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4 12:44
여기 듀나 리플은 그렇게 격한 반응은 없지만
다른 커뮤니티 반응들, 그리고 가까운 서태지 팬 언니오빠들 쭉 보면서 느낀건데
서태지 팬들한테는 서태지라는 한 뮤지션이 완전히 말 그대로 '히어로'이자 '이정표'네요.
다 자신을 쏟아붓는 좀 극단적인 경우뿐만이 아니라 그냥 팬이라는 사람들조차,
정말 순수하게 아 이 뮤지션의 음악을 통해 발산됐던 수만가지 감정들은
내가 두고두고 평생 간직할 추억이야, 라는 신념같은게 아주 확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상'이라는게 바로 이런걸까요?
저도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고 지금까지 지켜보는 연예인이 있고 그 연예인 인터뷰 보면서 참 많이 감동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람이 내 우상이다라는 생각은 또... 없거든요. 그런 확고함도.
그냥 그 연예인 인생은 그 사람 인생. 나는 내 인생.
그런데 서태지의 팬들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저 사람 인생의 반은 내 인생, 내 인생의 반도 서태지 인생.
너무나 교감이 확고해요. 아무도 무너뜨릴 수 없는 것 처럼. 그렇다고 그게 광팬의 무서움, 스토커팬의 무서움 그런 거랑도 다르구요..
그렇게 어떻게 보면 좀 과하지 않나 싶을정도로, 일체감을 박탈당한것에 대해 절절이 배신감을 토로하는 반응들을 보면서
아... 저 사람들에게는 정말 당시에 '조용한 혁명'이 일어났었구나, 하는 느낌이 어느 순간 스치는데
참, 소름이 끼치게 부럽더라구요.
어떻게 그렇게 강한 유대를 갖게 된걸까 생각해봤는데
뻔한 얘기지만... 정말로 '지금과는 제법 다른' 시대를 살았기 때문이 아닐지..
자유보다는 억압이 강조됐고 사랑이라는 게 지금보다 가볍지 않고 한층 애틋함이 느껴지는 단어였던...
그 자유와 억압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거렸던, 요즘 말로 '포텐터지기 일보직전인' 시대를 대변해준 게 바로 서태지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그때 느꼈던 감동과 에너지가 그대로 여과없이 리스너들, 팬들의 삶에 체화된 것 같아요.
부러워요. 그런거.. 그 시대에만 느낄 수 있는 감동과 에너지..
제가 고등학생, 대학생일 때는 인터넷도 팍팍 활성화되고 또 여러모로 진짜 많이 자유로워졌으니깐.,,
솔직히 서태지 노래가 인기를 얻던 시절의 감정, 에너지, 가치관,
금세라도 터져버릴 것 같은 부글거리던 '밖으로의' 자유에 대한 의지... 이런거 잘 와닿지가 않아요.
그게 아마 제가 서태지 노래를 들어도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겠죠...
그 시대적 에너지를 이해하지 못하니깐..
제가 어느 순간 느낀다고 해도 아마 그 시대, 그 사람들이 느꼈던 것의 100%는 느끼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거 겪어보는 거... 진짜 멋진 경험일텐데.. 부럽네요.
서태지랑 동시대를 살아가서 행복하다는 사람들..그게 어떤건지.. 정확히 어떤 감정일진 몰라도... 이해가 됩니다.
서태지 같은 사람 다시 안 나올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확신하지만..
전 저를 위해서 다시 나와줬으면 좋겄네요 ㄲㄲㄲㄲ;;;
예전보다는 자유로워졌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자유라는 가치에 대한 이 뭔지모를 무료함을 날려줄 뮤지션이.. 과연 나와줄지....
아무튼! 이렇게 생각이 이지아의 등장이 왜 그렇게 서태지의 팬들한테는
그 어떤 스캔들보다도 충격적이었는지 또 이해가 가네요... ^^;;
그 사람들한테는 서태지의 뮤즈는 바로 '동시대인'이라고 생각했을텐데 꼭 그런것만은 아니었다니..
물론 더 인간적이라고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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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4 16:50
오랜 팬으로서 한가지 확신하며 드리고 싶은 말은.... 팬들의 초기의 당혹감 내지 배신감(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었는지 의문;;) 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다른 포용과 이해로 변하고 있고 변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제 주변의 골수올드팬들이 그래요. 충격은 하루도 안가더군요. 인간적인 모습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히로인? 이지아에 대한 재발견 내지 애틋한 감정 등등 참 복합적이에요.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서태지가 그런(프라이버시를 중시하고, 상식과 규범에서 자유롭고 싶어하던 열망이 강한) 인간이었고 그런 면 때문에 공감했던 팬들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참 자연스러운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