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제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요..

2011.04.15 04:13

being 조회 수:4581

흠..

 

제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요. 오늘 듀게에 헛소리 잔뜩 든 댓글들  달아댈 때도 '그래. 나 지금 폭주 중이구나..' 싶었는데..아..그만 했어야 했는데. 댓글들의 내용은 평소 생각대로 쓴 것들이긴 한데, 그걸 그런 식으로 계속 달아댈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댓글들을 달면서도 스스로 느끼기에. 그런데도 기분이 안 좋고 뭔가 회피하고 싶으니까 계속 댓글 달고 있대요-_-?;; 

 

일 주 전 부터 알아차리긴 했는데, 어제 그제 위빠사나 명상 (호흡 알아차리기..)을 하루 중 상당 부분 꾸준히 해내면서 그럭저럭 다잡고는 있는데, 오늘 밤에 스트레스 터지는 일도 여러개 겹치면서 감정이 한번 치솟고 나니 명상 할 생각도 잘 안들고...  확실히 사이클이 다운 쪽으로 흘러간 것은 맞는 듯.. 지금 돈 받으로 오라는 문자가 오고 있는데도, 계속 못 가고 있어요. (기백만원이 넘어가는데 -_-) 말이 됩니까. 그냥 가서 받아오면 되는건데, 못 가는거에요. 귀찮다 생각도 아니고 가긴 해야지..생각은 하는데, 그냥 행동으로 안 옮겨져요.

 

제가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나타나는 대표적 증상은.. 방이 엄청 더러워집니다. 일주일에 2~5권은 사다 나르는 책과 잡지들이 사방 팔방에 쌓이고 벗어놓은 옷들도 제자리에 고이 각 잡아 걸어놓지 못하고, 그냥 제 자리인 듯 싶은 곳에 대강 대강 접어놓는 시늉만 하는 식으로 박아넣죠. 그리고 책상 위의 관엽식물들도 시름시름 앓아가고 있습니다. 한 녀석은 잎이 누래져서 죽어가고 있어요. 제가 가정주부였다면,  아마 설거지가 계속 쌓이고 빨랫감도 계속 쌓이거나, 빨래를 그럭저럭 하기는 하는데 세탁기에서 빼서 탈탈 털어 말렸다가 각잡아 개는 후속 과정을 안 해서 빨래가 세탁기 속에서 썩어가거나...뭐 이런 증세를 보일 것 같아요. 그래서 결혼 같은 것은 정말 생각도 못하겠어요.

 

그러고, 상태가 안 좋아지면 살도 찝니다. (보통 우울증 환자는 우울상태에서는 살이 빠지고 잠도 못 자는데, 전 살도 찌고 잠도 늘어요. 욱..그리고 이 살은 우울증세가 나아지기 전까지는 어지간하면 안 빠지죠..)  그러고보니 일주일 새 살도 1~1.5kg 정도 쪘네요. 하체에만 집중적으로. 덕분에 50% 할인가로 사 놓았던 스트레이트진은 입지도 못하고 있어요. 버클이 안 잠겨 -_-;;  (아..워싱도 예쁘고 지금 계절에 입으면 딱인, 정말 예쁜 진인데 ㅠㅠ) 스트레스호르몬이 온 몸을 타고 도는게 느껴집니다.  온 몸이 팽팽하니 뭔가 부글부글...

 

그리고 또..피부도 안 좋아져요. 이건 스트레스 받아서 마구 먹어서도 그렇지만, 피부관리를 하는 세심함이 현저하게 떨어져서 그렇기도 합니다. 지금만 해도 아직도 화장 못 지웠어요. 귀찮아.........아아아!!!!! (이것만 쓰고 바로 지우겠어요-_ㅠ) 오늘은 스크럽 하는 날이건만.. 아, 그러고보니 어제 팩하고 스크럽을 다 했군. 왜 했지? 아..명상 하면서.. 음, 역시 호흡 알아차리는 상태로 있으면 갑자기 자기 통제력이 쑥쑥 늘어요. 이상해요. 왜 그러지?? 동기랑 관련된 뇌 부위 어디가 활성화된다고 읽긴 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하여간 메타 주의 쪽이였어요. 자신의 주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는 주의.

 

상태가 안 좋아진건..대강 그럴만한 사이클이 되기도 했고, 외부 계기도 있기도 했고... 뭐 이유야 이제는 상관 없죠. 이유를 안다고 해도, 그 이유를 사후적으로나마 없앤다고 해도, 이미 안 좋아진 상태를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도 다행인게 지금 알아차리는 명상을 그럭저럭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과거처럼 완전 좀비모드로 계속 인터넷만 돌아다니며 미드몰아보고 만화보고 동영상보고 와우하고 하며 시간 죽이며 상태 악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많이 좋아지긴 했네요. 이전 같았으면 평상시 일상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하고 있을텐데 지금은 가장 필수적인 일상의 요소는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어요. 막상 일을 하는 상황에서는 몰입해서 해내고요. (음, 정말 많이 좋아졌군.) 그래도 확실히 일의 효율성은 떨어져요. '더' 잘할 수 있었을 일을 그럭저럭 해 내는 수준 혹은 겨우겨우 맞춰서 끝내는 수준으로 끝낸달까...

 

 

어제도 느낀건데, 인터넷을 하면 안 좋은 정신상태가 더 안 좋아지더라고요. 이유가 뭘까요. 인터넷을 도피의 공간으로 많이 써먹던 버릇이 지속되어서 그런가? 호흡 알아차림 하면서 상당부분 가다듬은 정신적 통제력? 질서? 이런 것이, 익스플로러 창을 딱 여는 순간 와장창창 무너지더라고요. 이런 경험을 일반화하면 절대 안될테고..아마 저는 인터넷을 지나치게 현실도피의 공간으로 사용해먹은 경험 때문에, 그 관성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아요.

 

음,  온라인게임을 해도 상태가 안 좋아져요. 게임을 폐인 상태로 하지 않아도..뭐라그러지. 몸은 그대로 있는데 머리와 손가락만 시뮬레이션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니까..감각간의 괴리랄까? 이런게.. 하여튼 뭔가 이상해져요. 놀이에서 감각을 다양하게 쓰면 쓸 수록 정신건강에 좋고, 감각을 제한적으로 쓸 수록 비정상적이 된다고 했는데 (임상심리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이건 단지 내 가설인데...'하고 하신 말씀이에요. 검증된건 아니겠죠.), 비슷한 맥락 같기도 하고. 하여튼 감정을 느끼려면, 뭔가 의지를 내려면, '몸'도 같이 움직이는 것이 건강한 것 같아요. 게임은... 그래서 이제 못하겠어요. 하면 너무 재미있는데, 어느 순간 '나에게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안 좋군..'하는걸 알아버려서.. 내 불쌍한 사제 -_ㅠ 법사 -_ㅠㅠ 제대로도 못 크고 삭제나 당하고. 그래도 게임 계정 삭제하고 나서 게임 하려는 생각자체가 안 들고, 두어 번 들 때도 (소라언니 암사 캡쳐 볼 때나 등등-_-) 아주 잘 자제하고 넘어갔네요.

 

 

 

 지금 옆에 강아지가 없어요. 술취해서 들어온 제 동생이 지가 안고 잔다고 제 강아지를 뺏어갔어요. 기분 안 좋을 때 강아지 배때지를 조물락조물락 하면 기분 좋아지는데.  머리를 쓰다듬쓰다듬 발을 쪼물쪼물해도 기분 좋아져요. 강아지는 크게 짜증을 내지만요. 그래도 우리집 녀석은 착해서 그런가 지 잠 자는데 제가 가서 조물락조물락 하면 콧김 풍풍 좀 내뿜다가 그냥 얌전히 몸을 대주고(-_-) 있어요. 미안하다 이런 주인이라.

 

 

이제, 좀 씻고 (얼굴이 막 땡기네요..;;)  좌선을 좀 하고..윽, 지금 상태에서 좌선이 될랑가 모르겠지만, 그게 안되면 바디스캔이라도 하고.. 이것도 안 되면 차를 좀 내려서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책을 좀 읽고...

 

전 자기통제력이 참 없는 것 같아요. 서글퍼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보다 내일 조금이라도 통제력이 커지도록, 매일 매일 아주아주 조금씩이라도 키워가야지 생각해요. 이렇게 상태가 안 좋고 스스로에게 실망중이고 나 필요없다며 던져버리고 싶을 때, (이미 폭주 좀 했지만) 지금 이 순간 한 번 참으면, 다음에는 좀 더 참기 쉬워진다는..뻔하지만 진리인 바로 그 조언을 실천에 옮겨야지..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참 힘들어요.

 

그냥 알아차리래요. 이런 짜증과, 뭔지 모를 불만족과, 지금 상태와... 그냥 알아차리라고 하더라고요. 음. 알아차리니까 좀 낫네.

 

절대 화를 내지 않는게 좋은 것 같아요. 아무리 정당한 이유에서 화를 냈다 하더라도, 설사 그게 상대방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하더라도, 화를 내는 순간 뿜어져나오는 호르몬이니 각종 나쁜 것들은 몸에 잔존하면서 화를 낸 사람 몸에 너무 안 좋은 영향을 미쳐요. 아까 낸 화와 짜증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걸 방금 알았어요.

 

음...정당한 분노를 끊임없이 느끼면서 사는 사람들의 몸 상태는 과연 어떨까요. 그런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보면 정말 보물같은 사람들이지만, 그 사람 개인으로는 정말 못할 짓일꺼에요. 그렇게 지속적으로 분노하고 울분을 삼키면서, 그것을 행동 동력으로 삼아 사회를 개선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그런 사람들은... 정말 정신력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적으로 존경해야 한다고봐요.

 

언젠가 진중권씨 강연에서 진중권씨에게 비슷한 류의 질문을 했는데 (사회 비판을 하는 것은 너무 정당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서도 백번 동감하는데, 비판하는 개인으로 보면, 계속 그렇게 비판하다보면 사는게 너무 힘들지 않는가... 안 힘든가..) 명확히 답변은 안 해주시더라고요. 그냥 '자기 이외의 더 많은 논객들이 같이 활동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마무리. 같이 분노하고, 같이 연대하고 행동하면 좀 더 힘이 날라나..   분노가 행동으로 옮겨지면 그것은 승화가 되니까, 분노의 악영향은 좀 덜 미치는걸까요?

 

하여튼 사회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냉철한 논리로 비판하고 활발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대단히 강한 정신력과 강한 인간적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글에 맥락이 없네.

 

정신이 오락가락하면 이런다니까요.

 

강아지 조물락거리고싶어!!!  아..빨리 씻고, 책 읽고 명상 좀 하다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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