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8 20:01
엔터미디어에는 있는데 게시판 리뷰에는 안보이는군요.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피터 위어의 [웨이 백]을 보면서 가장 먼저 신경이 쓰였던 건 언어 문제였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야누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시베리아 수용소에 감금되었다가 탈출한 폴란드인이다. 이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가 짐 스터지스이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그가 영어를 할 것이라 기대했다. 아, 그런데 이를 어쩌랴. 스터지스는
폴란드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엄청 신경 쓰인다. 뜻 하나 못 알아먹는 외국어를 암기로만 해치우면서 그걸 자국어인 척할 때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가짜처럼 보일 때가 없다. 스터지스는 아내가 하는 폴란드 말 대사를 알아듣는 척하면서 괴로워하는 연기를 썩
잘하지만 아무리 잘해도 그의 연기는 흉내다.
나는 제발 ‘마법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여기서 ‘마법의 순간’이란 외국어를 다루는 할리우드의 특별한 기술이다. 스탠리
크레이머가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존 맥티어난이 [붉은 시월]에서 이걸 써먹었다. 한동안 배우들은 독일어와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화면이 갑자기 삐끗하면서 마술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영어 자막으로 전달되던 외국어 대사가 어느 순간
초자연적인 더빙과 함께 영어로 바뀌는 것이다. 짜잔! 당연히 위어도 이 트릭을 써먹을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