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7 센티 같아요. 7 센티도 오래 신고 다니면 발바닥이 화끈화끈하지만 동작은 플랫 신을 때와 똑같이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움직이는 버스에서 버스카드 찍고 자리를 잡는 동안 잠시 아무 것도 잡지 않는다거나, 내리막길을 간다거나.

8 센티. 이건 신고 걸을 수는 있는데 '내가 힐을 신었구나,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몸에 붙은 뭔가의 존재를 끝없이 인식하는 건 괴로운 일이죠.

원래 힐을 잘 안 신어요. 스무 살 때 처음 6 센티짜리를 샀다가 너무 아파서 포기하고, 다시 힐을 신은 것이 서른 살. 이 정도면 하이힐형 발로 변형되진 않았을 거예요. 굽이 채 1 센티가 안 되는 걸 신으면 그건 그것대로 충격 흡수가 안 돼서 불편하죠. 하지만 적어도 내가 내 몸을 제어한다는 느낌은 드는데 8,9 센티 짜리는 죽마 타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신발과 나의 물아일체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주저리주저리주저리 쓰고 있는 이유는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요.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예뻐서 사 놓은 8 센티 힐이 있는데 오후에 이거 신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살랑살랑~ 나가면 한 자리에 못 있는지라 기동성 낮은 신발은 쥐약입니다. 누구는 킬 힐 신고 미끄러운 데서 춤만 잘 추던데요. 흑... 오늘은 그냥 커피만 마시고 얌전히 앉았다 들어오든지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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