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좋게 봤습니다.

 

사실 오늘 본 건 아니고 지난 주에 봤는데, 그냥 곰씹어보다가 의견이 궁금해져서 포스팅해요ㅎㅎ

듀나 님 평도 읽고, 보신 분들 포스팅도 (아마 모두) 읽어봤습니다.

그래서 딱히 뭘 좋게 봤는지는 구구절절 쓸 필요는 없더군요.

어떤 걸 쓰든 간에 이미 누군가의 포스팅에 있는 장점이랄까? -_-;;

 

배우들의 연기가 좋고, 각본도 좋고, 제목도-원제도 번역 제목도- 좋고, 연출도 좋고, 엔딩도 좋고, 뜬금없는 유머도 좋고.. 뭐 다 좋아요.

 

그럼 남은 건? 제가 쓰게 될 부분은? 캐릭터랄까 사람에 대한 이야기.. 궁금증 같은 것이죠.

뚜렷한 메인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연출의 명쾌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닌..

실제 사람 같은 캐릭터들의 실제 삶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만 할 뿐인 영화죠.

계속 이어져가고 있는 삶을.. 쭉 보여주는 게 아니라 부분부분 발췌해서요.

영화에서 안 보여준 부분의 삶(계절 사이사이의 삶)도 계속 이어져갔을 것만 같은,

그리고 겨울 이후에도 살아갈 것만 같은 사람들, 이어져갈 것만 같은 삶들.

 

인간의 반응은, 그리고 그 반응이 드러나는 매개체인 '표정'이란 것은 사실 애매모호합니다. 특히 애매한 순간에는 더더욱 말이죠.

우리는 이 영화에서 그들의 반응이 보통 영화와 달리 명쾌하지 않기 때문에 잘 알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보통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캐릭터가 화가 났구나, 기쁘구나, 슬프구나, 질투하는구나, 무시하는구나 등등을 알 수 있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아니란 거죠.

 

조는 메리의 집적거림에 대해 어디까지 눈치를 챈 것인가.. 또,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한 것인가..

 

여름이었나 가을이었나.. 하여간 메리의 노골적인 구애(술 한 잔 하자.. 연락해라.. 등등을 정원에서 둘만 있을 때 계속 말할 때)

그 씬에서 메리의 대사 중에 조의 얼굴 표정이 클로즈업으로 자주 잡히는데.. 저는 반응이, 표정이 참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했어요.

의심해오던 것을 그 순간에 확신하며 눈치를 챈 것 같기도 하고,

의심은 들지만 이모 같은 마음일 거라 애써 생각하며 혼란스러워 하는 정도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의심은 안 하는 채로 메리가 좀 이상한 상태라 생각하며 안스러워하는 정도인 것 같기도 하고..

제 상상을 오버하자면, 기분 나쁘지만 즐기는 느낌도 있는 것 같고 -_- (마음에 없는 누군가가 자기에게 반한 게.. 곤란하면서도 은근 기분 좋기도 한?)

클로즈업 표정이 참 복잡미묘하더군요. 뭐 나중에 우리가 알게 됐듯이 연락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건 차후 행동을 우리가 본 것뿐이죠. 그 순간의 심경은 알 수가 없더라고요.

여자친구가 안 생겼다면 연락을 할 수도 있었을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로니(톰의 형)은 메리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또 그와 린다와 칼은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요.

 

로니는 칼의 말대로 린다에게 좀 몹쓸 짓을 한 걸까요? 전혀 명쾌하게 묘사되지 않았죠. 칼의 말이 진실인지, 그냥 망나니의 진상인지.

즉, 로니는 어느 정도 린다에게 잘못을 한 것일까.. 했다면 깨닫고 있었을까, 별 생각 없다가 칼의 분노에 그제서야 깨닫고 돌이켜보는 중인 걸까.

로니의 표정은 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_- 읽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 모로 말이죠. 그저 무뚝뚝해요. 나무 같이 가만히 있기만 할 뿐이에요.

칼의 말을 부인하지도 않고 수긍하지도 않고.. 톰과 제리 부부에게 변명하지도 않고 그저 듣고 있죠.

린다와 감정 교류 없이 그저 밥을 차려주는 식모나 빨래와 청소를 해주는 가정부로만 사용하고 있었을까요?

 

메리의 황당한 제안.. 휴가 내고 가서 정리를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들었을 때의 반응도 참 읽을 수 없다고 봤습니다.

크게 봤을 때 둘 중 하나겠죠. "이런 미친냔;;" 이랑 "어라.. 솔깃한데?" -_-

그의 무뚝뚝한, 무반응의 표정에서도.. 제안을 듣긴 들었고, 좀 놀란달까 황당한 눈빛으로는 메리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대답이 없죠.

그 이후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메리의 신세 한탄을 한참 반응없이 들어줬던 로니의 대답은?

 

엔딩 직전의 테이블.. 톰, 제리, 조, 케이티의 행복한 대화.. 거기에 끼지 못하고 유리벽 안에 있는 듯한, 행복한 가정이 나오는 TV 프로그램을 구슬프게 보는 듯한 메리가 비춰집니다.

그리고.. 그런 메리를 로니가 쳐다보더군요. 저는 나름대로 로니가 그 순간의 메리를 응시하는 것 자체는 꽤 명확하게 영화에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메리를 바라보며 로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친하다더니 개왕따구먼?"일까요..-_-;; "외로움의 극한.. 나와 동류로구먼.."일까요?

혹시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 메리는 로니를 도와주러 가게 될까요..?

 

 

제리는 자넷(영화 시작 불면증 환자)을 이해하려고 했는가? 일에 애정이 있긴 한가? 환자들을 보며 왜 행복하게 못 사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이해못하는 것은 아닌가..

제리는 주변 사람들을 사적 관계가 아니라 환자의 연장선상으로 보는가.. 이렇게 쉬운 행복을 갖추지 못하는 것을 답답해하며.. 지적질;;하며 자신도 모르게 우월감을 갖는 건 아닌가..

"행복이 제일 쉬웠어요" 부류의 사람-_-;;은 심리상담자로 적합한가.. 이런저런 의문도 들더군요.

 

 

모든 캐릭터의 삶이 와닿기도 하더라고요. 그렇다면 내 인생은 루저 중의 루저인가;;;;;;;;

짧게 짧게 묘사되는 작은 캐릭터들도 모두 온전한 하나의 사람인 게 놀라웠어요.

켄처럼 저는 버림받아서 삶을 관리 안하고 폐인이 된 적이 있고..

잭(골프 같이 치고, 큰 파티에 같이 있는, 아내가 아픈)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병에 걸려 스러져가는 것을 지켜본 경험도..

제리처럼, 그걸 왜 모르는지 답답해하며 우월감 느끼며 지적질해댄 경험도..

조처럼 어이없는,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대쉬를 받았던 경험도 있죠.

 

하여튼, 카메라 안 돌아갈 때도 흘러갈 것 같기만 한 그들의 인생이 궁금해서이기도 하고.. 모든 캐릭터에 다 애증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분절된 이들의 삶의 장면들과, 캐릭터들을 보고 와서는 자꾸 그 빈 공간을 상상하게 되고, 궁금해지네요.

 

 

 

p.s. 번역자가 여자분 이름으로 기억하는데, 영국 축구팀 이름들이 어설프게 번역되어있더군요ㅋㅋ

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 등등이 아니어서인가..? -_-;;;;;;;;

총 세 팀이 언급되는데요.. 모두 현재 챔피언쉽(2부 리그 격) 팀입니다. 더비 카운티, 헐 시티, 크리스탈 팰리스...

더비 카운티와 헐 시티는 최근 2~3년 중에 어느 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에 올라왔던 적도 있었죠.

각각 '더비', '헐', '팰리스'라고 호칭되고 있던데.. 마지막 팀이 좀 이상하게 자막이 뜨던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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