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6 21:32
외근하고 바로 집에 오는 길이었습니다.
지하철역을 향해서 걸어가고 있는데 운동화-옥스포드화만 파는 가게가 눈에 띄더군요. 대부분 운동화고 끈을 묶는 낮은 구두도 몇 가지 있고요.
소공자 (소공녀가 아님) 구두를 보면 눈이 뒤집히는 저는 넋을 잃고 이 신발 저 신발 구경하고 있었죠. 그나마 이성이 발동한 것은 굽이 너무 얇은 구두는 발이 아프다는 거였어요. 이것도 이쁘다, 어머 저것도, 하면서 차례대로 집었는데 다들 종잇장처럼 뒷굽이 납작한 겁니다. 1 센티는 있어야 뒤꿈치가 안 아플 것 아니냐고요 ㅠㅠ
계속 실패하고 들었다 놨다만 반복하는데 안에서 주인이 나오더군요. 너무 오래 구경하고 있는 바람에 그냥 갈 타이밍을 놓친 찰나, 주인 아저씨의 한 마디가 결정적으로 제 뒷덜미를 낚아챕니다.
"아가씨 어떤 거 찾아요?"
아가씨!
그냥 갈 수 있습니까? 그렇지만 정말로 다들 납작납작 투성이라 재빨리 눈동자를 굴려서 '만 원 균일' 더미를 찾아냈습니다. 이거요! 이런 거요! 전 거의 부르짖었어요.
"남자 건데. 여자 건 여기랑 저기 저쪽에도 조금 있으니까 천천히 찾아봐요."
오오 이런. 이젠 정말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매의 눈을 동원해서 가장 싼티나는 놈을 골랐습니다. 다행히 만오천 원이라더군요. 좀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저는 안에서 다른 손님이 계산하는 걸 슬쩍 엿보고 있었단 말입니다. 예상 외로, 음 그러니까 그냥 길가다가 주머니에서 꾸깃꾸깃 잔돈 꺼내 사는 기분으로 내기엔 큰 돈이더란 말이죠. 어쨌거나 만오천 원이라니까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계산하러 들어갔어요.
제 사이즈를 말하고 여유를 가지고 (우훗) 가게 안을 둘러보는데, 이번에는 주인 아저씨가 ^^;; 이런 표정으로 오시데요.
"손님 미안합니다, 내가 지금 바빠서 그 사이즈를 찾아다 줄 수가 없어요. 다음에 다시 오실래요? ^^;;;;;"
전 정말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그 가게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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