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플스 호텔과 후지무라 미와코

2011.04.05 20:01

도너기 조회 수:2924

무라카미 류의 래플스 호텔이라는 소설을 (다시) 읽었습니다. 표제로 사용된 싱가폴의 유명 호텔을 얼마전에 구경하고 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는데... 작중의 공간들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어서인지 예전에 읽었을 때보다 훨씬 흥미롭더군요.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인데, 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신비하면서도 치명적 매력을 지닌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류는 서문에서 "후지타니 미나코라는 실제 배우의 영향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고 소설을 썼으며, 현실 속의 후지타니 미나코는 극중 주인공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하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네, 이 소설은 영화가 거의 완성된 후 쓰여졌습니다. 실제 여배우가 먼저 존재했고, 그녀에게 영감을 받아 래플스 호텔이라는 영화가 바로 그녀를 주인공으로 해서 만들어졌으며 이후 소설로 쓰여졌던 겁니다.

 

소설을 다 읽고나니 영화가, 사실은 그 여배우가 너무나도 궁금해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은 오래된 일본 영화를 구해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을 테지만, 인터넷의 발달은 이런 고민쯤 쉽게 해결해 주더군요. 네, 어둠의 경로로 그리 어렵지 않게 구해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소설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내용이었고, 영화의 분위기는 예전에 본 류의 또다른 영화 "토파즈"와 또 닮아 있었습니다. 소설에서 느끼는 류와 (감독한) 영화 속에서 느껴지는 류의 모습은 많이 다릅니다만 토파즈와 래플스 호텔이라는 두 영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주 비슷했던 거죠.

 

배우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지 않아서 검색을 좀 해보았는데... 도무지 이런 배우가 나오지 않습니다. 어찌된 일인가 하고 IMDB가서 확인해보니 '후지타니 미나코'가 아니라 '후지타니 미와코'였습니다. 이건 명백한 번역자의 실수겠죠.

 

검색에 걸리는 내용을 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녀는  "2대 기행 여배우 중의 하나"로 불리운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누군지 모르겠습니다만) 버라이어티에 나와서 상식을 벗어난 이상한 발언과 행동을 한다는 거죠. 한번은 황궁 정문까지 택시를 타고 와서 황녀를 만나러왔다며 들여보내달라고 소동을 부린 일도 있다는 군요.

요즘 우리식으로 말하면 '4차원 여배우'인 셈인데, 무라카미 류의 언급이 어떤 의미인지 대강 짐작되기도 합니다.

 

생김새는 딱 80년대 일본 미인처럼 생겼습니다. 누군가 닮았다는 느낌도 있는데..  하여튼 오래전에 잡지책에서 본 이쁜 누나들을 떠올리는 이미지입니다.

 

(영화속의 그녀는 왼쪽 사진보다도 젊고 신비롭게 생겼습니다. )

 

IMDB를 보다보니 무라카미 류는 5편의 영화를 감독했고, 11편의 영화에 시나리오 혹은 원작자로 이름이 올라 있군요. ('래플스 호텔'은 류가 시나리오를 혼자 쓴 건 아니고 드라마 작가로 90년대를 풍미했던 노자와 히사시가 참여했습니다)

 

그 중에서

"だいじょぶ、マイ フレンド(괜찮아, 마이 프렌드)"

라는 작품이 있는 모양인데... 이것도 소설판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만 저는 처음 들어보는 거라... 혹시 이 소설에 대해 아시는 분 계신가요? 국내 번역된 류 소설은 거의 읽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런 제목은 기억이 안나네요. 국내 미번역된 작품인지, 혹 다른 제목으로 번역된 작품인지 아시는 분 계시면 댓글 달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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