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결혼을 앞두고

2011.03.19 22:22

살구 조회 수:3124

남동생이 한복맞추는 날이었어요.

결혼할 날짜는 다가오면서 제가 제자신에 대해 실망하는 일이 많습니다.

 

제 여동생이 의젓하게 이런 저런 의견을 내고 예물골라주며 힘들고 소소한 일에 지치는 어머니를 격려하며 그 와중에 홀로 집을 지키고 있을 아버지 간식까지 챙기는 데 비해, 남동생 아이폰으로 한참 오락을 하다가 '혼수로 나 이런거 사주면 안될까!!!' 이러지를 않나.  새로 이사할 신혼집에 방하나를 내놓아라 같이 살고 싶다.. 등등

완전 밉상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남동생에 대한 글을 올린적도 있는데 속이 깊고 지적이에요. 익살스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착해서 생각보다 의지했던 모양입니다.

신부에 대해선 별 불만이 없는데 외려 첫인상이 예쁘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 동생이 아깝다는 생각과 함께 막장드라마의 시누이같은 소리가 툭툭 나오는 겁니다. 처음에는 섭섭해서 그러는 구나.. 하셨던 아버지, 어머니가 질색을 하시네요. 요즘 깨닫습니다. 뇌의 명령을 받지 않아도 입술끝에서 나오는 소리가 있구나..

 

여동생이 귀여운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여동생이 치수를 재는데 같이 있었데요.  요새 부쩍 통통해진 남동생의 치수를 듣는 순간 '아이고 살좀 빼라. 곧 사진도 찍을 텐데.. '하면서 홀깃 신부쪽을 보는데 깔깔 웃으면서 그렇게 좋아하더래요. 저도 좋아하는 사람이 살이 올랐다면 굉장히 좋아했을 것 같습니다.(으응??)

 

제 집에 도착하자마자 남동생에게 아까 했던 쓸데없는 소리는 그냥 해본 소리라고  해줬습니다. 동생은 농담인지 알고 있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네요.

속깊은  것 같으니라구..

 

이번 결혼 끝내면 어머니하고 여동생한테 뭔가 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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