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블랙데이날 듀게에 올라온 글 보고 짜장쟁패를 계획했었죠.

여러 짜장면 맛집을 추천해주셨지만, 제 멋대로 4개 콕 집어서 4대짜장쟁패라 이름하고, 어제부로 완수했습니다. ㅎㅎㅎ

블로그에 올린 글 가져와볼께요. 좀 호들갑스럽긴 합니다만, 어쨌든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어투가 편한 건 양해부탁드리구요.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기에 태클은 안받겠습니다. ㅎㅎ 그냥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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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한달 스스로에게 부과한 미션인 서울시내 짜장쟁패를 어제부로 완수했다.
남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단지 짜장 한그릇을 먹기위해 먼거리를 오가야함은 때로 큰 용기와 인내를 요구했다.
그럼에도 내가 꿈꾸고 소망했던 짜장의 이상향(理想鄕)을 경험할 수 있었기에 보람찬 시간이었다 말할 수 있다.

 

 
(사진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명동 '개화', 청량리 '홍릉각', 광나루 '장순루', 효창공원 '신성각')

명동 '개화' - 지극히 평범하고, 익숙한 맛이다. 면발도 짜장도 무난한 느낌이다. 동네 중국집보다는 가는 면발과 점도높은 장이 기억나지만, 굳이 짜장면을 먹기위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많지 않아보인다. 식사 후 나오면서 조금 느끼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청량리 '홍릉각' - 단연코 서울시내 짜장 지존이다. 나의 일평생은 오로지 홍릉각의 짜장면을 만나기위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해도 부족함이 없다. 면발은 혀안에서 춤을 추고, 잘 볶아진 짜장은 담백하게 짬쪼름하다. 양파를 매우매우 듬뿍 썰어 볶은 짜장임을 처음 입에 한입 담는 순간 느낄 수 있으며, 춘장을 오래볶은 듯 참으로 고소한 뒷맛이 일품이다. 일단 조미료를 하나도 안넣은 탓에 다 먹고나도 속이 전혀 거북하질 않고, 한그릇 더 먹고 싶어진다. 탕수육은 그냥 평범한 수준. 찾아가는 길이 조금 까다롭고, 테이블이 대여섯개 뿐이라 좌석수가 지극히 협소하다. 허나 진정으로 자주 찾고 싶은 4대짜장쟁패의 甲이라 할 수 있다. 

광나루 '장순루' - 내 기준엔 별로였다.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짜장맛이다. 일품요리는 꽤 유명한 듯 호평이 많더라. 4곳 중 가장 사람이 많고, 정신없었다.

효창공원 '신성각' - '홍릉각'과 더불어 이번 쟁패의 또하나의 발견이라 할 만한 곳이다. 수타로 뽑아낸 면발부터가 새하얀 색으로 보는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평생 먹어본 적 없는 듯한 심심한 짜장의 첫 맛이 인상깊다. 조미료를 단 한스푼도 섞지 않은 담백한 맛은 처음 우래옥의 냉면을 먹었을 때의 충격과 흡사하다. 익숙한 짜장맛이 아닌 탓에 처음 1분간은 거부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나, 그 은근한 맛은 금새 익숙해지고, 짜장을 다 먹을 때즈음엔 내가 오늘 참 괜찮은 짜장면을 먹었다는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게 된다. 그야말로 70-80년대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이 먹던 짜장맛이 이게 아니었을까 싶은 맛이다. 독특했던 탕수육 역시 무척 만족스러웠다. 가계가 무진장 협소하며,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해있다. 처음 갔을 때 보다는 두번째, 세번째 찾았을 때 더 맛있을 듯한 짜장면이었다.


총평 
평소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면 절반 이후부터는 느끼해서 남기곤 한다. 과도한 조미료탓인지, 카라멜 색소 탓인지는 모르지만, 뒷맛이 개운하지 않고, 식사 후 속이 한동안 불편한 탓에 언젠가부터 짜장면을 피하곤 했다. 실상 짜장면이란 일상적인 음식 안에서 특별함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발상이지만, 조미료가 완벽히 배제된 짜장면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충분히 찾아가 먹어 볼 가치가 있었다. 

높은 평가를 받은 두곳은 모두 가계 규모가 지극히 협소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좌석이 50석을 넘어서는 대형 중국음식점의 경우, 밀려드는 손님과 일품요리 위주의 메뉴 탓에 단품 요리 하나하나에 신경쓰기 힘들다는 점은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어쨌듯 누군가 내게 짜장면도 예술일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청량리 어느 외진 골목길의 '홍릉각'을 찾아가보라고 답하고 싶다.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시면 꼭 함께 가서 식사하고 싶은 곳이다. 맛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내 입맛은 홍릉각에 완벽히 반했다. 나이 지긋하시던 주방장님 무병장수+만수무강+백년해로 하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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