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두 달에 걸쳐 곶감 빼 먹듯 야곰야곰 아껴 듣던 

클라이브 메리슨, 마이클 윌리엄스 주연의 BBC 홈즈 오디오드라마를 오늘로 다 들었어요. 

기분전환할 거리가 간절히 필요했거든요.

마지막회 마지막 장면에서는 울어버릴 뻔 했지만, 예전 에피소드들의 재미있는 장면을 되새기며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요.


lonegunman님의 셜록 리뷰 덕분에 무척 즐거웠기에

별 건 아니지만 오디오드라마에서 재미있었던 장면 중 몇 가지를 올려봅니다. 

제겐 참 재미있었는데, 다른 분들께도 재미있으려나요.

주옥같은 장면들이 참 많은데 이건 직접 들어봐야 하는 거라...

유투브에서 clive merrison으로 검색하면 들어볼 수 있는 파일이 많이 떠요.


60부작을 다 듣고 나니 아쉽네요.

그래도 Further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 15편이 남아 있어 다행이에요. 

다 듣고 나면 스크립트를 만들거나 감상을 정리해보고 싶...지만 게을러서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홈즈를 소개시켜준 다음날, 술집에서 다시 만난 스탬포드와 왓슨의 대화: 그래, 홈즈 그 친구 어떻던가? 블라블라~)

스탬포드: 바흐를 연주해줬다고? 으하하하. 자네 바흐가 취향인가?

왓슨: 아니, 난 길버트와 설리번(당시 대중 뮤지컬)이 더 취향이야. 그런데 그게...

스탬포드: 그게 뭐?

왓슨: 처음에는 바흐였는데, 나중에는 바흐...스러운 뭔가가 되더라구.

(나중에 홈즈가 "바흐가 취향이 아니라면 이건 어때" 이러면서 바그너를 연주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 주홍색 연구


홈즈: 제 친구이자 동료인 왓슨 박사입니다. 인도에서 복무했지요.

왓슨: 사실은 아프간일세.

- 얼룩무늬 끈

(원작에서 도일경이 헷갈린 부분을 극중 인물이 바로잡아 주지요.)


왓슨: 여기 떠나면 많이 그리울 겁니다.

허드슨 부인: 저도요. 박사님은 누구와 달리 손이 안 갔는데.

홈즈: (물 뚝뚝 흘리며 들어옴)

허드슨 부인: 홈즈씨!

홈즈: 허드슨 부인~!

허드슨 부인: 세상에, 저 물! 카펫에다가! ㄷㄷㄷ

홈즈: 마를 거니까 괜찮아요.

- 귀족 독신남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와요. "비 좀 오는 거 뿐입니다. 금방 말라요.")


홈즈: (짜잔~ 조약문 내놓은 뒤) 미안합니다. 제가 좀 극적인 걸 좋아해서요.

왓슨: 그러다 상대가 심장마비를 일으켜도?

홈즈: 왜 그러나. 펠프스가 그 정도로 심약한 친구는 아니잖아?

왓슨: 펠프스 말고 내 얘기야! 자네 하는 짓 보면 가끔은 진짜 심장마비 일으키겠다고!

...

펠프스: 두 분 다 꼭 결혼식에 와 주십시오.

홈즈: 저는 결혼식과 장례식엔 가능한 한 참석 않는 게 원칙이라서요. 그래도 여기 이 의사선생은 들려줄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왓슨: 결혼은 양 나라의 조약과 비슷해. 내용에 합의하고, 상호 이해 가능한 언어로 조문을 작성해 서명하지. 이번에는 조약문을 잃어버리지 말게.

- 해군 조약문


홈즈: 창문을 좀 들여다봐야겠는데.

왓슨: 무슨 부탁 하려는 지 정확히 알지. 내 등을 마음대로 쓰게나.

홈즈: 고맙구먼.

왓슨: 자네 왜 밑창에 징 박힌 구두를 신는 거야? 아으윽!

- 프라이머리 학교


홈즈: 자넨 오지 마.

왓슨: 그럼 자네도 못 가네. 혼자 가면 그 길로 경찰에 찔러 버릴 거야. 난 내가 한 맹세를 평생 깨뜨려본 적이 없어.

홈즈: 자네는 도움이 안 돼.

왓슨: 도움이 될 지 안 될 지 어찌 알아?

홈즈: 그래. 집을 나눠 쓰는 사이니 감방을 나눠 쓰는 것도 재밌겠구먼.

...

왓슨: 우린 이제 범죄자가 된 셈인가.

홈즈: 사실을 말하자면 문 안에 들어선 순간 이미 범죄자였어.

왓슨: 알려줘서 고맙네.

홈즈: 별 말씀을.

...

왓슨: 깜깜하기가 칠흑 같아.

홈즈: 불 켜면 안 돼. 손 이리 줘. (덥석)

...

(탈출한 다음날, 신문기사에 실린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보며)

홈즈: 그 인상착의 참 어정쩡하군. 자네도 해당되잖아.

왓슨: 하나도 안 재미있어.

- 찰스 오거스터스 밀버튼


홈즈: 아침 거르고 다녀와도 될까?

왓슨: 아침식사는 하고 가면 안 되겠나?

홈즈: 숌즈 성격에 기다리다 말라 죽을 걸.

왓슨: 할 수 없지. -_-ㅋ

- 세 사람의 학생


(양탄자 밑의 비밀금고 발견하고 손 넣어보는 중)

왓슨: 편지가 있나?

홈즈: 당연히 없지!

- 두 번째 얼룩


왓슨: 자네가 평판에 신경쓴다는 거 다 알아.

홈즈: 자넨 여러 해가 지난 지금도 날 잘 모르는군.

왓슨: 천만에, 아주 잘~ 알지.

- 위스테리아 별장


(사건 해결 후)

홈즈: 그러니까 기분 풀게. 영양 보충하러 갈까? 

왓슨: ...자넨 날 잊어버렸어.

홈즈: 뭐?

왓슨: 자넨. 날. 잊어버렸다고.

- 빈사의 탐정


홈즈: 아우우우~

왓슨: 홈즈, 자넨 침대에 들어가 있어야 돼. 정말로 치명상까지는 아니었다지만 그렇다고 자네가 멀쩡하단 뜻은 아니야.

홈즈: 왓슨, 수선 피우지 마.

왓슨: 수선이라고? 수선? 진짜 꿍꿍이를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나? 난 그냥 그루너의 출국을 며칠 지연시키는 작전인 줄만 알았어. 자네가 나타났을 때 놀라서 죽을 뻔 했다고.

홈즈: 키티가 나타났을 땐 나도 그랬어. 왜 미리 눈치채지 못했을까? 정황상 명백하기 그지 없었는데! 내 머리가 어떻게 됐던 거지?

왓슨: 그루너의 끄나풀들에게 ㅈㄴ 두들겨 맞았지, 기억나나? 말 돌리지 마!

홈즈: 알았어. 놀래켰다면 미안하네. 그 놈이 자넬 쏘도록 놓아두는 게 나을 뻔 했나?

왓슨: 당연히 아니지!

- 비밀에 싸인 의뢰인


(왓슨에게 축음기 자랑하는 홈즈)

왓슨: 대단하구먼. 길버트와 설리번은 없나?

홈즈: 미안하게 됐네.

- 마자린의 보석


왓슨: 그런 장난 좋아하다가 언젠가 큰 코 다칠 거야. 캔들미어경이 심장마비라도 일으켰으면 어쩔 뻔 했어?

홈즈: 십만 파운드짜리 보석을 자기 주머니에서 발견한 게 사인이라면 재미있겠군.

...

홈즈: 베이커가로 오라고 어제 청해 뒀지.

왓슨: 어제? 자신감이 좀 지나쳤다곤 생각하지 않아?

홈즈: 전혀.

...

홈즈: 집에 빨리 가 봐야 하나?

왓슨: 때 되면 간다고 일러 뒀어.

홈즈: 자네가 아직 가장 자리를 잘 지키고 있어 다행일세.

왓슨: 자네 결혼관은 참 희한해.

홈즈: 그럼...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왓슨: 중요한 일인가?

홈즈: 그래.

왓슨: 그럼, 언제나처럼 자네 명을 따르지.

홈즈: 허드슨 부인을 불러 2인분 저녁식사 빨리 올려달라고 전해 주게.

- 마자린의 보석


왓슨: 이런 건 알지 못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한숨) 내가 자네를 안 만났다면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홈즈: 자넨 작가잖아. 상상력을 발휘해 봐.

왓슨: ...발휘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네.

홈즈: 내 생각도 그래.

- 서섹스의 흡혈귀


왓슨: 다친 보람이 있구먼. 위대한 정신 뒤에 숨은 위대한 마음을 봤어.

홈즈: 천만에. 외과의 부를 비용이 걱정됐을 뿐이야.

- 세 명의 가리뎁


(다리에서 재연 중)

깁슨: 홈즈씨, 그런 2류 시 나불대는 것보다 보여줄 게 더 있으면 좋겠소만?

홈즈: 물론 있지요. (계속 나불나불)

(깁슨에게 돌 주워오라 시켜놓고)

홈즈: 뭐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금을 캐오라는 것도 아닌데.

- 소어 다리


왓슨: 홈즈, 나 여기 온 지 30분이나 지났는데 자넨 말 한 마디도 안 했어. 자네가 날 불렀잖아. "괜찮으면 와 주게. 안 괜찮아도 와."

홈즈: 깔끔하게 잘 썼지, 안 그래? 보아하니 안 괜찮았던 모양이구먼.

왓슨: 안 괜찮았지. 여기 오려고 종일 일정을 다 바꿔야 했어. 내 의사일은 그렇게 하찮은 건 아니야.

홈즈: 자네가 여기 올 때마다 걱정하는 마나님도 그렇게 하찮은 건 아니지.

- 기어다니는 남자


(스트랜드지 이야기하다가)

홈즈: 'l'이 하나야.

왓슨: 응?

홈즈: 빈 집의 모험에서, 'head lama'는 'l'이 두 개가 아니라 하나라고.

왓슨: 난 그렇게 쓴 적 없는데?

홈즈: 그럼 조판 실수였나 보지. 뜻을 몰랐던 건 아니지?

왓슨: 그 라마와 이 라마가 다르다는 정도는 알아. 그건 동물 아니야?

홈즈: 그래. 'l' 두 개짜리는 산양의 일종이지. 고도 얼마 쯤에 몇 마리씩 무리지어 살고 어쩌고 저쩌고...

왓슨: 우두머리 산양과 대담을 했다... 아이고 두야;

- 사자의 갈기


(홈즈가 미국에서 연극으로 공연된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홈즈: 그래, 이 [윌리엄] 질렛이란 배우는 어때?

왓슨: 외양은 자네랑 비슷해.

- 사자의 갈기


왓슨: 홈즈, 가볍게 던져야지!

홈즈: 낚시하러 온 게 아니잖아. 그냥 개울가에서 만날 약속을 잡은 것 뿐이야.

왓슨: 그래도 여기 온 이상 마을 사람들의 의심은 안 사야지. 낚싯줄을 가볍게 던지는 거야. 가볍게!

홈즈: ...알았네. (철썩, 퍽)

왓슨: 가볍게!

홈즈: ...으르르릉.

- 쇼스콤 장원


홈즈: 정보를 미리 더 줬으면 3주 반이나 생고생할 필요 없었잖아?

마이크로프트: 네가 부스럼 딱지에 이가 득실득실한 이집트 거지로 변장하는 게 최선의 수사방식이라고 결정한 건 내 탓이 아니다.

홈즈: 그 방법밖에 없었어!

마이크로프트: 헛소리. 안 그런 척 하면서 신파 밝히는 버릇이 또 발동한 게지. 40여 년이 되어가니 좀 나아졌길 기대했건만.

- 은퇴한 물감장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02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59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430
104894 <듀나 IN>1. 제 컴에 무슨 일이 생긴걸까요? 2. 서민의 야식 김치 쌈말이 밥 [5] 젤리야 2011.03.14 1971
104893 나는 가수다, 이소라. [3] sweet-amnesia 2011.03.14 2434
104892 화이트데이 이브에 마트에서 소주 두 병 구입 [1] 태엽시계고양이 2011.03.14 1165
104891 이소라는 가수다&변덕쟁이 팬심 [15] 아이리스 2011.03.14 3823
104890 [염치없는거알아요] 그래도 조금더!! [5] 말린해삼 2011.03.14 1574
104889 민폐집단의 집회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9] whoiam 2011.03.14 1516
104888 조갑제씨가 뽑은 NHK 방송의 특징들. [31] nishi 2011.03.14 3660
104887 이소라-너에게로 또다시(오늘 나가수 라이브입니다.) [7] 자본주의의돼지 2011.03.14 3049
104886 청키면가[忠記麵家] ㅡ 새우완탕+수교(물만두)+국물. [6] 01410 2011.03.14 2647
104885 [스포일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7] 로이배티 2011.03.14 1671
» [바낭] 셜록 홈즈 오디오드라마의 깨알 같은 순간들 [7] 두리번 2011.03.14 2576
104883 보통 몇시간 씩 주무세요? [15] sweet-amnesia 2011.03.14 2774
104882 자꾸 이소라 얘기를 하게 되네요... [14] 지루박 2011.03.14 5160
104881 [듀게유머] <나는 가수다>를 본 박완규의 독설?! [1] 코기토 2011.03.14 2220
104880 이쯤에서 딱히 적절할 것은 없는 변진섭-너에게로 또다시 [1] 메피스토 2011.03.14 1320
104879 나는 가수다 잡담.. + 이소라 [7] 칭칭 2011.03.14 3912
104878 화이트 데이군요.. [2] 제주감귤 2011.03.14 1195
104877 [단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애니메이션 [2] 동글 2011.03.14 1266
104876 조용기 목사 "일본 대지진은 우상숭배 탓" [26] 머루다래 2011.03.14 3872
104875 한국어능력시험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 계신가요? [6] 루아™ 2011.03.14 146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