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문제 내는 데 지쳐서 잠시 유튜브를 헤매며 시간을 죽이고 있습니다.




한 때 돈 적게 들여서 짭짤한 퀄리티의 오락물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인정 받았던 존 바담 감독의 영화였죠. (요즘엔 티비 시리즈 연출만 하는 듯.)

정작 전 개봉 당시엔 보지 못 하고 즐겨 듣던 라디오  '영화음악실'에서 주제가만 듣고 반해서 녹음해 놓고 노래만 줄창 들었지만;

참고로 제가 가장 열심히 들었던 영화 음악 프로는 '이선영의 영화음악실'이었습니다. 뭔가 교양있고 품위 있는 부잣집 마나님같은 목소리도 좋았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영화 음악 100선' 스러운 선곡들도 그 땐 참 좋아했습니다. 듀게에서 영화 음악실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정은임씨겠지만. 나중에 정영음이 인기를 끌 때 쯤엔 라디오를 잘 듣지 않고 살아서 그 분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어요. 티비에서 할 때만 좀 봤었죠. 뭐 암튼.


아론 네빌의 목소리도 좋고 영상 속의 말 그대로 '풋풋한' 멜 깁슨과 골디 혼의 모습도 좋네요. 개봉 연도를 찾아보니 벌써 20년이 넘었습니다. 흠;

그리고 그 당시엔 그렇게 생각 안 했었는데, 기억 속의 모습보다 훨씬 에쁘네요 골디 혼. 45년생이니까 개봉 당시에 이미 한국 나이로는 46세. 요즘 같은 분위기였다면 '절대 동안' 이니 '헐리웃 베이글녀' 어쩌고 하는 수식어가 줄창 따라다녔겠다는 생각이. (아. 싫다...;)

갑자기 이런 류의 좀 (지금보면) 촌스럽고 정겨운(?) 옛날 헐리웃 영화가 땡기네요.




어지간한 장르는 다 좋다고 보는 잡식성 취향이지만 거의 유일하게 못 견디는 장르가 바로 '감동과 눈물의 인간 승리 드라마' 류의 영화들입니다.

마음이 선량하던(?) 시절엔 저도 잘 봤었는데 언제부턴가 인간이 삐딱해지면서 싫어지더라구요. -_-;;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좋아합니다. 아니 사실 대충 스토리를 전해 듣고는 극장에선 안 봤어요. 어쩌다 티비에서 잠깐 보다가 '쑈 미 더 머니!' 씬에 낚여서 끝까지 보고, 바로 비디오로 빌려서 처음부터 다시 보고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올리게 되었죠.


톰 크루즈도, 르네 젤위거도 제겐 이 영화속 모습들이 이 분들 최고의 연기이자 최고의 캐릭터들입니다.

쵸큼 유능하지만 무책임하고 자기애 강한(심지어 그 로맨틱하다고 인기 많던 마지막 대사도 'You complete me' 아닙니까; 포미닛이라도 소개시켜주고 싶은 녀석 같으니라구), 그리고 무지 잘 생긴 남자. 어딘가 모르게 좀 궁상맞고 촌스러운 티를 벗어내지 못 하지만 그냥 그대로 사랑스러운 여자. 비주얼부터 캐릭터까지 이 배우들에게 너무나 잘 어울려요. 


뭐 감독이 감독이니만큼 음악도 좋고 대사도 괜찮고 화면 때깔도 훌륭해서 그냥 멍하니 틀어놓고 딴 짓 하다 보면 언제부턴가 열심히 보면서 끝을 맞이하게 되는, 그런 영화입니다.





(한국에서는) 영화 자체 보다도 음악이 훨씬 유명하고 인기 많은 영화들이 몇몇 있죠.

이 영화는 제겐 그런 영화의 대표격 같은 영화였습니다. 브랫 팩 군단이니 청춘의 고민과 방황이니 앤디 맥도웰이 어쩌니 말만 많이 들었지 영화는 보지 않은 채 근 20년간 사운드 트랙만으로 기억되었던; 얼마전에 세일하는 블루레이 어디 없나... 하고 사이트를 헤매다가 꽤나 합리적인 가격에 팔길래 보고나면 실망할 걸 알면서도 그냥 질러서 봤습니다.


결과는 뭐.

조엘 슈마허가 원래 이런 영화도 찍었구나.

앤드류 맥카시 귀엽네.

앤디 아줌마 오랜만.

데미 무어 예쁘네.

로브 로우 캐릭터 짜증나.

저 한국인 캐릭터 도대체 뭐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역시 데이빗 포스터 대인의 음악은 좋고 가끔 때깔나는 화면과 함께 나올 때면 눈과 귀는 충분히 즐겁군하.

등등등.


내용은 정말 별 거 없었죠. 맘만 먹음 충분히 잘 나가면서 편히 살 수 있는 것들이 쓸 데 없는 낭만과 환상, 자뻑에 젖어 무의미한 삽질을 계속하다 그나마 좀 철이 들면서 끝나는 영화... 라고 정리되었습니다; 인간들도,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들도 어쩜 그리 얄팍하고 자뻑스럽던지. 이 영화 인간들의 고민에 비하면 '스킨스' 캐릭터들은 다 다큐멘터리급이라고 해도 과한 말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이런 영활 보니 그게 또 괜히 정이 가는 부분도 있더라구요. 사실은 재밌게 봤습니다. -_-;;;


아.

시험 문제 내야지.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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