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24 13:23
아래 서태지 관련 글에서
서태지가 386세대의 보수적인 것에 반하여 블라 블라....
서태지가 데뷔하던 시절 모 오디션프로(신인발굴) 비슷한 곳에 서태지가 나왔는데 당시 심사평 해주던 사람들은 당시 제 나이에서 보아도
아저씨, 영감님뻘들 이었어요. 지금은 다들 지다 50줄- 60줄 넘어가던;;;
386세대들이 즐겨듣던 가요들을 보자면
80년대를 거치며 성장하던 세대들은 운동권가요(노찾사), 김광석과 안치환같은 운동권가요와 70년대 포크송의 절충, 혹은 동물원 같은
짙은 서정의 발라드락, 혹은 들국화 혹은 부활에 열광하던 그 세대들은 그렇게 교감하던 세대들의 가수들이었으니 말이죠.
그게 90년대 세대들에게는 '청승' 이라는 이미지로 전달이 되더군요;;
92년이던가? 오랫만에 들린 동아리방에서 당시 총학의 문화부장이었던 후배가 단대별 프로그램기혹서를 보면서 혀를 분기탱천해 있는데
알고보니 공과대에서 초대가수들 명단에 서태지가 있는게 문제였더군요. 신해철도 명단에 있었지만 유독 서태지가 타켓이었어요.
전 그 당시는 서태지의 팬이 아니었습니다. 오다가다 지겹게 '난 알아요'를 들었지만 그냥 요즘 잘 나가는 노래인가 보네라는 느낌외에는 없었고
그런 일 말고도 머릿속이 꽉 찬 서글픈 인생이었거든요.
하지만 전 그 총학 후배에게 정색을 하고 화를 내며 다그첬어요.
"왜? 쟤는 되고 얘는 안되니?"
"에이....수준이 천박하고 경박하고...."
"넌 대중가요 안 듣냐? 대중가요라는게 원래 그 맛에 듣는거 아냐? 넌 맨날 운동권가요만 죽을 때까지 듣고 부르고 살거야?"
"그래도 신해철은 사회비판적인...."
"너가 하는 짓이나 방송에서 겸열하는거나 뭐가 다른거야? 게다가 초대가수들은 일반 학우들 선호도 설문조사로 정한거라며?"
"그게 공대애들 수준이...."
"집어처"
그 일이 있고 한 참 뒤에야 티브이에서 처음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을 봤는데 그게 '환상속의 그대'를 부르는 모습이었습니다.
충격 그 자체였죠.
" 아 그 썩을 놈.... 저런 멋진 놈들을 몰라보는 주제에 문화부장질을 해? 에라이...."
그 뒤로 저에게는 (동세대의)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생겼어요.
서태지를 좋아하거나 중립적인 사람 vs 서태지를 모르거나 디스하는 사람
음악적 문외한이지만 주변에 음악좀 한다는 음악좀 듣는다는 지인들이 꽤 많아서
표절이나 카피나 믹싱이나 기타 등등 음악적으로 서태지 까는 내용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홍대앞에서 꽤나 유명했던 락(테크노)바 판돌이이자 사장이었던 제 친구 왈
"카피던 표절이던 뭐던 쟈가 편곡하고 부르면 원곡보다 훌륭해 그래서 인정 안할 수가 없어"
서태지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편곡인거 같아요. 쇼를 만들어 내는 감각도 출중하지만 편곡능력은 레전드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수많은 리메이크버전 앨범을 내고 발표했고 라이브마다 원곡 그대로 부르는 경우가 드믈정도였죠.
새로움에 대한 강박증적인 집착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이런거 저런거 그냥 대중들에게는 중요한건 아니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는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원하고 받아 들이는 사람이 서태지로 확연히 갈라지는 모습이
참 신기했어요. 그것이 92년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생긴 일입니다.
서태지 이전에도 뭔가 확 깨는 노래들과 뮤지션들은 많았어요.
하지만 그 처럼 온 사회를 긴장시키며 선명한 '선'을 가로 새겨버린 뮤지션은 없었죠.
음...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어쩌면 그 세대들의 한계인지도 모릅니다.
자기가 좋으면 되는건데, 자신이 행복하게 즐기면 그 만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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