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R.R. 마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왕좌의 게임은 TV 드라마로서는 꽤 훌륭합니다. 일단 화면이 상당히 우수합니다. 첫 장면에서 날리는 눈의 질감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가 화면빨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지요. 또 한 씬의 촬영에도 상당히 많은 카메라가 동원되는 듯 각각의 씬이 굉장히 풍성하게 느껴지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 같은 느낌을 받게 되는 거죠. 즉 화면의 해상도나 카메라의 활용이라는 '보여주기'의 관점에서 본다면 <왕좌의 게임>은 드라마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제 눈에는 장점 이상으로 더 많은 단점이 보입니다. 걸출한 원작과 비교해 본다면 더욱 그렇구요. 마틴의 원작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수준높은 묘사와 격조 높은 문장입니다. 어찌보면 소설의 배경은 굉장히 중세적인데 문장과 대사는 오히려 르네상스 이후의 왕실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품위에 둘러싸여 있거든요. 이는 사실 이 드라마가 가장 신경 써서 번역했어야 할 것이기도 하죠. 하지만 드라마에서 이런 소설 특유의 뉘앙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소설에서 사용된 몇몇 문장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음에도 불구하고요. 서사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보입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드라마는 원작의 대화나 디테일을 상당부분 잘라서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원작의 사건이나 대사들이 상당부분 축약되면서 개별 사건에 대한 집중이 떨어집니다. 원작을 읽을 때는 굉장히 섬세하게 다뤄진 것들이 여기서는 그냥 휙휙 지나가 버려요. 같은 맥락에서 캐릭터들의 고유한 개성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특히 존 스노우 같은 경우 이게 심하죠. 원작이 묘사나 분위기, 캐릭터 등 모든 면에서 꽉 차고 풍부한 느낌을 준다면, 드라마는 영상의 풍성함에 비해 캐릭터나 사건들은 굉장히 플랫한 인상을 줍니다. 무려 1회의 런닝타임이 한 시간에 달하는 긴 서사극에서 이런 심심함은 큰 단점이 될 수밖에 없지요(1시간의 러닝타임에도 원작의 서사조차 제대로 따라가기 힘들다는 게 어찌보면 아이러니기도 합니다만...).


이제 겨우 단 1화를 보았을 뿐이고, 수많은 군상들이 등장하는 장대한 서사를 얼마나 잘 그려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원작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실망이 있을 수밖에 없겠죠. 지나치게 잘빠진 기성품 웰메이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계속 보긴 할듯.


숀 빈을 캐스팅한 건 그냥 완벽합니다... 더이상 적격을 찾기 힘들 정도. 대너리스는 지나치게 아름답게 나오는군요. 거의 여신 포스. 그런데 왜 눈은 보라색이 아닌 거냐. 고스트 눈은 붉은색으로 해줬으면서. 존 스노우는 소설에서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습니다. 완전히 청년이 됐네요. 산사는 생각보다 미인이 아닌데 아리아는 엄청나게 귀여워 졌습니다. 뭔가 세계관이 흔들리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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