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의 사이클

2011.04.26 01:06

메피스토 조회 수:1642

* 제 또래, 혹은 저보다 더 윗세대 기준입니다.

 

1. 빠르면 이전,  혹은 6~7살때부터 혹은 이후(뭔 말이 이래..) 맞기 시작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고 부모에게 판단될 무렵부터 맞기 시작합니다. 폭력의 원인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교육, 술취한 부모, 폭력적인 부모 등등.

 

2. 입학합니다. 국딩이 됐습니다. 떠듭니다. 숙제를 안해옵니다. 맞습니다.

 

3. 조금씩 크기 시작합니다. 서서희 머리에 피가 말라가지만 아무튼 계속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맞고, 집단적으로 맞고, 개인적으로 엎드려 뻗쳐, 집단적으로도 책상위로 올라가 무릎을 꿇고 다리가 저릴때까지 있습니다.

 

4. 중고딩이 됩니다. 남중 남고일수도 있고 공학중의 남자반일수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남자반에 소속될 수록 교사들의 강도는 좀 더 강해집니다. 여자반은 여자가 아니라서 모릅니다. 걔넨 자를 세워서 때린다는데. 아무튼. 도구는 많습니다. 각목, 알루미늄배트, 하키채 등등. 벌도 좀 더 하드코어해집니다. 주먹쥐고 엎드려, 머리박아..

 

5. 대딩이 됩니다. 학교에 오니 선배들이 있습니다. 1~4살 정도 많습니다.  직접적인 폭력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설교를 들어야합니다. 체대다니는 친구는 맞고 다닌다고 합니다. 어쨌든 설교;갈굼을 듣는건 똑같습니다. 공통점은 인문사회자연과학기술공학예체능 다 똑같습니다. 우리가 국딩2학년일때 3,4,5,6학년이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마음을 늘 우리에게 얘기해줍니다.

 

"다 널 위해서야"

 

6. 군대에 갑니다. 1~2년간 잊고 지내던 직접적인 폭력이 다시 대두됩니다. 강도는 역종에 따라, 보직에 따라 다릅니다. 전 공익이라서 좀 덜맞고, 얼차려도 덜 받았습니다. 현역을 가서 휴가 나온 친구들은 언제나 침울한 표정이었습니다. 전경인가 의경인가를 간친구가 있었습니다. 매일, 정말이지 매일 맞았다고 합니다. 그땐 정말 진지하게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재수없게 말하자면, 그 친구는 사람을 죽여서 얻는 이익-손해과 비교하여 안죽이고 참았을때의 이익-손해가 훨씬 더 크다고 판단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그냥 징역가기 싫었다는 말을 어렵게한겁니다.

 

이런 소름끼치는 이야기가 공감도 되고 이해가 됩니다.

 

7. 짬이 차면 애들을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우린 조금씩 알게됩니다. '다 널 위해서야'는 대부분 거짓말입니다. 이런 얘긴 교육에 있어 자신의 무능력을 감추거나,  자신의 일신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거나, 아랫사람에게 거들먹거리기 위해서 지어내는 말입니다.

 

8. 복학을 했습니다. 우리가 갈굼 받을 일은 없습니다만, 그동안 '아래'에 있던 우리가 위로 올라간 것 뿐입니다.

 

9. 1~7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 일부는 교사가 됩니다. 1~7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 일부는 부모가 됩니다. 주인공을 바꾼 프로그램이 다시 1로 돌아갈지는 모르겠습니다.

 

 

* 체벌, 혹은 그에 준하는 강압과 관련하여, 전 문제의 원인이 제대로 된 룰이나 규칙이 없기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대부분의 문제점이 여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는 메피스토이지만 이 얘긴 100만년 후에 하고. 어쨌든.. 제가 겪은 이제까지의 정규교육이나 이와 유사한 것과 관련하여,  그 과정들은 대부분 무언가에 확실하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며 이에 따른 확실한 보상체계를 갖추는 것 보다 불확실하고 불분명한 체벌에 기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행위가 나쁘거나 적절하지 못하다면, 그것이 왜 나쁘고 적절하지 못한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정말 나쁜 것이라면, 거기에 확실한 제도적 불이익이 빠르고 공평하게 따라와야합니다. 그게 제대로 된 동기죠. 그러나 우린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때리고 벌세우고 혼내키고 맙니다.  강도, 이유, 모든 것이 전적으로 교사에게 맡겨지기 때문에  구타와 관련하여 무수히 많은 선생전설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우린 어린시절부터 이것, 즉, 불분명하고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게 됩니다. 흔히 지나가는 말로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이 공무원 사회에서 통용되는 얘기라고 하는데, 전 그에 앞서 교육에서 그 얘기가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어쨌든...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인간적인 시스템이라고 얘기합니다.

 

다시 위에 글로. 교사지인들이 학교다니기 좀 거시기하다고 하더군요. 애들이 말을 안듣는다고 합니다. 때리거나 말실수를 하면 녹음을 하거나 카메라로 찍어서 경찰에 신고한다나요. 한편으로 그 지인은 어찌보면 그게 편하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반자조적인 얘기죠. 대학 올때부터 교사의 꿈을 가지고 왔고 직업;교육에 대한 진지함만큼은 진실이지만 아이들이 진지함을 알아주는건 아니니까요. 아이들 두들겨 패가며 교육시키는 것에 회의를 느끼던 사람인데, 어떤 면에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 졸리네요. 모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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