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분기 음원을 따로 붙여놓고 싶었는데 손쉽게 구할 수 있는게 이거 밖에 없네요. 이사분기라는 노래는 99년에 나온 노래입니다. 이 영상은 09년에 만들어졌고요. 이 노래를 만들때 쯤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은 김연아가 누구인지, 그런 사람이 있었는지도 몰랐겠죠. 하지만 이렇게 노래가 연아양의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니, 이 노래는 연아양을 보고, 연아양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게 할 정도로 싱크로율이 높은 것 같습니다. '나와 같이 놀아 줄 순 없나'나 '그대따라 봄이 오네요'라는 가사가 특히 그렇습니다. 우리가 그녀를 보며 주로 하는 생각, 혹은 주로 받는 느낌이죠. 제가 '그'를 보고 가지는 감정이기도 합니다.



2. 세상에는 독종, 악질, 구제불능이라는 표현이 합당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컨데 이런 사람들입니다. 13년째 새앨범을 내놓지 않은 1집 가수의 앨범을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항상 새해가 되어, '올해 너의 소원은 뭐니'라는 질문과 마주할 때, 그 사람들은 히어로즈의 4강 진출이나 이 사람의 2집 앨범 발매를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놓을 것입니다. 히어로즈는 답답하긴 하지만 매일 야구하는 꼴이 보이니, 4강 진출이라는 헛된 소망을 품어볼 법 하다는 식으로 그 심정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2집 앨범은 무려 13년 째 안나오고 있는 겁니다 13년을!! 하다못해 베르세르크도 1년에 한 번 씩은 새 단행본이 나오고, 신비주의 컨셉의 정점이라는 서태지같은 슈퍼스타조차 그 사이 여러장의 정규 앨범과 프로젝트 앨범, 또 심심찮은 이벤트들을 이어왔습니다. 그 정도 세월이 지났는데 활동을 안하면 잊어야 정상이죠. 13년 동안 안나온거면 앞으로도 안나올겁니다. 그게 바로 합리적인 사고 방식을 지닌 사람들의 추론 아니겠습니까. 이들이 독종이나 구제불능인 이유가 여기있습니다. 그렇게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아요. 무려 13년 동안이나.


또한 이들은 끔찍할 정도로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의 팬심을 과시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앞으로 진술할 이야기는 약간의 과장이 들어간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세상은 믿고 싶지 않을만큼 짜증나는 곳입니다 여러분.) 이 사람의 팬은 술이 거하게 취해 결코 소화할 수 없는 이 사람의 노래를 노래방 기기에 예약해 놓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술이 떡이 되도록 취한 이 사람 팬의 선배는, 이 사람의 노래가 시작하자 마치 자기가 예약한 노래인냥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릅니다. 화가 난 이 사람의 팬은 이건 내 노래라며 노래하는 것을 중지할 것을 자신의 선배에게 요구합니다. 그러자 선배는 갑자기 이 사람은 자기거니까 이 사람의 노래를 부를 권리는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안그래도 술먹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이 사람의 팬은 선배의 멱살을 붙잡고 이 사람은 당신께 아니라 내꺼라고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 사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두 예비역 아저씨들은(물론 이 둘 중 어떤 이에게도 그 사람에 대한 소유권은 없습니다) 서로 눈물을 흘리며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더 거대하며 고귀하다고 주장합니다. 이 얼마나 안타깝고 꼴보기 싫은 광경입니까. 다른 악질들의 경우에서도 대부분 그렇듯, 이 경우와 관련된 악질들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그 정도나 빈도에서 더 심각하다는 점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아무리봐도 이들은 악하고 독하며 구제불능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팬들이 악하고 독하며 구제불능이 된 것은 물론 이 사람으로부터 비롯된 문제도 많습니다. '새앨범을 내지 않으면 테러하겠다'라는 협박에 시달리면서도 이 사람은, 새앨범 안내고 뭐하냐는 질문에 한강에서 자전거나 탄다고 대답합니다. 음악 별로 안하고 산답니다. 정말 음악 안하고 살면 좀 잊을만 할텐데, 최소한 일년에 한 번씩은 이 사람의 목소리나 곡이나 가사가 담긴 음악이 발표됩니다. 그리고 또 그 구제불능인 악질들은 그 노래를 들으면 대번에 '앗 이 사람 노래닷'하고 알아차립니다. 점점 더 괘씸해집니다. 일부러 나 놀려먹으려고 새앨범 안내는거 같습니다. 그 짓을 13년 동안 했으면 그 사람이나 그 사람팬이나 이젠 지쳐서 둘 중 하나가 그만 둘 법한데, 그러니까 그 사람이 새앨범을 내거나 그 사람의 팬들이 새앨범을 포기하거나 할 법한데, 결코 그리되지 않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안될겁니다. 봄이 돌아오는 한에서는. 봄에 묻은 이사분기의 향기가 온 사방에 퍼지는 동안에는.


여러분은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야?'라고 물었을 때, '응. 이규호야'라고 대답하는 사람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냥 주의해서는 안되고 경계하고 기피해야 합니다. 그들 중에서도 특히 80년대 초반에 출생한 남자들은 최고의 악질적 구제불능의 독종입니다. 이들은 이미 남은 삶에서는 갱생이 불가할 정도로 악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이들이 성불하는 방법은 이규호 2집이 나오는 길인데, 우리 세계에서 그런 일은 발생할 것 같지 않으니 결국 이들의 넋은 구천을 떠돌 운명이네요. 이규호는 그런 사람입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이규호의 팬들은 그런 사람들입니다.





3. 저는 제 성적 취향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저는 분명한 이성애자입니다. 제가 이성애자라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뜻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모든 여성에 대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저는 어떤 여성에 대해서 그녀를 보거나 듣거나 느끼거나 생각할 때 가슴이 설레고 흥분되며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반면 모든 남성에 대해서 저는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저는 제가 이성애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난 이성애자가 아닐 수 있어'라고 느꼈던 순간이 종종있었는데 그건 바로 이규호의 목소리를 듣거나 이규호가 쓴 가사를 읽거나 이규호가 남긴 실루엣을 볼 때 였습니다. 그의 어조는, 말투는, 표정은 가끔 저로 하여금 설레고 이상한 기분이 들게끔 만들었습니다. 가끔 저는 그가 남성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려 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나도 괜히 따라 웃게 되는거야. 니가 웃으면 좋아서 내 마음 속에 어린애가 웃어"라는 가사는 남자가, 아니 소년이 아니면 쓸 수 없는 가사입니다. 남성이 아닌 소년은 없죠. 소년이 아닌 이규호는 없습니다. 이규호가 아닌 소년도 없고요. 이규호 음악에 대한 매력은 적잖이 논의되었지만, 사실 진정으로 무시무시한 것은 그의 외모에서 뿜어져나오는 마력입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희열의 변태짓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지만, 사실 이 클립의 진가는 이규호의 모습을 잡은 방식에 있습니다. 찬찬히 따져보시면 알겠지만 카메라가 이규호 얼굴의 정면을 명확하게 담는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비교적 그 변태적인 표정이 자세히 드러나는 유희열, 돈마니 등장 장면과는 대조적이죠. 이 클립의 주인공은 이규호인데도요. 대신 카메라는 집요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이규호의 실루엣을 따라다닙니다. 빛과 그림자 사이에 그려낸 그 신비로운 흔적들이 이규호가 지닌 진정한 마력입니다. 그 마법과도 같은 흔적에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하면, 안타깝게도 이제 당신도 악질이며 독종이 되어버린 겁니다. 치명적인 그의 속삭임은 결코 당신을 자유롭게 두지 않을거에요.




4. 갑자기 아닌 밤중에 왜 묻지도 않은 이규호 타령을 늘어 놓았느냐하면, 내일 수년만에 이규호를 보러 가거든요. 으허허허허. 제가 친구가 없어서 자랑할 곳이 듀게밖에 없습니다. 이해해주시길. 사정을 말씀드리자면 4월 22일과 23일에 월콤씨어터에서 열리는 윤영배씨의 단독 공연에 이규호가 키보드 주자로 나옵니다. 보컬&기타 윤영배, 베이스 김정렬, 기타 고찬용, 키보드 이규호, 게스트 이한철이라는, 아이돌로 따지면 효성, 우리, 현아, 순규등이 함께 팀을 이루는 대단한 공연이라고 할만 합니다. 저엉답을 볼 수 있겠지이이~를 연습하고는 있는데, 윤영배씨의 애매한 저음으로 이골목저골목누비며...라도 해주시면 저는 흥분해서 까무러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가 이규호의 멘트나 새초롬한 미소가 봄날 목련 꽃처럼 피어날 때, 오빠!라고 고함을 지르거나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거나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라고 생각하시...면 안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아닌 사람이 그럴 수도 있을거 같아요.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곳곳에서 이규호쟁이들은 암약하고 있더라고요. 하여튼 내일 만나요. 나의 규호찡. 그리고 규호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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