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중독자, 말이 참 이상해요. 우울증 환자들의 모임-이라고 할까 하다가 그냥 내키는 대로 써봤어요. '익명의 우울중독자들의 모임'

우울이 달콤해서 중독이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늪같아요, 그건.

무릎정도 빠져나왔다 싶어서 한걸음 내딛어보면 금방 목까지 가라앉죠. 그리고 어느 순간 '우울하지 않은 상태'가 내 인생에 있었던가-하고 믿어지지가 않는 거에요.

우울하지 않은 '내 삶'이 있기는 한건가, 내 과거가 그랬던 것처럼, 내 미래도 우울할 수 밖에 없어. 당연히.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죠. 아 이젠 가족과 친구들과 애인/남편에게 우울하다고 말하기도 미안해. 그리고 어차피 그들은 내가 얼마나 우울한지 알지 못하잖아? 다 소용없어. 결국은 나 혼자야. 여기서 벗어날 힘도 없어. 아아 그냥 멈추고 싶다, 죽고 싶다.


영화속에 나온 AA모임을 보면 보통 이래요.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모임에 나오면 '아아~ 고양이꼬리님, 우리는 당신을 환영해요.' 라고.


환영을 받는다라- 우울중독자들에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말인지요. 자기의 경험을 내려놓는 일에, 내가 이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인지 눈치를 볼 일이 없고. 누군가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그 아늑함.


그래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언젠가.

반복적으로 우울함을 경험하고 거기서 헤어나올 수 없는,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익명의 모임을.

나이와 이름, 성별, 얼마나 버는지, 어디서 사는지 이런 것 묻지 않고 모두 동등한 익명인 상태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위로하는 공동체를.

꿈꾸고 있어요, 제가 언젠가 만들어 낼 수 있기를.


아래는 AA모임에서 퍼온 글인데, 말만 우울증으로 바꿔서 올립니다. 그렇게 읽는 것만으로도 저에겐 참 도움이 됐어요.(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익명의 우울중독자 모임은 멤버들의 공동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울중독으로부터 회복되도록 그들을 돕기 위해 서로간의 경험과 힘과 희망을 함께 나누는 남녀들의 모임입니다. 우울함의 고리를 끊겠다는 열망이 익명의 우울중독자모임의 멤버가 되기 위한 유일한 조건입니다......우리는 어떤 종교나 종파, 정치나 조직 혹은 학회와도 동맹을 맺고 있지 않으며 어떤 논쟁에도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또 어떤 주장에 찬성하지도 반대하지도 않습니다.
우리의 근본 목적은 우울함에 중독되지 않고 다른 우울중독자들이 우울함에 중독되는 것을 끊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울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적어도 우울함에 사로잡히는 것이 자기의 문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걱정이 된다면 이 프로그램에서 일찍이 당신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경험했던 여성들의 경험담을 찾아봐주길 바란다.
한사람 한사람의 사정은 각각 달라도, 모두가 마지막에는 우울함에 의해 자기 생활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소개된 여성들-젊은/중년의/고령의 여성, 주부, 직장을 가진 여성, 학생, 부유한 사람, 빈곤한 사람등 사회족 배경이나 인종이 각각인 삶들-그 어떤 여성에 있어서도 해답은 똑같다. 그 여성들은 익명의 우울중독자모임의 단순한 프로그램에 의해 우울감에 사로잡히지 않은 삶을 유지하여 그중에서 지금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가치 있고 충만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발견한다.
'우울증환자'라는 단어는 귀에 거슬리는 말인지도 모른다. 우울증환자는 의지가 박약한 사람이라든가 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우울증 증상 그 자체(물론 그것으로 받는 영향이 대단하다고 해도)는 건강의 문제다. 도덕이나 예절의 문제는 아니다. 우울증은 건강의 문제이다. 이것은 병이다.

이와 같은 정의는 그렇게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꽤 널리 알려져왔고,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우울증은 물론 병이겠지요'라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특정한 사람에게 향해졌을 경우, 예를 들어 직장동료, 주변사람, 또는 친구나 가족 그리고 자신의 입장이 되면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다. '어째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우울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을까?' '어떻게 나는 계속 우울해질까? 의지가 약한 걸까?''쓸모없는 인간'....(중략)

전환점이라는 것이 있다. 이 병의 이 단계에 이르러 처음으로 이 모임과 인연을 맺은 사람도 있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 병원침대나 시설을 거칠필요는 없다. 우울증이라고 하는 병의 내리막길로 가는 어느 지점에 있더라도 도움을 청하여 위로 올라와 자기의 문제를 직면하려는 열망을 가지기만 한다면 당신도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우울중독자 모임은 입회신청서에 서명을 할 필요도 없고, 가입비를 낼 필요도 없다. 치료과정을 예약 신청하듯이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거기에는 우울감으로부터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방법을 찾아내어 인생에서 받았던 상처를 회복해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을 뿐이다. 이 해방과 회복이라는 도구를 당신도 집어 드는 것이다.
처음으로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나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고 하는 푸근함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와서.... 거기에는 공감과 이해가.... 무조건적인 사랑의 분위기가 ....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라고" 하는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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