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말) 오랜만에 씁니다.

 

지난 3월 우행길은 몸 가꾸기였고.. 1. 명상  2. 운동  3.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기  4. 잘 먹기  5. 잘 자기...가 목표였어요.

 

그간 1~4까지는 소소한 진척이 있었지만 수면패턴은 여전히 엉망이었는데, 3월 마지막 무렵, '잘 자기'가 상당한 진척을 보였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기를 안 썼기 때문이죠. 일기 쓰는데 보통 3시간이 걸리더라고요. (발췌를 많이 하면 4~5시간.)  그런데 이걸 안 쓰니, 일찍 잘 수 있었어요 -_-;;  그래서 제 주관적인 체력과 정신력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빡빡한 스케줄인 상황에서도 나름 잘 버텼습니다.  그렇다고 제 몸이 좋냐면, 그건 아니지만요.  스트레스가 심하긴 심한건지, 벌써 10일이나 늦고 있어요. 어쩌면 또 끊길지도 모르겠네요.

 

하여튼  3월이 지난 지금, 정좌 명상은 여전히 매일 못 하고 있지만 평소에 숨에 집중하거나 걷기 명상을 하거나 하는 습관들은 조금씩 더 정착되는 것 같고요, 운동은...반달자세 하는 것 정도..좀 더 나아가 예전에 잘 하던 스트레칭 하는 것. 행복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척추를 똑바로 피고 좀 더 부드럽게 웃는 얼굴을 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잘 먹는 것은, 과자나 빵이나 설탕 먹는 빈도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잘 되었죠. 잘 자는 것도 마지막에 와서는 조금씩 나아졌고요. 한 가지 확실하게 안 것은, 전 몸과 머리가 피곤해서 푹 쉰다고 많이 자고 나면 기분이 아주 안 좋아지더군요. 우울증 환자의 수면을 박탈하면 우울증 증세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는데, 그것과 연관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몸이 아주 많이 피곤하더라도 8시간 이상은 안 자기로 했습니다.

 

5가지를 모두 짧은 시간이나마 찝쩍거려 본 결과, 몸을 가꾸는데 '제 성향과 몸 상태에'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명상이었어요. 명상 명상 하니까 자꾸 종교의식 느낌이 나서 좀 걱정되어 부연설명을 하자면, 제 몸과 정신을 가꾸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지금 여기 현재에 있는 법을 배우고, 나 자신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서 세상과 삶에 대한 습관적인 태도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체계적으로 고안된 일종의 정신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직접 몸을 던진 것이었어요.  음, 제가 보는 명상은 대강 저렇습니다. 제대로 명상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저같이 불성실하게 찝쩍거리며 주변만 빙빙 돌 뿐인데도 가끔씩 이리 효과가 좋으면( 정서를 안정시킨다던가 충동을 억제한다던가 폭주하려는 기분이 순식간에 쏵 가라안게 한다던가) 제대로 수행만 하시는 스님이나 수행자의 정신 수준은 대체... 그래서 심리학자들이 툭 하면 티벳 승려들 뇌를 찍어대는지도 모르죠. 신기하니까. 어쩌면 제가 '마음의 병'을 앓았기에 '마음을 단련하는' 명상이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죠.

 

 

 

2.

 

이 번 달 우행길은  <목표에 전념하기>입니다.

 

행복은 주관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안녕감, 그리고 기분 좋은 느낌, 또 내 인생은 의미있고 가치있다는 확신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된 개념입니다. 그리고 목표는 '인생의 의미'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죠. 즉 정말 가치있는 목표를 찾고, 평생에 걸쳐 그것에 전념하며 산 사람일 수록 스스로의 인생이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쉽고, 그럴 수록 행복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목표'는 행복에 핵심적인 부분이에요.

 

혹은, 목표는 우울증 재활이 심화 단계에 들어섰을 때  꼭 필요한 삶의 당근이기도 합니다. 우울증은 모든 것이 멈춰있는 상태거든요. 정신도 몸도 움직임이나 변화, 발전이 없어요. 고정된 사고 패턴은 늘 거기서 거기로만 (부정적으로) 뱅뱅 돌아가고 몸은 축 처지다 못해 좀비화가 되지요. 그래서 움직임이 없어요. 반면 목표는 '여기가 아닌 저 다른 어딘가'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불 속에서 뛰쳐나와 세상에 뛰어들어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움직여야하죠. 그렇기에 삶 속에 움직임이 가미되기 시작하는 순간, 우울증은 서서히 엷어집니다. 전 늘 '목표' 없이 방향 없이 부유하며 산다는 평가를 받았죠. 우울증 때문이기도 하고, 성격적으로 인지적으로 '실패의 덫'에 빠져있기에,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 자체가 너무 두려워서 목표 설정 자체를 제대로 안 하거나, 설정하고 난 후에도 '난 절대 안될거야' 생각하고 지레 포기하거나, 혹은 너무 허황되고 공상적으로 도달이 불가능한 먼 무언가를 목표로 삼는 것으로 '현실적인 목표추구 활동'을 회피하거나 해 왔기 때문이죠. 행복을 위해서도, 저 나름의 심리적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위해서도 '제대로 된 목표'를 찾는 것은 꽤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목표가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대강 살펴보고, 제 목표도 찾아보고, 목표 추구를 하려는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혹시 있다면 디벼보고, 목표 추구 활동이 효율적이 되려면 일상을 어떤 식으로 조직해야 할까 하는 부분도 고려해보고... 이것 저것 해보려고요.

 

하다가 재미 없으면 다른 것도 찝쩍거리고.

 

 

 

3.

 

오늘 사온 책은 <당근과 채찍>입니다. 목표와 관련되어서는 '어떻게 하면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것인가. 어떻게 하면 꼭 해야 하는 일을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것인가'와 관련 있는 책으로, 학문 필드로 따지면 행동경제학(경제+심리)쪽 서적이랍니다.

 

2009년인가, 신문을 보다가 StickK.com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어요. 여기서는 이를테면 "내가 6개월 이내에 12kg을 빼지 못한다면, 뉴라이트 연합(혹은 어버이연합 혹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혹은...)에 300만원을 기부하겠다!"는, 법적인 효력이 있는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사이트죠. 신용카드로 미리 해당 금액 결제를 걸어놓고, 매일 매일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가 공약한 활동에 대한 레포트를 해야 하고(일주일에 한번이던가..), 감시인도 설정할 수 있고.. 친구 3명이 다이어트 모임 만들어서 살 제일 많이 뺀 사람한테 옷 사주는 계모임..의 확장 버전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 당시 '영어공부'관련해서 두어개 계약을 맺었는데, 결국 영어공부는 제대로 안 했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레포트하기도 싫었는데 돈은 정말너무너무 내기 싫었던 저는 차선책으로 그 계약에 사용되었던 신용카드를 분실신고 해버린 기억이 납니다.  (그럼 미리 결제예약을 걸어놓은 신용카드라도 돈이 더이상 안 빠져나가니까..) 그 다음에 뭔가 시스템이 복잡하게 업데이트가 되었을텐데, 그 이후로는 안 가봐서 모르겠어요. 

 

 <당근과 채찍>은 그 사이트를 운영하시는 교수님이 쓴 책이더군요. 나름 인연이 깊어요..흠....앞에 조금 읽어봤는데 나름 괜찮네요.  '목표 추구를 위한 행동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데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4.

 

긍정심리학! 하면 '시크릿'을 바로 떠올리시면서 '긍정성' '낙관주의'에 적대감을 표하시는 분들을 종종 뵙니다. 그럴 때 마다 <긍정의 힘>, <시크릿>같은 책이 '긍정심리학'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오염시켜 놓았는지 놀라게됩니다.

 

 제대로 된 긍정심리학 서적 좀 읽어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혹시 계시면,  다음과 같은 책을 추천합니다. 다만 전문 학자들이 쓰신 책이라  <시크릿>(이나  <꿈꾸는 다락방>같이 휙휙 읽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아웃라이어> <블링크>같이 출중한 글빨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넋이 나가는 책도 아니라는 점 정도는 살짝 고려하셔야...  그렇다고 재미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요 ^^

 

 

<모나리자 미소의 법칙> by 에드 디너  : 현존하는 최고의 행복전문가가 쓴 최초의 행복대중서입니다. 긍정심리학이 태동하기 전 부터 행복연구만 주구장창 30년..

 

<행복의 가설>  by 조너선 헤이트 : 세계 10대 사상을 현대 심리학 이론들과 비교하면서 '행복'에 대해서 찾아보는..다루는 사상 자체가 워낙 깊이가 있어서 지적이면서 얻는 것도 많습니다. 괜찮아요.

 

 <How to by Happy> by 소냐 류보머스키 : 수많은 연구에 근거한 '행복해지는 구체적 방법'들을 이야기합니다. 실용적이고 내용도 풍성합니다.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by 대니엘 길버트 : 인지심리학자분이 쓴 책입니다. 인간은 왜 행복을 추구하면서 정장 행복해지지는 못하는가...그 이유는 인간 인지의 근본적 오류 때문이다. 재밌죠. 글도 꽤 잘 쓰셔서..

 

<몰입 Flow : 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by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기타 이 분의 각종 <몰입> 시리즈.. : Flow 개념의 창시자시죠. 몰입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기왕이면 원작자?의 책으로..저 책이 제일 대중적인 책 중 하나일 듯?

 

<긍정심리학> <학습된 낙관주의> by 마틴 샐리그먼 : 긍정심리학의 창시자죠. '학습된 무기력' 개념의 창시자로, 젊으실 때 우울한 사람들의 사고방식 연구의 대가셨다가 미국 심리학회 회장자리에 오르시면서 '우리 우울하고 미친 사람들 연구는 그만 하고 잘 나가고 행복한 사람들 연구도 좀 합시다!' 일갈을 하는데 그게 펑 터지면서 전세계적으로 긍정심리학 폭풍이..

 

쓰고 보니 별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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