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30 04:49
종종 가는 블로그에서 우연히 지젝의 인용문을 보았어요.
설사 폭력과 강간에 대한 ‘모든’ 보도가 실제 사실로 밝혀졌다 할지라도, 폭력에 대해 떠돌던 이야기들은 여전히 ‘병리적’이고 인종주의적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유발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 인종주의적 편견이며, “그것 봐, 흑인들은 정말 그렇다니까. 문명이라는 얄팍한 껍질에 덮인 폭력적인 야만인들이라고!”라 말하는 이들이 느낀 만족감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기서 우리는 진실을 가장한 거짓말이라 부를 만한 현상과 마주친 셈이다. 내가 말하는 것이 실제로 진실이라 해도, 내가 그런 말을 하는 동기가 거짓인 경우이다.
저는 이 부분을 읽고 무언가 잘 정리되지 않던 생각이 딱, 정리되는 느낌이었는데.
아쉽게도 무슨 책인지는 안 적혀 있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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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젝의 통찰을 근거로 “진실을 가장한 거짓말”을 단죄하기 위해선
상대방의 “동기”가 “만족감”에 의한 것인지 확인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충족하고 그 근거도 충분해야겠죠.
그리고 상대방의 동기에 대한 추정, 그것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에 개입되기 쉬운 폭력성의 위험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할 것이고요.
“a가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b라는 편견에 기초한 발언, 편견을 강화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의도)의미가 아니라면 표현을 c로 바꾸는 것이 좋겠네요.”
라고 말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분들이 우르르 패는 건 어찌 그리 쉽게들 하시는지.
포털과 현실에 병리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사회적 현상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
내 앞에 있는 K의 행동이 그에 해당한다는 판단의 충분한 증거가 되나요?
원리에 대한 빼어난 통찰력은 원리의 개인적 구체적 적용의 정확성을 수반해야죠.
빼어난 통찰력이 자기 확신만을 강화하고, 단순한 배려를 대체해 버린다면
상식 수준의 통찰력을 갖고 스스로를 살피며 상대화하는 사람에 비해 나은 것이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