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가수다 방영 이후 이소라에 대한 글이 많이 보이길래 저도 껴서 간증의 시간을 한 번 가져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는 프로포즈에서 제발을 부르며 우는 이소라의 모습이 제겐 이소라에 대한 최초의 기억이었어요.

그 때가 아마 중1이었을거예요. 열 넷 아니면 열 다섯 즈음. 

또래의 친구들은 god 아니면 신화를 좋아하는 여중생들이었고 그 방송 전까지 뚜렷한 음악적 취향이 없던 저는 이소라의 앨범을 찾아 들으며 마음껏 중2병을 앓았습니다.

90년대 음악을 듣기엔 조금 늦은 세대였는데 아이돌에 열광하기엔 뭐랄까, 맹신이 좀 부족했어요.

그렇게 시작을 해서 공일오비, 푸른하늘부터 거슬러 올라가 동물원, 산울림까지의 가요들을 중학교 때 많이 들었어요. 심수봉과 조용필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무심히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때는 시험기간. 야자시간이 10시까지었는데 야자가 끝나고 나면 더 공부할 의사가 있는 아이들은 학교 내의 도서관에 모여 공부를 했었어요.

저는 학구열을 불태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공부를 했을리는 만무, 십분 쯤 지나자 남기로 한 저 자신을 원망하며 뭐 재미난게 없을까 하다 친구의 mp3를 빌려 라디오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게 이소라의 음악도시였고 그 이후로 저는 줄곧 도서관에 남아 음도를 들으며 소설책을 읽는 낙으로 시간을 때웠습니다.

그러다 열여덟 때 6집인 눈썹달이 나왔고 참 많이도 들었죠 그 앨범을.

종종 정전이 되곤 했던 옥탑방의 하숙집에서 'tears'를 듣거나 속옷을 빨아 널면서 '데이트'를 흥얼거리곤 했던 기억이 있어요.

노래방에 가면 이소라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다운 시키는 주범이 되는 일도 많았고요.

하지만 저는 누구를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사람에 대한 관심도는 대부분 일정하기 때문에 딱히 팬페이지에 들어간다거나 본격적인 팬질은 하질 못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고 한 몇 년, 종종 그녀의 노래를 들었지만, 한참 이십대 초반의 격변에 휩쓸려 거의 그녀를 잊고 있다가 어느 날 소극장 콘서트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그 날 한장 남아 있는 표를 사서 콘서트에 갔었습니다.

제게 굉장히 익숙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처음으로 얼굴을 보니 떨리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다음해, 또 그 다음 해에도 콘서트엘 갔고 올해 또 콘서트표를 예매해 두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일년에 두세번 콘서트에 갈까 말까 하는 수준의 문화생활을 누리고 사는 사람이예요.

예민한 사람인건 알고 있었지만 작년 즈음부터 뭔가 정서적으로 굉장히 불안해 보이고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 했었는데

나는 가수다에 이소라가 나온 모습을  보고 그녀가 조금은 안정된 것 같아 약간의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당분간은 매주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고 음도 때처럼 또박또박 센스 있는 진행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에 기분이 좋아요.

 

제 주변에는 청승맞다고 이소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늘 아쉬웠는데 

듀게에서 많은 분들이 이소라를 언급하시는 걸 보고  반가워 일필휘지로 바낭을.

 

 

2.

지금 살고 있던 집의 계약기간이 얼마남지 않아 열흘 전쯤부터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살 집을 구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여동생 둘과 저, 셋이 살았는데 동생 하나가 휴학을 하고 동생 하나가 한 해 더 공부를 하게되어 적당한 위치로 집을 옮기는 책임을 또 제가 지게 되었습니다.

전세대란, 전세대란 할 때는 무신경하게 뉴스멘트를 흘려 듣고 말았는데 정말 서울시내에 시세가 오르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습니다.

집세는 비싸고 돈은 한정되어 있고 딸린 동생은 줄줄이 있고..?

요 며칠 꽃샘 추위로 바짝 한파가 몰아쳤는데 햇살이 좋길래 개강을 맞아 샤랄라한 옷을 입고 나갔가 하루종일 집을 보러 돌아 다니는 바람에 감기까지 걸렸습니다.

돌아 다니다보면 골목골목 이렇게 집이 많은데 내 한 몸 뉘일 공간이 이리도 마땅찮단 말인가 한탄을 하는 것도 잠시, 로또를 살까 하는 헛된 망상에나 시달리고...

해서 세입자의 설움(?)을 어찌 달랠까 하다 간만에 다시 본 카모메 식당의 시나몬 롤과 커피면 적당하겠다 싶어

눈 뜨면 먹고 마셨지 외로웠기에~♪ 를 흥얼거리며 시나몬 롤을 만들었는데 온도 조절을 잘못해서 빵을 다 태워버리질 않나..

다행히 어제 마음에 드는 집을 발견하긴 했는데 신혼부부가 살던 집이라 온 벽을 분홍색으로 칠해놔서 도배를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3.

음식 사진이 별로 없어요. 개강 전후로 계속 바빴고  다이어트를 시작한지라 풀떼기에 과일로 저녁을 때운 날이 많았거든요.

며칠만 바짝 찍으면 몇 장 마련되니까(?)..하면서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사다 뭐다 또 정신 없는 나날의 연속일 것 같아

몇 장 안되는 사진이나마 그냥 올립니다.

 

 

 

 정월 대보름의 식단입니다.

오곡밥과 나물, 청국장, 고등어 구이와 토마토 샐러드예요. 

 

 

접시가 작아 무채와 숙주 나물은 따로 담았어요.

콩나물, 고사리, 취나물, 시래기 나물, 고춧잎 나물입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라 정월 대보름을 설날이나 추석처럼 큰 명절로 지냈어요.

엄마는 종류별로 열가지도 넘는 나물을 하셨고 집에는 풍물패가 와서 지신밟기를 하고 저는 중학생 때까지도 쥐불놀이를 했던 것 같아요.

해서 자취생이지만 보름나물은 되도록 챙겨 먹는데 친구들은 도대체 어떤 촌에서 자란거냐며 저를 놀리곤 합니다.

 

 

다른 건 가리는게 없는데 밥에 들어간 콩을 싫어해요. 하지만 보름날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시래기 넣고 자작하게 끓인 청국장. 애호박을 듬뿍 넣어서 살짝 달큰하게 끓여 졌어요.

 

 

여느날과 다를바 없는 식탁.

달래 된장찌개와 남은 취나물, 남은 무채, 양상추 샐러드, 구운김, 만들다 몇개 주워 먹은 계란말이와 양파를 넣은 두부조림입니다.

된장찌개 거품을 안 걷어냈더니 좀 지저분해 보이네요.

아침은 대체로 이런 식단에서 크게 벗어나질 못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샤브샤브. 

아직도 샤브샤브 중독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해먹는 듯해요.

 

 

이 날도 역시 냉장고에 있는 채소를 꺼내 대충 만든 샤브샤브.

 

 

이 날은 마트 갔다 또 샤브샤브가 먹고 싶어서 쌈야채를 듬뿍 사왔습니다.

막내동생-10세의 초딩-이 봄방학을 맞아 서울에 올라와 넷이서 하하호호 맛있게 먹었어요.

 

 

먹을 때는 늘 사이가 좋아요.

 

 

현미로 볶음밥을 만들었더니 살짝 질었지만 그래도 하하호호.

 

 

 

누나 셋에 막둥이로 태어난 막내동생은 커서 정녕 뭐가 되려는겐지

다음날 누나들과 놀이공원에 가자고 약속을 하고는

큰 누나인 제가 그럼 가서 마땅히 사먹을 것도 없을텐데 김밥이나 '사서' 갈까? 라고 했더니

이런게 바로 컬쳐쇼크! 라는 표정으로 김밥을 '사서' 먹는다고?.. 나는 산 김밥 먹은 적 없는데 라고 대답을 해

누나들 셋이 하루종일 고 녀석과 놀아주고 돌아와 밤 열시부터 열두시 반까지 스무줄의 김밥을 싸게 만들었습니다.

재료 준비하는 와중에도 엄마는 우엉 같은거 안 사 쓰는데라는 멘트를 시크하게 날려 주고 녀석은 금방 곯아 떨어졌지요.

결과적으로는 놀이공원에서 마땅히 사먹을 것도 없고 모든 음식이 비싸기만 해서 싸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네 녀석, 중딩만 되어도 누나들의 노고 따윈 다 잊어 먹고 여자친구랑 노느라 바쁘겠지.. 

 

 

사진은 이상하지만 맛있었던 김밥.

 

 

역시 남아 있던 자투리 채소 정리를 위한 소고기 불고기 한 번 하구요.

 

 

 

간만에 친구가 놀러와서 밤에 와인 한 잔 하며 폭풍 수다를 떨었습니다.

안주는 간단히(?) 카프레제와 또띠아 피자, 어린잎 샐러드.

 

 

또띠아 한 봉지 사서 요놈도 이제 다 먹었어요. 오븐에만 넣으면 뚝딱뚝딱 완성되니 언제 다 먹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습니다.

 

 

모짜렐라 치즈 사와 만든 카프레제. 소스는 수제 발사믹 소스(에헴)와 올리브유 입니다.

사실 수제래봤자 발사믹 식초에 이것저것 넣고 졸여 만든게 전부입니다만..

 

 

사진이 몇 장 없으니 식단공개는 천천히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몇 날을 미루고 있었는데 올리다 보니 사진이 꽤 많네요

 

바낭에 식단공개에, 혼자서 수다를 한참 떨었더니 배가 다 고프려고 합니다. 횡설수설 정신이 없었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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