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글이 대뜸 감사한다는 글이 되어버리네요.

그 동안 써야할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오늘 편지를 받고 글을 쓰기로 합니다.

 

애인과 사귄지 100일이 조금 넘었습니다.

기간은 짧은 것 같지만 그 밀도는 인생 어떤 기간, 어떤 순간보다 높은 것 같습니다.

이런게 흔히 말하는 사랑에 빠졌다라고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매일매일 하게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본 소설, 영화, 시, 음악을. 이게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한건가하는 생각도 요즘 많이 합니다.

 

남들 다 하는 그냥 그런 흔한 연애. 그런 연애가  하고 싶었는데

개인적인 이유로 힘들었습니다. 물론 연애를 안한것도 아니었지만...

 

육체적 이유(흔히 간성 intersex 라고 하죠.) 및 그로 인해 어릴 때부터 정상적인 연애와 결혼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왔었고, 그런 의미에서 모든 연애와 유사 감정들을 거리를 두려고 했었고, 남자와 여자를 번갈아가며 좋아하며 나는 뭐지 라는 생각을 했고

몇 번의 수술과 지속되는 치료에서 ,,,

수없이 짝사랑하고 스스로 접고, 사귈락말락 하다가 거리를 두어버리고

 

세상을 막 원망하고 그런건 아니었는데 스스로의 문제를 돌아보지 못하고 회피했었어요.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고 조금씩 제가 나아질 때쯤 지금의 애인을 만났습니다. 고맙게도 제 손을 선뜻 잡아주었고,

더 고맙게 저에게 많은 것들을 주고 있어요. 나이는 제가 많지만 저보다 훨씬 성숙한 아이에요.

무엇보다 정말 정말 예쁘고 귀엽고 상냥하고 똑똑하고 여유있고 따뜻한 사람입니다.

원래 옆에 누구 있으면 못 자는데 이 아이 옆에서 편하게 잘 수 있어서 좋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맨 살로 부딪히는 느낌이 참 좋다는 걸 처음 느껴보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서로를 무방비 상태에서 으스러지게 안아줄 수 있는 기쁨을 몰랐던 예전엔 대체 어떻게 살았던 걸까요?

 

사랑하는 사람이 저를 막 칭찬해주니까 괜히 제가 좀 대단한 사람이 된것 같은 기분도 좋습니다.

연애 안하면 자존감 없이 살기 딱 좋다던 교수님 말이 떠오릅니다.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려면 노력을 해야겠지요. 결혼이라는 법적 구속장치가 없이 줄곧 한 사람만을 사랑할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 같습니다.

아니, 꼭 그렇지 않더라도 언젠가 서로 함께 할 수 없어도 지금 이 순간 너무 좋으니까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

일단 못해본 것들을 하나하나 해보고 싶네요.

 

애인을 듀나게시판을 통해 알게 된거라, 게시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끄럽게 좀 적어봅니다.

듀게인들도 좋은 밤 되세요.

 

(ps : 커플신고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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