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언급했던 BBC의 셜록 홈즈 오디오 드라마 시리즈를 다 듣고 

The Further Adventures of Sherlock Holmes를 틈틈이 듣고 있어요.


원전에서 비까번쩍한 이름만 언급되고 넘어갔던 사건들을 들려 주는데

조금 밋밋한 에피소드도 없잖아 있지만 대체로 재기발랄함이 기대 이상입니다. :)

특히 두 친구의 투닥거림은 더 재미있어졌어요.

정확한 대사가 아니라 어설픈 기억입니다만 대충 이런 식의 만담이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왓슨: (사이비 강령회 잠입 수사 결과 보고 중) 그 사람들이 누굴 불러냈는지 알아? 메리였다구! 죽은 내 아내, 메리!

홈즈: 그래서, 자넨 그 존재를 믿었나?

왓슨: 내가 바본 줄 알아?


*

홈즈: (단서가 되는 물품을 보여주며) 내 방법 알잖아. 관찰하고 추리해 봐. 우선 자세히 묘사해 보게.

왓슨: 꼭 그래야 하나?

홈즈: 어떤 동양 고대 문명에서는 대상에 대해 묘사해보면 곧 그 대상에 대해 알게 된다고 믿었어.

왓슨: 어떤 서양 현대 문명에서는 동거인에게 쓸데없는 짓을 강요하면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한다고 믿지.

홈즈: 자네가 그럴 리가.


*

홈즈: (창문 밖을 내다보고) 지붕과 창이 가까워서 다행이군.

왓슨: 왜?

홈즈: 목 부러지기는 싫거든. (훌쩍)

왓슨: 호... 홈즈! (노크 소리) 아, 예.

하든 부인: 점심 식사가... 어머. 홈즈씨도 계신 줄 알았는데요.

왓슨: 있었는데... 어, 지금 단서 수사 중입니다.

하든 부인: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다고 알려드리러 왔어요.

왓슨: 제가 가서 전하지요. ...좀 더 평범한 길로 가서요.


*

왓슨: 식사 준비가 되었다니 내려가세.

홈즈: 그런 데 에너지 낭비할 여유 없어.

왓슨: 자넨 어떨지 몰라도 난 식사를 해야겠네.

홈즈: 자네의 단순함이 부럽구먼.

왓슨: 부러워만 하지 말고 같이 하라구!


*

왓슨: 하늘이 아름답지 않나? 꼭 풍경화에서 잘라내 온 것처럼...

홈즈: 왓슨, 이 친구야!

왓슨: 왜? ...무슨 생각이 떠올랐군!

홈즈: 세상 무엇이든 2차원적으로밖에 보지 못하는 자네의 멋진 습관을 내, 앞으로는 두 번 다시 빈정대지 않음세.

왓슨: 칭찬과 욕을 동시에 퍼붓는 재주는 자네밖에 없을 거야.


*

홈즈: 모르겠나? 자넨 왓슨이야! 존 H.왓슨! 셜록 홈즈의 동료이자 전기작가! 스트랜드지에 수백 명 독자를 확보한...

왓슨: 어, 수천 명이야.

홈즈: 내 말이 그 말이야!


*

왓슨: (부탁받은 물건을 가지러 홈즈의 방에 들어가며) 사실 나, 자네 방에 들어가는 거 꽤 좋아해.

홈즈: 정말?

왓슨: 당연히 아니지. 흉포한 범죄자들이 온통 에워싸고 내려다보는 가운데 잠이 오나?

홈즈: 잘 오던데.






어쨌든 결론은... 이런 주옥같은 만담 향연을 혼자 듣고 웃기 아까워졌다는 겁니다. (데굴데굴데굴)

그래서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우리말 스크립트를 만들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함께 즐기고 싶은데요...

번역한 스크립트 전문, 혹은 일부를 온라인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올리면 저작권 침해일까요?

아무래도 직접 들어봐야 느낌을 알 수 있는 대화들이라,

저작권에 문제가 없다면 30초-1분 정도로 자른 음성파일도 올려보고 싶은데 이건 또 가능할까요?


민감한 내용을 여쭈어 죄송합니다. 

책 내용을 인용할 때는 한 문단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오디오드라마 스크립트 번역은 어떨지 모르겠어요. 달리 여쭤볼 곳도 없고.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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