌려 봤습니다.
뭔가 KBS3 (지금의 EBS) 같은데, 아까 전에 듣고 있던 FM 104.x에서 나오는 고교가정학습 강좌랑 다른 겁니다.
채널이 달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그냥 끄려는데 그 때 나오는 아나운서의 경직된 한 마디.
"이것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방송강의를 마치겠-습니다."
.....
등화관제가 아직 있던 시절이라, 잡혀가는 줄 알고 레알 벌벌 떨었더랬지요....
2.
데드십이란 영화가 있습니다. 1991년 가을에 유령선이란 제목으로 KBS2에서 했습니다.
공포영화는 지금도 쥐약인데, 어릴 때 봤으니 TV 편집본이었지만 거의 뭐 정신이 나갈 정도였습니다.
일주일동안 멍하게 지내다가 파란불에 교통사고 당해서 9주동안 병상 신세졌지요(....)
3.
전설의 고향은 리메이크보다 오리지널이 더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땐 스튜디오씬만 VCR테입 쓰고 야외는 무비필름으로 찍던 시절이라
진짜 야외 밤중에 파란 조명 켜놓고 연기 피우면 분위기 장난 아니었죠;;
지금도 기억나는 게 "서언...아아.... 서언...아아...." 하면서
한맺힌 총각 원귀가 부잣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
강시처럼 스윽 다가가니 문이 저절로 열려.... 으악...
... 그리고 그 때 우리집 화장실은 촌에서 흔히 보던 푸세식이었지요.... 하필이면 집도 뒷산 공동묘지 아래에,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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