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나의 노래 이야기...

2011.05.09 17:40

엘케인 조회 수:1379

0.

영화낙서판이란 제목이 붙은 공간에, 일년에 영화 한 편 제대로 못 보는 사람이,

노래 이야기라뇨... 당연히 바낭인겁니다. 네.

그냥, 가끔씩 여기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오늘, 마침, 팀장님을 뺀 팀원 전원이 휴가/외근/연수원 등으로 자리를 비워서...

이링공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1.

국민학생 시절, 저는 조용한 아이었습니다.

워낙 시골에서 자라, 유치원 입학전까진 친구가 동생들밖에 없었고,

학교를 다닐때도, 눈에 띄지 않는 아이었습니다.

그냥 집에서 팔꿈치에 굳은 살 배길 정도로 책만 읽고,

말도 못해서 웅변학원을 다녀도(무려 읍내까지!!) 얼굴이 빨개지는 그런 시골소년...

 

그러다가 어떤 계기가 생겼습니다.

반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데, 앞에 나가서 '담다디'를 불렀습니다.

어떻게 그런 상황이 생겼는지는 기억이 안나요.

아무튼, 잠깐 동안이지만, 그 환호성(?)은 저 자신을 변화시켰어요.

친구도 많아지고...

"끼"라고 하는 것과 '내성적인 성격' 사이에서 십 수년을 갈등하게 한 시작이기도 했지요.

(요기에다가 담다디 영상이라도 넣으면 좋을텐데, 그게 안되네요. ㅎ)

 

나중에 노래방 시대가 열리고도, 담다디 만큼은 불러본 적이 없네요.

아무래도 인생의 전환점 같은 느낌이라

다시 부르면 내 자신에게 실망할 것도 같아요.

 

 

2.

뒷 이야기를 쓰다가, 시간상으로 맞지 않아 급하게 다시 올라왔습니다.

박남정의 '사루비아 꽃이 지는 이밤도' 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방금전까지 사루비아 꽃'잎'이 지는 이밤도... 라고 알고 있었네요)

국민학교 6학년... 나름 질풍노도의 초입이라고 생각하던 때였죠.

(실제 사춘기는 고등학생이 되서야...)

당시 여학생들 열에 아홉은 좋아했던 박남정...

남자애들은 당연히도 싫어했는데,

유독 저 노래만큼은 좋아했었지요.

아니지, 박남정은 싫어했는데, 그 노래와 춤은 싫어하지 않았죠.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을 보면, 어리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때는 다 큰 줄 알았죠.

 

'밤하늘의 별빛을 좋아하던 너

꽃잎지는 계절이 무척 싫다던 너

내 인생의 바다에 몰래 밀려와

송두리채 내 맘을 가져가 버린 사람'

 

멋지지 않나요?

별로 히트곡이지 않았음에도

저와 제 친구들(위 1번의 영향으로 생긴, 껄렁한 친구들...)이

'여름날의 추억'과 함께 제일 열심히 불러제꼈던 노래입니다.

 

실은 '여름날의 추억'을 더 좋아했는데

그 노래는 다들 좋아하던 거라 웬지 이야기를 꺼내기 쉽지 않네요. ㅎ

 

 

 

3

토토즐인가 젊음의 행진인가, 피날래를 '무한궤도'가 장식한 적이 있었지요.

지금도 기억이 나는게, 앞쪽 무대가 아니라 관객들 뒤쪽에(그러니까 영화관 맨 뒷좌석 위치에)

밴드가 위치해서 노래를 하는데,

'흐린 창문 사이로 하얗게 별이 뜨던 그 교실... 나는 기억해요 내 소년 시절에....'

뭐랄까 아직 그런 고민을 할 나이가 아니었음에도 공감이 팍팍되었습니다.

 

동네에 대학교를 간 형/누나들이 한 명도 없어서,

그저 대학생에 대한 동경같은 거일 수도 있어요.

아무튼, 그 때 이후로

'노래는 가사가 제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살게 되었습니다.

 

그 여파로 팝송을 싫어했고(알아들을 수 가 없잖아! 뭐 이러면서요)

좋아하는 가수 라인이

신해철-김현식-푸른하늘-공일오비-서태지-전람회-패닉-카라(응?)

이런 테크를 타게 되었죠.

 

 

 

4.

이거 그냥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글로 푸는게 정말 다르네요.

간단하게 맺고, 다음 기회에 또 글을 올려야겠네요.

 

요즘에는 제 별명이

'중화반점' 혹은 '홍콩반점'으로 불리웁니다. 후자는 '중화반점'을 잘 못 기억하시는 분들이지요.

 

이 노래는 사회생활 시작하고 알았어요.

현장 직원들과 회식을 하고 노래방에 갔는데, 분위기가 지루해지니

사수가 마이크를 잡고 저를 부르더군요. 같이 하자고.

(알고보니, 사수의 전 현장 쫄따구가 저랑 같은 연배이고, 두 분이서 자주 불렀다고 하더군요)

생판 들어보지도 못한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어라? 반응이 나쁘지 않았죠.

 

'닥광 꽁짜~ 양파 꽁짜~ 젓가락까지 꽁짜~

인심좋기로 소문난 우리 왕사장

소림사에서 설겆이 하던 주방장

번개배달 춘삼이 빠라빠라빠라밤

철가방이 나가신다~ 중화반점이 간다~'

 

뭐 요 부분에 율동정도 넣어주면 분위기 확~ 삽니다.

문제는...

입사하고 8년이 지나 9년차 직딩(직원의 1/3은 내 밑으로 가늠할 수 있는 위치)인데도

여전히 무슨 모임만 가면 저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거...

 

(최근에는 무슨 산 정상에서 저 노래를 부른 적이 있고요...

작년인가 재작년 송년회때는 대학로의 식당에서 무반주로 저 노래를.. ㅠ.ㅠ)

 

다른 노래를 부른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저 노래만 시킵디다.

저도 전현무 아나운서처럼 링딩동 다른 노래를 부르... 가 아니고

다른 사람들처럼 남들 노래에 박수치고 웃고 떠드는 거 좋아해요.

게다가 팔자에도 없는 사회까지 보라고 하시면... ㅠ.ㅠ

 

 

 

5.

몇년동안 앨범을 안 사고, 그냥 옛날 노래만 듣다가

무한걸스 '상상' 음원부터는 돈을 내고 음악을 사서 듣습니다. 아주아주 적은 량이지만요.

슈스케2와 놀러와 세시봉 편, 그보다 이전의 라디오스타 & 라라라, 그리고 이번 위탄...

끝판왕 나가수까지...

지갑이 줄줄 새지만, 너무너무 좋습니다.

요즘 표현으로 '귀가 호강'하고 있죠.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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