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27 17:15
지지난주 수요일의 일입니다.
아들 영어학원 통학을 위해서 버스를 탔습니다. 2정류장쯤 가니 딱 봐도 라틴계(그러니까 남미계이거나 라틴유럽쪽. 절대 아시아계는 아니었습니다)로 보이는 외국 여자애 2명이 타더군요. 한 명은 우리 아들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였고 다른 한명은 비슷하거나 조금 더 어려 보였는데 버스 제일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즉, 제 뒷자리였죠.(저는 제일 뒷자석 바로 앞의 1인용 좌석, 아들은 바로 그 앞의 2인용 좌석 안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침 영어학원을 가는 길이고 하니 뒤에서 아이들이 할 외국어에 관심이 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도통 모르겠는 겁니다. 영어도 아니고, 프랑스어도 아니고, 독일어도 아니고, 스페인어도 아니고, 동남아시아 언어도 아닌 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 언어를 말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한국어도 간혹 있는 듯하고, '알로'라는 말도 있는 듯하고, 너무 궁금해서 진짜 직접 물어보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었죠.
그런데 강남역 사거리 앞 정류장에서 아들 옆자리가 비자 어린 쪽 외국 여자애가 냉큼 달려와서 앉는 겁니다. 당연 아들은 창밖으로 고개 돌리고 외면 모드로 들어가고 저는 내릴 준비를 하며 그 앞에 섰죠. 그리고는 천천히 물었어요.
"너, 어디서 왔니?" (물론 한국어로 물었습니다.)
그 여자애의 대답.
"학교요."
당황해서 다시 웃으면서 물었어요.
"아니, 어느 나라에서 왔니?"
여자애의 대답
"양재요."
그러고 나니 이미 내릴 정류소에 도착해버려 그냥 "안녕~"하고 내렸습니다. 내리는데 그 애가 손을 흔들며 "안녕~"하더군요. 아들이랑 "영어로 웨어 아유 컴 프럼이라고 할 걸그랬나?"라고 하며 진짜 궁금하다 하며 학원으로 갔죠.
지난 주 수요일에 다시 그 정류소, 그 시간에 이번엔 나이 많은 보이던 쪽 여자애랑 조금 어린 듯한 남자애(프랑스계라고 거의 단정지었습니다)가 타더군요. 역시 뒤에서 하는 말은 국적불명. 하지만 약간 한국어가 더 있는 듯도 했습니다. 만약 지난 번 그 여자애가 다시 탔으면 진짜 제가 더 물어봤을 것 같아요.
양재 쪽에 외국인 학교가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쪽 초등학교를 다니는 외국인인지 너무 궁금해서 제가 방금 찾아보니 그 근방에 외국인학교가 하나 있긴 하네요. 거기서 몇 년이나 산 저는 왜 몰랐던 걸까요?
우리 바깥분은 미국 교포인데 어린 시절 백인들이 "당신 어디서 왔소" 라고 물을 때마다 "보스턴이요" 라고 대답하곤 했죠. 그러다가 어느날 양복점에 갔는데 젊은 세일즈맨이 똑같은 질문을 해서 역시 "보스턴이다" 라고 했더니 "난 (클리블랜드인지 어딘지 미국도시) 가 경유지고 그 전에는 이스탄불에서 왔다" 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둘이서 째려보고 싸울... 번 한 건 아니고 우리 바깥분이 "아 그래 서울, 코리아다" 그러고 피식 웃고 말았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