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2010.06.22 18:26

milk & Honey 조회 수:1855

 

 

마음 놓고 울어본 경험이라... 아이가 태어난 전후 일년은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어느 밤 아이 업고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그 집'에서 도망 나왔을 땐 앞으로 내 삶은 엄청 억척스러워지리라 생각하며 절대로 절대로 울지 않겠다 다짐했지요. 시간이 흘러 정말로 난 울지 않았습니다. 억척스러워지진 못했지만 게으르고 낭창하게 시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후의 시간은 남들이 보기엔 초라해도 제겐 과거와 비교가 되어 뭐든 더 낫고 행복했기 때문이지요. 진짜. 울 일이. 없었습니다. 작년 겨울 종교행사에서 과거를 돌아보며 엉엉 울어본 적은 있네요. 하지만 그건 과거의 일로 인함이지 현재는 아니었으니까요.

일요일은 죽음의 트레킹입니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논스톱으로 일이 있어요. 그것이 정말 오랜만에 저녁 이후의 일정이 모두 취소가 되었습니다. 집으로 갈까 하다가 어쩐지 백만년만에 성당엘 가보고 싶어졌어요. 미사시간 한 시간 전이라 어디 커피라도 마시러 갈까 하는데 돈이 없네요. 그래서 걸어서 현금지급기를 찾아 산책 겸해서 천천히 걸어 필요한 만큼의 돈을 찾고 다시 성당으로 돌아오니 20분 남았더만...-_-; 그래서 성전으로 들어가 묵상의 시간을 가져보려 했습니다. 묵상... 이미 세속에 절은 썩은 영혼이라 오 분도 안 되어 심심해지기 시작해서 폰을 꺼내 습관처럼 트위터로 들어갔습니다. 어라 이런 일이, 애구 저런 일이... 그러다 한 맞팔로워 분이 전날 남긴 멘션을 보게 됩니다. 이 멘션은 그날에도 미리 확인을 한 것이라 굳이 복습할 필요는 없었는데.

종종 늦은 시간까지 안주무시는것 같은데, 안피곤하세요?? 더워서 잠을 청하는게 어려우신지요??

그래서

일이 오후부터 밤 늦게까지라 집에 오면 한두 시, 그리고 시장이라도 보면 두세시. 집일 좀 하고 놀면 아침. 아이 학교보내고 잠..낮밤이 바뀌었어요 내일은 아침일찍 나가야 하구요^^ 일어나는 게 더 힘들다는...

이렇게 리플하니

커피와 관련된 트윗이 많은 이유가 말씀하신 하루와 무관하게 느껴지지 않네요. 몸은 마음이 지탱한다지만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도 약해질 수 밖에 없어요. 건강을 지금보다 조금 더 소중하게 생각하시기를 소망해봅니다..^ㅇ^b

라고. 이렇게 나눈 짧은 대화. 와 마음씀씀이 이쁜 분이네. 하고 그땐 그렇게 지나갔다는 거지요. 그런데 성당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터지더군요. 갑자기 나란 별것 아닌 존재도 세상에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그러고보니, 아직, 아무도, 내가, 밤낮이 바뀐 것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길, 해주지, 않았다,는 걸 문득 깨닫게 된 거죠. 지금은 행복하다는 자기 최면으로, 비루하고 결핍된, 아무렇게나 방치된 자신을 문득 알게 되었다는 거죠.

그렇게 울고 나니, 학교 때 배운 카타르시스 뭐 그런 거. 이어지는 미사 드립. 그리고 이른 귀가로 아이와 간만에 주말을 마무리. 그런 평범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자기애 충만한 징징이 아줌마 한 명의 주말은 그렇게 저물어 갔어요.

힘들 때도
행복할 때도
가끔씩은 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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