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전력이 좀 멋진 곳이었군요

2011.03.27 08:16

나나당당 조회 수:5183

[분노] 도쿄전력 사장은 왜 TV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가?

3월18일 후쿠시마 제1 원전 상황을 레벨5로 상향조절하면서 보여준 시미즈 사장의 행동은 더욱 가관입니다. 이렇게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했다는걸 인정하고 만 꼴이었는데도 시미즈 사장은 얼굴을 내보이고 사죄를 하거나 하지 않고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그 담화문의 내용이 아주 걸작인데, 한 번 감상해볼까요?

더없이 무겁게 (레벨5가 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 나라가 경험한 적이 없는 대규모지진과 함께

츠나미라는 자연의 위협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언정,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된 것에 대해 통한의 극한이다.

極めて重く受け止めている。わが国が経験したことのない大規模地震に伴う

津波といった自然の脅威によるものとはいえ、
このような事態に至ってしまったことは痛恨の極み

아니, 이게 대체 지금 뭔 개소리입니까!!

레벨5가 된 상황에서 이런 심각한 사태로 발전하는데 가장 크게 일조한 장본인이 사죄의 한 마디도 없이 한다는 소리가 ‘자연재해라서 어쩔 수 없었‘라니…

일본에서 주로 이런 상황에서 ‘통한의 극한(痛恨の極み)’이라고 쓰는 것은 일본 정치가들이 타국에 사죄 같은 걸 할 때 많이 쓰던 표현인데요. 매우 형식적인 표현으로 말하자면 ‘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나한테 책임은 없다

‘라는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 중     략 >--------------------------------


어째서 똑같은 설계로 만들어진 오나가와 원전에는 후쿠시마 1원전보다 더 강력한 지진과 츠나미가 왔는데도 아무 문제가 안 생겼는데, 후쿠시마 원전은 하나도 아닌 1호기부터 6호기까지 전부 문제가 생겼는가 하는 겁니다.

오나가와 원전은 토호쿠전력의 소유로 도쿄전력이 아닌 토호쿠전력이 관리하는 시설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토호쿠에 있음에도 도쿄전력이 관리하는 시설이죠. 이제 차이를 아시겠나요? 그렇습니다. 애당초부터 도쿄전력의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http://www.47news.jp/CN/201103/CN2011030201000689.html

이 기사를 한번 보시죠.

이 기사는 지진이 일어나기 9일 전인 2011년 3월 2일에 올라온 기사입니다.

일본어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가 한 번 번역을 해보겠습니다.

도쿄전력 원전 점검 누락에 주의처분 원자력안전보안위

도쿄전력의 니이가타와 후쿠시마현의 3개 원전에서 다수의 기기에 대한 점검 누락이 발견된 문제로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위는 2일 원전관리의 기본 룰인 보안규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동사를 ‘주의’의 행정처분했다. 주의처분은 4단계 처분 정에서는 가벼운 편인 2번째.

도쿄전력의 보고서에 의하면 과거의 것까지 포함해서 카시와자키카리와 원전(니이가타현)에서 375기기,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33기기, 후쿠시마 제2 원전에서 21기기의 점검 누락이 있었다.

보안위는 점검간격을 관리하는 담당자의 이해부족과 작업량이 극대화된 것 때문에 점검계회표에 입력미스가 있었던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 도쿄전력이 조직으로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고 개선하지 않았던 것은 보안규정에 위반된다고 했다.

점검누락이 있었던 기기의 안전성에 대해서 보안위는 분해와 외관에 의한 점검에서 이상이 없어 당장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보안위는 이러한 점검누락에 츄고쿠전력에 가장 무거운 보안규정의 변경을 명령하고 츄부전력에는 2번째로 무거운 엄중주의처분을 내렸다. 도쿄전력에 대한 처분이 양사에 비해 가벼운 것에 대해서는 “부분적이지만, 과거의 점검누락을 스스로 찾아낸 점 등을 고려했다”라고 했다.

2011년 3월2일, 그러니까 문제의 지진이 일어나기 9일 전에 도쿄전력이 기기 점검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는다는 기사가 떡하니 올라와 있는 겁니다. 게다가 이번에 문제가 된 후쿠시마 제1 원전이 버젓이 기기점검 누락으로 행정처분 받았다는 사실이 올라와 있습니다. 이거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왜 이런 내용은 민영방송과 주요 일간지에는 안 나오고 있는 것일까요?

이 내용에 따르면 결국 업무량 폭주로 점검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는 건데요. 업무량이 왜 폭주하겠습니까? 인건비 삭감한다고 기술자 줄이면 업무량이 폭주하는거지.



방송에서 선정적으로 떠드는 것만 봐서 그냥 원전이란게 의외로 사고에 취약한가 보다 했었는데 도쿄전력 담당이 아닌 곳은 멀쩡했군요.

위와 다른 기사를 보니 일본은 정말 친밀한 나라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는 ‘올덴카’라고 부르는 전기 이외의 에너지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올 전기주택을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사용하는 조명과 난방은 물론이고 조리기구도 전부 IH 대응으로 바꿔서 전기 이외의 에너지, 즉 가스와 석유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주택입니다.…하지만, 도쿄전력 사장이었던 카츠호 츠네히사 사장이 원자력발전소 데이터 조작사건으로 물러나면서 올덴카추진회 회장이 됩니다.…일본은 전기와 가스, 석유 등이 모두 민간기업 관할이기 때문에 ‘전기’ 끼리는 경쟁이 없는 지역별 독점체계이지만, ‘전기와 가스’, ‘전기와 석유’ 등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은 별개의 기업과 순수하게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일본에서도 주방 조리기구와 난방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도시가스입니다. 그렇다면 이 도시가스의 점유율을 어떻게 빼앗어와야 할까요? 간단하죠. 조리기구와 난방도 전부 전기로 바꾸게 하면 되는거죠. 그래서 올덴카가 추진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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