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연휴일기...

2011.05.10 16:58

클로버 조회 수:1560

주말을 포함해서 이틀 모두 휴가를 쓰고 6일간 연휴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계획이 있었지만 다 무산되고 진짜 땅바닥 긁으면서 다리 근육이 사라질 정도로 뒹굴었는데요.
평소에 집에서 뒹굴면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키던 부모님도 웬일로 절 자유롭게 둬 주셔서 제대로 쉬었어요.
정신없이 살다가 몇일을 뒹굴거리면서 느낀 몇 가지 이야기예요.

1.
집에 있으면 살쪄요.

집에 있으면 드라마 정주행을 하면서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다가 잠들고
그러다 일어나면 밥시간이라 밥먹고 또 방에 와서 뒹굴고를 반복했어요.(아... 책도 좀 봤군요)

밖에 있을 때에는 무언가라도 생산적인 일을 했고 손을 움직이거나 머리를 굴렸기 때문에
그리고 누군가랑 대화할 일이 중간중간 생기니까 심심함을 못느꼈는데
집에서는 심심함을 때우기 위해 이것저것 계속 먹게 되더라고요.
손도 심심 입도 심심...

전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인간이구나. 하는걸 이번에 느꼈어요.
그동안 열심히 뺀 살을 도로 다 찌우고는 죄책감을 느끼면서 밤에 운동을 다녀오는 걸로 자기 만족을 하고
다음날 또 먹고를 반복했으니까요.


2.
휴식이란 좋은거예요.

게시판 어딘가에 자도 자도 졸리다는 글이 있었죠.
그 글을 봤을 때 저도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자고 또 자고를 반복하고 있었어요.
(하루에 18시간 자고 6시간 밥 먹고 운동만 했는데 그 담날도 또 졸리더라고요. 워워....)

회사가 바쁘기도 했고 책임감도 느꼈어서 그동안 퇴근시간이나 휴일을 별로 챙기지 않고 일을 했더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는데 이만큼 쉬었으니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쉴 수 있었어요.
애인님이랑 약속이 죄다 캔슬된게 속상하긴 했지만, 그래서 나름 제겐 좋은 시간이었어요.

마치 방학을 보내거나 이직하면서 중간에 백수 생활을 한 것 처럼 기운이 났어요.
내일부터 다시 회사에 충실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비가 오는데도 마음이 산뜻해요.

다른 사람들은 휴일 내내 근무를 했는데 의식적으로 일을 잊고 차라리 나중에 왕창 쌓인 일에 파묻히자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휴일이 끝나는 지금 생각하면 이렇게 기운을 얻은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달 중순부터 엄청 바빠질 예정이었는데 사실 이전 상태였으면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굉장히 처져 있었을테니까요.
억지로라도 주기적으로 사람에게 휴식은 꼭 필요해요.
몸도 마음도 감성도.


3.
연락두절의 애인에 대해...

어릴때에는 연락을 하네 마네 같은 걸로 애정도를 판단했던것 같아요. 많이 싸우고, 실망하고요.
이제야 느끼는 거지만 연락을 얼마나 자주 하느냐가 애정을 보여주는 것은 아닌것 같아요.
물론,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긴 하죠. 하지만 사람 마다의 성향의 문제일때도 많더군요.
애정의 크기와 성향. 이 두가지를 함께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상대방이 자주 연락하지 않는것에 익숙해진 상태고, 누군가를 신경쓰는 습관이 없다고 한다면
이미 익숙해진 습관을 바꾸는건 쉽지 않죠. 
그건 애정이 부족해~ 라는 이유가 아니라, 두사람의 성향이 맞지 않아~! 라는 이유로 헤어질 수도 있는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흔히 말하는 성격차이 말입니다....)
물론, 바꾸려고 노력하는게 먼저겠죠. 어느쪽이든.

평소 아님 만났을 때, 상대방으로 부터 충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면 연락을 자주 하네 마네 같은 문제로 의심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연 이건 휴일이랑 상관 없는 이야기일까요?


4.
편지는 날짜를 써야해요.

너무 심심해서 뒹굴면서, 예전에 썼던 다이어리와 받은 편지 등등을 정리했어요.
치워버린게 아니라 상자에 고이고이 담아두려는 목적이었는데 그런 것들을 정리할 땐 꼭 한번씩 읽어보게 되잖아요.
아쉬운 건 중간 중간 날짜가 없는 편지들이 발견될 때예요.
오래 알아온 친구로 부터 온 편진데, 요즘 우리가 이랬지 저랬지... 하는 기록들이
날짜 없이 적혀 있으면 언제였더라 끙끙거리다가 말게 되더라고요.

물론 기억력이 좋다면 상관 없겠지만
누군가에게 편지를 쓸 때에는 날짜를 꼭 쓰는 것이, 편지를 쓰는 한순간이 아니라 오래 남는 추억이 될 수 있어요.

사족이지만. 옛날 기록을 읽는건 참 재밌더라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83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685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7005
101000 여러 가지 - 먹어야산다님 감사 / 홈페이지를 열었습니다 / 이순신 장군님 드립 / 쿠키를 구웠습니다. [13] 루이와 오귀스트 2011.05.10 2686
100999 오늘 새벽 인천공항이 북새통을 이룬 까닭 [15] amenic 2011.05.10 5939
» [바낭] 연휴일기... [3] 클로버 2011.05.10 1560
100997 네스프레소 드시는 분들,어떻게 해드시나요? [5] 주근깨 2011.05.10 3307
100996 조언 부탁드립니다 내일은권태 2011.05.10 1182
100995 여러 가지... [10] DJUNA 2011.05.10 2959
100994 웃기는 숙박업소 이름(19금) [18] 가끔영화 2011.05.10 6731
100993 은행은 실적압박 받는다는데 그게 뭔가요? [13] 물망초 2011.05.10 4556
100992 소스 코드 (스포일러 재중) 스위트블랙 2011.05.10 1291
100991 X-레이 눈을 가진 사나이 [6] 폴라포 2011.05.10 2545
100990 이마트 모듬전 드셔본 분 계신가요? [7] 여은성 2011.05.10 3423
100989 고기 주세요 흑흑 [3] 데메킨 2011.05.10 1639
100988 패션업계의 외래어 남용 유감 [30] amenic 2011.05.10 5093
100987 [느슨한 독서모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14] 레옴 2011.05.10 2427
100986 토르, 소스코드, 써니 감상 [2] 슈크림 2011.05.10 2308
100985 [듀나인] 이사한집 후황에서 냄새가 나는데요. [4] dong 2011.05.10 3456
100984 이번에 7위한 BMK '그대 내게 다시' 들을수록 빠져들지 않나요? [19] 프레데릭 2011.05.10 2886
100983 술취한 사람의 시비. [9] 어쩌란말야 2011.05.10 2666
100982 아이패드2로 쓰는 게시물 [9] DJUNA 2011.05.10 2474
100981 늦은자의 변명 중 甲 [13] 자두맛사탕 2011.05.10 3450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