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공부를 하고 있어요. 얼마 전 5주 기간의 한식 조리사 과정을 끝냈고, 지금은 4주짜리 양식 조리사 과정을 배우고 있죠.
한식 조리사는 필기를 합격하고 4월 17일에 실기시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ㅠ_ㅠ

평소 학원에서는 과정은 완전 제멋대로이나 어쨌든 시간 안에 그럴싸하게 (뒤집어 보면 엉망이지만 보이는 면은 잘 나온다던가) 만드는 편이었기 때문에 만약 떨어진다면 과정 상의 감점에 의한 실격이거나 미달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실제로 시험을 보니 시간 안에 제출을 못해서 실격 ;;
한식 조리사 시험이 대단히 어렵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됐죠.
5월 4일에 또 시험이 있긴 한데... 솔직히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아요.

양식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아직 판단을 내리긴 이르지만 한식보다 쉬운 것 같아요. 한식은 지단이라던가, 정교한 재단을 요하는 게 많은데 양식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느낌? 한식은 정말 정갈해야 하거든요. 저에게는 없는 미덕 ; 그리고 주제도 49개로 더 많아요. 양식은 32개.

조리사 시험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점 2가지.

한식에는 우리의 생각보다 더 많은 설탕이 들어가요.
전 집에 아예 설탕이 없고, 요리에 설탕을 쓰지 않는데, 한식 조리사 시험에 등장하는 49개의 요리에는 전부(!) 적지 않은 양의 설탕이 들어가요.
저 학원에서 꽤 예쁨 받는 편이라서 ㅋ 선생님이나 수업을 같이 듣는 다른 아주머니들께서 반찬을 많이 싸주셨는데(피클 등) 여기에도 엄청난 양의 설탕이 들어가요.
그 동안 왜 우리 집 반찬과 식당 반찬은 맛이 미묘하게 다를까 늘 궁금했는데
비밀은 설탕이었어요....
만약 가족들이 음식이 식당에 비해 맛이 없다고 불평한다면 설탕을 반 티스푼 정도 넣어보세요... 좋아할 거에요...
그러고도 불평한다면 미원에 중독된 것이니 답이 없고 ;;;;

근데 이게 무슨 국 같은데 설탕을 넣으라는 얘긴 아니고요,
업장에서는 생채라던가 조림, 기타 밑간, 양념장 등등에 다양하게 설탕이 들어간다는 거죠. (가령 표고버섯을 불릴 때 미지근한 설탕물에 불리면 향이 달아나지 않아서 더 맛있어요.)
이런 데에 설탕을 소량 넣으면 입에 짝 붙으면서 땡기는 맛, 이른바 감칠맛이 더해져서 맛있다고 느끼게 되요.

글고 조림이나 찜, 구이 같은 데 넣으면 반짝반짝 광이 나게 되고...그래서 먹음직스러워 보여요.

그리고 양식은,
어제 피쉬차우더슾을 했는데
버터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많이 들어가요. ;;
세 네 수저 뜨니 없는 200ml 한 컵 분량의 슾이었는데
버터가 큰거(2cm*2cm) 2조각 들어갔어요. ;;; 집에서라면 온 가족이 한 달 먹을 양 ;;;
근데 맛은 그냥 평범한 슾 맛이었거든요. 오오 그 동안 아무 생각 없이 레스토랑 등등에서 먹었던 그 슾들이 버터 푼 물이었다니...

 

 

+ 본문 추가

한식에 설탕이 많이 쓰이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조리사 시험에 나오는 과제들이 궁중요리의 정수를 모아 놓은 것이거든요.

근데 조선시대에는 설탕이 참 귀했잖아요?

그래서 임금님 음식이라 그 특별함을 위해 아낌 없이 쓴 게 아닌지...

유럽에서도 후추가 사치품이어서 부를 과시하기 위해 일부러 후추를 많이 먹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지금의 몇 배로 많이 먹었대요. 생각만 해도 매워요 ;)

써놓고 보니 잘 전달이 안된 거 같긴 한데 ㅋㅋ 혹시 궁중요리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있으면 사실 확인 부탁드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5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89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48
» [바낭] 조리사 시험 떨어졌어요, 설탕과 버터 [24] 화양적 2011.04.26 3533
-1 한화 [7] 화양적 2011.05.28 1749
-2 임산부를 위해 생겼으면 하는 [9] 화양적 2011.06.04 2677
-3 전세 옮기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 너무 고민되네요. (내용 펑) [16] 화양적 2011.06.06 3040
-4 드디어 서재를 갖게 되었어요. [10] 화양적 2011.07.10 3194
-5 [영화제] 강, 원래: 7월 24일 일요일 홍대 당인리 극장 [1] 화양적 2011.07.14 1113
-6 순수한 게 뭘까요. 화가 나서. [33] 화양적 2011.07.15 6065
-7 독거미 왔어요 [2] 화양적 2011.07.16 893
-8 [바낭] 본격 게시판 분위기에 역행하는 아기 사진 (펑) [15] 화양적 2011.07.18 1894
-9 한화가 또 드라마를 썼습니다 [12] 화양적 2011.07.19 2094
-10 피자헛 더 스페셜 네 종류 먹었네요 - 시식기 [5] 화양적 2011.07.20 2553
-11 [듀9]제이님의 원글을 읽고 싶어요. [3] 화양적 2011.07.27 1207
-12 [바낭] 무서운 비빔면 [7] 화양적 2011.08.04 3556
-13 야구 이야기 (막 찍어보는 페넌트레이스 순위 예상) [22] 화양적 2011.08.04 1870
-14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성격 [13] 화양적 2011.08.11 2473
-15 좋은 날 [1] 화양적 2011.08.24 738
-16 디자인 서울 관계자들 [20] 화양적 2011.08.24 5292
-17 [듀나in] 상해 가는 저렴한 항공권 찾아요 [3] 화양적 2011.09.20 1260
-18 백현진을 모르면 문화생활 안하는 것? [29] 화양적 2011.10.09 5190
-19 [듀9] 중고차 사려고 하는데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 [1] 화양적 2011.10.14 97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