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하나,

2011.05.13 00:39

아름다운생선 조회 수:1037

   이탈
               - 이장욱

조그만 나사는 천천히 회전한다.
한 바퀴를 돌아가는 아주 오랜 동안
구멍 깊은 곳으로 그가 빠져나간 만큼 바람 든다.
안 보이는 그곳을 메우기 위해
사기그릇이 놓인 선반은 느리게 기울어진다.
너를 보내고 돌아오면서 나는
시속 일백 킬로로 질주하는 택시 안에 있었다.
나는 밤하늘을 바라보았지만
추락에 대해 상상하는 별들은 없었다.
별 하나가 보이지 않게 궤도를 바꾸는 순간
실내의 난은 무거워진 몸을 낮춘다.
소파에 누운 네 몸의 빈 곳으로
잠은 별빛처럼 스며든다.
하지만 모든 것은
약간의 이동일 뿐이니까.
그것은 술을 마시며 네가 한 말이었다.
붉고 긴 선들이 사 차선 거리 저편으로 사라진다.
내가 밤하늘의 시선으로 나의 질주를 바라보자
사기그릇이 놓인 선반은
어떤 추락에 대해 상상한다.
조그만 나사는 천천히 회전한다.
구멍 깊은 곳으로 천천히 바람은 든다.
밤거리의 저편으로 나는
조금씩 기울어진다.
 

---
오늘은 이 시가 맺히더라고요. 하지만 모든 것은 약간의 이동일 뿐이니까.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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