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을 기억하자.

2011.04.15 14:52

난데없이낙타를 조회 수:2731

벌써 4년이 지났군요. 4년전 오늘, 한미FTA를 반대하며 택시노동자가 분신했었습니다.

진보신당에서 이를 기억하고 추모하고자 논평을 냈습니다.

주소 링크합니다.

http://www.newjinbo.org/xe/?mid=bd_news_comment&document_srl=1332409&sms_ss=twitter&at_xt=4da7d0863eba5255,0

 

당시 저 또한 한미FTA를 반대하고 있었고 최선을 다해 행동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태욱 열사가 분신하기 전까지요...

모금하는 사람들 모두 비정규직이니, 모금하지 말라던 그 말에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모금 한 번에 바들바들 떠는 삶을 유지하면서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한없이 밀려옵니다.

기억해야할 죽음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길 바라봅니다.

아래는 허태욱 열사에 대해서, 진보신당 당게에 올라온 개인적인 추모 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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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오늘, 4월 15일은 허세욱 열사께서 돌아가신 날입니다.

받들 봉에 하늘 천자를 쓰는 봉천동, 한참을 헥헥 대며 올라가야 하는 곳에서 월세를 살던

허세욱 열사는 4년 전 오늘,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협상장이었던 용산 하얏트 호텔 앞에서

분신한지 보름만에 주검이 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이 사람을 생각하며 보내주십시오.

 

                                                       missu.jpg

 

봉천동은 90년대 중반부터 재개발 바람이 불었습니다. 곳곳의 달동네에 철거용역

깡패들이 출몰하며 멀쩡히 사람사는 집을 때려 부수던 게 일상이었던 이 동네에 세입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일군의 대학생들이 거처를 옮겨와 살게 되었습니다.

대학생들은 세입자대책위원회를 함께 조직하기도 하고 한글공부나 아이들 공부도 함께 도와주었고,

풍물을 가르쳐 주기도 했습니다.

허세욱 열사는 풍물 치는 걸 매우 좋아하여 풍물패에 들어갔지만, 이 대학생들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가난이 뭔지 모르는 젊은 것들이 정의감으로 우리 동네에 들어왔지만 얼마나 버티나 보자,,,는 심정이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오후, 고단한 택시노동을 마치고 동네로 올라가던 그의 눈에 알루미늄 배트가 땅에 긁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용역회사 '적준용역'의 직원들이 여자들만 있는 낮시간에 동네를 기습한 것이었습니다.

세대위 사무실을 등지고 용역회사 직원들과 대치하던 연약한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몰래 숨어서 지켜보던

허세욱의 눈에 불이 난 것은 자신이 무시했던 풍물패 대학생이 가장 앞장서서 맞서다 용역깡패들에게 맞는

모습을 보고 나서입니다.

끝내 그 현장으로 뛰어가지 못하고 비겁하게 숨어서 지켜보던 허세욱은 그날 저녁 술이 불콰해 져서 그 젊은

여대생을 찾아가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처럼 '싸부'라고 부르며, 앞으로 인생의 스승으로 삼겠다고 했답니다.

 

이 대학생들에게 마음을 연 허세욱은 그때부터 사회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관악주민연대 회원이 되었고, 민주노총 조합원이 되었고, 참여연대 회원이 되었습니다. 진보정당에도

당연히 당원으로 가입했습니다.

 

그러던 허세욱에게 FTA는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모두들 문제라며 난리인데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이 노동자에게는 FTA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때부터 신문 스크랩을 하고, 밑줄을 긋고, 강연이란

강연은 죄다 찾아 다니며 FTA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일까 싶습니다.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 꽃배달, 막걸리 배달, 철거민 신세에

택시 노동자로 이어지던 그 지긋지긋한 가난의 굴레가 FTA가 이대로 체결되면 더욱 견고한 운명이 된다는

사실 말입니다.

 

죽음을 결심하고 써내려간 유서에는 모두 비정규직이니 모금하지 말아달라고 썼습니다.

자기보다 허전한 주머니의 동료 노동자들을 먼저 걱정했던 그 마음은 또 나는 나를 버린적이 없다라고도

했습니다.

 

유인물을 교과서로 알던 택시노동자!

만나던 손님마다 그 교과서를 수줍게 내밀던 남자!

20살 넘게 차이가 나도 항상 존대하던 겸손했던 분!

겨울이면 김장봉사를 거르지 않았던 사람!

그냥 따라 하는 것은 싫어요, 세상이 궁금해요 라며 항상 공부했던 빡빡머리 아저씨!

 

오늘은 그리운 허세욱 열사를 생각해 주십시오.

 

http://www.newjinbo.org/xe/?mid=bd_member_gossip&page=2&document_srl=1329903&rnd=1332818#comment_133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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