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커피

2011.04.14 23:38

늦달 조회 수:4386

커피 전문점이 전주에도 B52폭격기가 지나간 것처럼

여기저기 있습니다.

저 많은 커피전문점이 문을 닫지 않는 것 자체가 전 신기할 정도...


사실 중국도 요즘은 보이차의 고장 운남지방에서도

차를 갈아엎고 커피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요.

커피가 차보다 수익성이 월등히 좋으니, 일반 차농사 짓는 입장에서는 커피나무를 선호하는게 당연하지요.


제가 요즘 여친 따라 커피를 여러종류 마셔봤는데,

전주 커피가 그런지 모르겠지만, 로스팅 과정에서 커피를 일부러 더 태운 것인지,

커피맛이 거의 천편일률적입니다.

전 믹스커피나 일회용 커피같은 것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성품 커피는 열외로 하겠습니다. 


제가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로스팅 과정때문인데,

로스팅 과정을 거치면서 나오는 커피 특유의 탄맛을 제가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로스팅 과정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실감하고 있어요.

사실 맛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로스팅만큼 결정적인 것도 없을 거에요.


차의 경우에 보면 

발효가 일어나지 않는 불발효차를 녹차라 하고,

전발효라고 하는 엉터리 발효, 즉 산화인데 발효라고 우기는 홍차.

후발효라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을 얻은 완전 발효차 보이차는 흑차라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황차 (황차는 발효 정도가 적당하다라고 보면 됩니다.)

차의 경우는 색깔에 따라 백차 ~ 흑차까지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지만,

발효차의 경우에는 그 맛과 향이 참으로 다양해서 뭐라 정의 내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저는 보이차도 즐겨마시지만, 우리나라 황차를 즐겨 마십니다.

우리나라는 본질적으로 물이 깨끗하고 좋기 떄문에 차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웠습니다.

차가 발달한 중국의 강남지방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수질은 참 좋죠.

그래서 우리나라의 발효차는 역사가 일천하다는 표현이 적당할 겁니다.

녹차와 발효차의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제시대와 동란을 겪으며 전통이 이어지기 어려웠죠.


보이차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저런 발효차가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운남성과 같은 대엽종 즉 큰잎의 차나무가 자랄 수 없는 기후인지라,

차나무 하면다 녹차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발효차는 다 녹차잎으로 만든 것이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보이차는 좋은 보이차건 나쁜 보이차건 먹으면 이건 보이차다 라는 

보이차만의 특유의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발효차는 똑같은 녹차잎으로 만든 차가 맛나 싶을 정도로

맛이 다양합니다.

황차를 마시면서 제가 가장 크게 놀란 점이죠.

또 발효 과정이 얼마나 오묘하고 다양한가를 느낀 것이고요.


제가 우리 황차에 빠진 가장 큰 이유도 중국차에 대한 절대적 불신떄문인데,

우리나라 황차는 대체로 안전하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거의 절대다수의 황차는 솔직히 말해서 그냥 녹차 먹는 것만도 못합니다.

그중 일부 차농가에서 자신만의 발효기법으로 제대로 된 황차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제가 처음 자하청다라는 우리나라 스님이 만든 발효차를 마셨을 때

좋은 보이차를 마셨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마시면서 희열이 느껴졌습니다.

유기농 녹차잎을 5년동안 발효시켜서 홍차처럼 붉은 계열의 차였지만

이때부터 제가 우리나라 발효차에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황차에 빠질수록 대부분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황차를 찾는 이유도 황차가 갖고 있는 그 부드럽고 연한 맛 때문이죠.

보이차같은 흑차는 완전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특유의 강한 향미를 갖고 있습니다. 

즉 커피의 로스팅 과정처럼 완전발효를 거치면 맛이 통일된다는 것이죠.

물론 그 가운데서도 어마어마한 등급이 있습니다만. 황차와 같은 가능성이 묻어나는 차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시판에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아 잠시 카페인 이야기를 하다

제가 좋아하는 차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커피 시장은 갈수록 커지는데, 차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제주도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사실 커피보다 차가 맛도 다양하고 카페인 부작용도 적고 몸에도 더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문화와 실용성이라는 측면에서 차가 커피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제성까지도요.

커피는 들고다니면서 마실 수 있지만, 

차를 들고 다니면서 마신다는 것은 상상하기 좀 어렵죠.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차뿐만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그 분위기와 그 여유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다도라는 말도 나오게 되었고,

차를 마시는 사람 특유의 스타일이 나오게 되죠.

이런 모든 것이 우러나와 다도라는 하나의 스타일이 나오게 되는데

이런 멋진 문화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덧글.

커피를 깎아내려 쓴 글은 아닙니다.

다만 커피때문에 밀려나는 차 문화가 아쉬울 뿐이죠.

제가 좋아하는 바흐는 커피를 얼마나 좋아했으면 커피 칸타타까지 만들었습니다. 

커피도 좋은 음료입니다. 이에 조금의 이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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