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웬만하면 외박/휴가 복귀 때는 게시판에 글을 잘 안 남기긴 하지만(<-언제부터 글을 잘 남긴 척 하기는....-_-) 오늘은 약간의 스팀을 받아서 글을 한 번 써봅니다.

 

1. 드디어 3월 1일부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병을 달았습니다. 여전히 군생활은 하드코어함의 연속이지만, 제 군생활 난이도 상승의 주범이던 현 왕고 라인들이 슬슬 퇴역할 시점이 되니까 조금은 군생활이 편해지기 시작하네요. 여기까지는 그냥 생존신고차 하는 이야기고...

 

2. 알 사람은 대충 다 알지만(이라고 해봐야 T모님만 아시는 이야기지만=_=) 제 여동생이 이번 달에 아기 엄마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저번 휴가 때에야 겨우 알게 되었었죠. 동생이랑 연락을 잘 안 한 것도 있고, 거기다가 아버지가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신 터라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휴가 나와서야 동생 방이 텅 빈 걸 보게 되었답니다.

(그나마 애아빠 쪽이 개념인이라 동생을 책임져 주겠다고 해서, 혼인신고 하고 같이 사는 중)

 

사실 동생한테는 미안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자기 인생 항로를 결정하는 데 오빠한테 한 마디도 안 말했다는 점은 서운했었고, 동생이 방황하다가 사고를 칠 때까지 아무 것도 못해준 점은 정말 많이 미안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자기 앞가림을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는 걸 보면... 많이 고마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휴가 때는(원래는 여름 때 나가려 했으나 동생 아들내미 보기 위해 다음 달에 나갑니다) 동생에게 먹을 거라도 한 끼 쏴야겠습니다. 애가 산후 다이어트를 하는지라 기름기 있는 건 안되겠고, 괜찮은 과일 종류라도 좀 사서 들어가야겠어요.

 

3. 군 생활에서 휴가와 더불어 가장 좋은 휴식 이벤트라면 역시 외박, 그 중에서도 분대 외박이겠죠. 평소에는 선임 후임으로 나뉘어 있지만 외박 때는 바깥의 형 동생처럼 말도 놓고 서로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도 편하게 풀어놓는 이벤트니까요. 그래서 모두가 분대 외박을 나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살지요.

 

이번에 저희도 그 불을 켜던 분대 외박을 나가게 됐습니다. 원래는 저희 왕고님 전역하는 달에 나가려 했으나, 제가 훈련 때 사고를 치는 바람에 (...) 벌점 크리를 먹어서 다음 달부터는 외박 제한이 걸려 이번 달에 나가기로 했었죠. 하지만 그 덕분에 모 선임이 안 나가는 데다가 채치수(가명. 제 맞후임입니다)가 자기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친구들을 부른다는 것 때문에 솔직히 모두가 외박을 많이 기대했었습니다. 그리고 외박은 거의 기대대로 잘 놀며 지났습니다.

 

 

 

 

 

왕고님이랑 리마리오(저희 처부 투고)가 염장질을 대놓고 지르기 전까지는.

 

 

 

 

 

솔직히 처음 채치수 친구들이 와서 말을 놓기 시작할 때부터 염장은 각오했었습니다. 이미 그 때부터 왕고님과 리마리오는 열심히 작업질을 치고 있었거든요. 저녁 때 되니까 이미 눈이 맞은 게 눈치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저조차도 딱 보이는 지경이 되었었고, 솔직히 김흐긴(제 맞선임)이랑 저는 여자들이랑 잘 되는 것까지는 감당할 만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서로 좋아 죽어도,

 

 

아무리 같이 있는 게 자기네랑 자기 밑밖에 없다고 해도,

 

 

어떻게 방에서 남 생각도 안하고 그렇게 애정 행각을 하시냐고요 =_=  

 

 

네, 솔직히 저도 마음이 갈락말락하는 여자애가 하나 있었지만, 왕고님의 어장에 스스로 들어가려는 모양새를 보고서 '잘 되기를 빌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염장은 솔직히 각오도 했었고. 하지만, 그래도 왕고님이나 리마리오의 평소 행동거지를 보면 루저들(...)을 어느 정도 배려해서 둘이서 있을 때만 서로 생난리를 쳐 주실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왕고님과 리마리오는 그런 저희의 기대를 싹 무시하고, 저희가 있을 때도 느끼하게 애정 행각을 보였습지요. 그나마 방에 있는 남이 저 하나면 다행이었겠지만(저는 그래도 참을 만했으니까요), 하필이면 초반 분위기 쇄신을 위해 열심히 뛰어줬던 김흐긴도 같이 있는 데서 남 생각 안 하고....  거기다가 나중에 거기에 대해서 서운했다고 몇 마디 하니까 그냥 듣기만 하고 미안하단 말도 안 하고..

 

그리하여, 저와 김흐긴은 채치수 커플들의 염장질을 피해 게임방에서 열심히 담배를 빨면서 컴퓨터를 하고, 저는 아침 해장술 기운을 빌어서 이렇게 뒷다마 겸 한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_-

 

4. 아무튼 별별 일은 다 있었지만, 그래도 몸 안 아프고 건강히 군생활 한답니다. 여러분들도 다들 건강하시고 다음 휴가 때(4월 3일날 나갑니다) 때는 볼 수 있으면 같이 만나서 술 한잔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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