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이야기.

어제 뉴스에서 여러 대학의 청소 노동자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길 얼핏 들었습니다.

홍대 청소 노동자 농성 때 머릿수 불리기용으로 한 켠에서 보릿자루 역할했던 게 다 뿌듯해지네요.

모두에게 어서 봄이 오기를.



거의 상관없는 이야기.

알이엠 신보가 오늘 미국에서 발매되었습니다. 2008년 경에 듀게에 알이엠의 열 네 번째 앨범 소식을 전한 뒤 두 번째로 그들의 신보 소식을 전하게 되어 영광이 굴비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없겠죠? 그래도 떠듭니다. 사실 지난 1일부터 http://www.npr.org/2011/03/01/133998085/first-listen-r-e-m-collapse-into-now 에서 앨범 전체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많이 들어보고 얘기하려고 포스팅을 늦추고 있었는데 별로 할 얘기는 없네요. everyday is yours to win 은 과거의 drive를 연상시키고, blue 는 당연하게도 e-bow the letter 를 연상시키고... 뭐, 이런 식으로 끝도 없이 갈 수 있는 그런 앨범입니다. 나이든 밴드들이 다들 그렇듯 다양한 뮤지션들의 피쳐링이 있고요. 부시 정권 하에서 나온 두 장의 앨범이 얼마나 과격하고 직설적인 분노와 노골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냈는가를 생각해보면, 이번 앨범이 담고 있는 위로와 독려의 정서가 우스울 정도로 진실하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마이클 스타이프가 유투의 공연에 놀러가면서 그들의 노래 'beautiful day'가 내가 쓴 노래였으면 좋겠다고, 내가 얼마나 그 노랠 질투하는지 걔네도 안다고 짜증스레 고백하던 게 떠오릅니다. 알이엠에게도 'beautiful day'에 버금가는 후기 마스터피스가 한 곡 쯤 나와야할텐데 이번 앨범을 열심히 들어봤지만 여전히 아직,인 듯 싶습니다. 사실 지난 앨범이 나오기 전에 'i'm gonna dj'의 라이브를 듣고 이건가! 생각했었는데 막상 레코딩 버전에선 제가 느꼈던 엄청난 젊음과 생기가 좀 덜했거든요. 어쨌든. 국내 발매는 또 얼마나 늦춰질런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앨범도 체감상 꽤 기다렸던 것 같은데. 정작 씨디는 구입했을 때와 리핑할 때 듣고 거의 손도 안 댔지만, 아무리 엠피쓰리만 듣는대도 팬심이란 물건이 손에 쥐어져야 안심이 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습니까. 발매 1일 째인데도 현기증날 것 같습니다.  



상관있는 이야기.

말론 브란도가 대부2로 두 번째 오스카의 주인공이 됐을 때 해프닝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수상 거부야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시상식에 한 인디언(이라고 칭해도 되겠습니까) 여인을 대신 올려보냈고 여인의 입을 통해, 미국의 인디언 정책에 반대하므로 오스카 수상을 거부한다는 수상 거부 소감을 밝혔습니다. 



밀접하게 상관있는 이야기.

말론 브란도의 항변은 닐 영의 노래에 담겨 영원한 생명을 얻었습니다.










북극광이 수놓인
서늘한 밤 하늘 아래
머나먼 길을 바삐 재촉하며
수면을 갈라 노를 저어가네
백인들을 피해 푸르른 초원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머나먼 고향으로

그들은 우리의 천막에 난입하여
우리를 살해하고 여인들을 베었네
살아남은 소수의 아이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서럽게 울었네
불쏘시개와 짐수레들의 행렬 아래
태양은 지고 긴 밤이 도래했지

물소떼가 학살당한 둑 건너편,
가진 거라곤 인디언 담요와 파이프 담배 뿐인
층계 위 나의 작은 보금자리로
택시는 돌진해 왔다네

내가 사냥꾼이었다면
포카혼타스와의 하룻밤을 위해
수 천 장의 가죽도 기꺼이 내놓았으리
우리는 보지 못했던 머나먼 고향
푸르른 초원에 도달한 아침
그녀가 느꼈던 감정을 전해들을 수만 있다면

어쩌면 그 땅 위엔 말론 브란도가
모닥불을 피워놓고 기다릴런지도 모르지
불가에 두러두런 둘러앉아
헐리웃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좋은 것들과
거대한 돔과 최초의 천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런지도
말론 브란도와 포카혼타스와 내가
말론 브란도와
포카혼타스와
나와
포카혼타스와…




본론.

이것은 마치 긴 행렬과 같습니다. 말론 브란도가 한 인디언 여인의 손을 잡자, 닐 영이 말론 브란도와 그녀(를 포카혼타스라고 불러도 좋다면)의 손을 잡습니다. 그리고 세월의 강을 뛰어 넘어 2011년, 알이엠이 닐 영을 다시 소환하는 거죠. 포카혼타스와 말론 브란도와 닐 영과 알이엠과... 기억하는 자들의 끝없는 연대. 이 포스팅으로 저 역시 새끼 손가락 하나 정도 얹어놓으려는 심산입니다. 포카혼타스와 말론 브란도와 닐 영과 알이엠과, 그리고 나와...










우리의 삶은 먼 미래에 대한 꿈으로 이루어져 있지
닐 neil 을 불러주게, 지금 집회를 가져야겠네
우리의 풍요롭던 시절과
우리의 영웅들과
그들의 치명적인 약점들의 연대기를 거쳐

나와 말론브란도와, 말론 브란도와 나는, 노래하네

나를 뉘어주게..
나즈막히, 나즈막히 나를 뉘어주게

내가 잠들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깊은 잠에 들 수 있도록


우리의 삶은 영웅들의 꿈으로 이루어져 있지
나는 다시 귀를 기울이고, 읊조리네
'친구, 여기 어디에 이 한 몸을 의탁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차라리 금반지라도 하나 저당잡히는 게 좋겠지'

규칙서와 역사서와 자장가들은
모두 승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네

그러니 나를 뉘어주게
나즈막히, 나즈막히 나를 뉘어주게

차라리 잠이 들겠네 (나즈막히, 나즈막히)
깊은 꿈을 만나야겠어 (나즈막히, 나즈막히)
거기서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가 있네 (나즈막히, 나즈막히)
그대의 머릿결을 수놓는 승전보를 꿈꾸네 (나즈막히, 나즈막히)
황금과 청동과 초컬릿빛과 (나즈막히, 나즈막히)
놋쇠와 납빛이 물결치는 꿈이라네 






다시 상관없는 이야기.

그래도 알이엠 신보가 나왔는데 타이틀곡은 듣고 가야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처음 들었을 때 제 베스트 트랙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이번 앨범은 가사가 알이엠답지 않게 너무나도 순진하고 단선적이라 좀 오글거리는 면도 있고요. 하지만 이 곡을 반복 재생시켜놓고 귀기울이고 있자면 역시 심장이 뜨끈해지는 시점이 오긴 옵니다.














이봐, 지금, 약을 삼키고

이봐, 지금, 아침을 차리고

이봐, 지금, 머리를 빗고

일하러 갈 시간이야


불시착이군

환상은 아니지만

충돌이 일어나지도, 훼방이 되지도 못하는 불시착

이 정도가 내 상상력의 한계인 거지


알아, 잘 알고 있어

내가 무얼 쫓고 있는지

알아, 잘 알고 있지

이게 날 변화시킬 거야


오늘밤 난 한 줄 유성이 되어

별을 향해 날아오르지

별을 향해, 별을 넘어

날아가


하루 종일 거기에만 몰두해 있어

하루가 저물고 밤이 온대도

온 밤을 거기에만 몰두할테지


이봐, 지금, 지하철을 타

다섯 정거장이 지나면 아무데로나 갈아타는 거야

이봐, 지금부터, 변화가 널 구원하리란 걸 잊지마

이봐, 바로 지금, 수 천 만의 사람들이

자신의 별을 좇아 빛나는 모습을 헤아려봐

그 장관을


알아, 알고 있어

내가 무얼 쫓고 있는지

알아, 잘 알고 있지

이게 날 돌이킬 수 없게 하리란 것도


오늘밤 난 한 줄 유성이 되어

별을 향해 날아오르지

별을 향해, 별을 넘어

날아가


하루 종일 거기에만 몰두해 있어

하루가 저물고 밤이 온대도

온 밤을 거기에만 몰두할테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거 알아

하지만 아직도 충분치 않아

난 원래 말재주가 없는 사람이니까


이봐, 친구, 말해주지 않을래?

혹시 어디론가 떠나려거든

오늘밤 나와 동행해주지 않겠어?


알아, 알고 있어

우리가 함께 발 밑의 지면을 느끼며

이 길을 따라 베를린 지하철에 오른다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리란 걸

그 길로 난 밤 하늘을 수놓는 유성이 되어

별을 향해 날아가는 거야

별을 향해, 별을 넘어

멀리 멀리로


이제 이게 나의 하루에 주어진 업무야

하루를 다 하고 밤이 오면

밤을 새워 이뤄야 할 나의 직무야






pocahontas / neil young

me, marlon brando, marlon brando and i / r.e.m.

uberlin / r.e.m.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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