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3 02:35
써니
황해가 추격자를 만든것을 발판으로 한 나홍진감독의 야심작이었다면 이 영화는
과속스캔들을 발판으로 한 강형철감독의 야심작입니다.
일단 남자감독이 남자주인공없이 주요여자캐릭터만 13명이 나오는 영화를 한다는 기획
자체가 굉장한 야심이지요
대다수 감독들의 인터뷰에서 보듯 감독들이 자신의 영화를 기획하는 경우 주로 어떠 이미지 몇개를
떠올리고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에서도 두 장면정도가 그런 느낌입니다.
터치바이터치 장면하고 마지막 써니 장면이겠죠
뻔하지만 안정적이고 재밌는 스토리텔링을 갖고있는 이 영화가 한국영화계에서 흔치않은 성취도를
보여주는 건 사실입니다만 역시 야심작답게 흥행스코어가 그렇게까지 좋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머리속으로 떠올린 영화는 친구인테 별로 연관지으시는 분들은 없는 것 같더군요
제가 비슷한 느낌으로 생각한 건 불량한 아이들의 세계에 끼어들어 인정받고 싶은 모범생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영화 품행제로는 그런면에서 좀 다르죠, 그 영화는 불량한 아이가 주인공인 이야기니까요
물론 친구의 남자불량아들과 써니의 여자불량아들 사이의 갭은 상당히 큽니다만 그건
영화를 만들 감독들의 연령과 주인공의 성별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부분이겠죠
그런 느낌으로 영화를 보다보니 저는 영화가 뭔지 모르게 약간 불편하더군요
친구를 볼 때도 느꼈던 감정인데 뭐 도대체 재네들이 친구는 친구인건가 하는 그런 느낌인거죠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영화 친구에서 서태화의 친구는 사실상 유오성뿐이죠, 근데 유오성이 짱이니까 그냥 다 친구하는거고
이 영화에서 유호정의 친구도 사실 강소라뿐이죠, 역시 강소라가 짱이니까 그냥 다 친구하는 거고
그런데 우정 어쩌고 하는게 아무리 영화지만 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할까요
잠깐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 하나 해 보자면 저는 정말 한국영화계에 특히 만연한
불량아가 되고싶었던 어린 모범생컴플렉스가 정말 싫어요
엣날 운동권의 하방컴플렉스와 비슷한 건가요
물론 역사적으로 모든 지식인들은 다 이런 컴플렉스를 느끼긴 했지만 한국영화에 나오는 이런 캐릭터들은
희랍인 조르바에 나오는 캐릭터처럼 스스로에 대해서 자각하고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동경이지
노골적으로 애기하면 친구의 전설적인 장면처럼 불량친구집에서 불량여자애랑 한 번 하고싶은 그런 동경이겠죠
저는 학창시절 모범생이긴 했지만 굉장히 가난했기 때문에 주변에 불량한 애들로 가득했죠
다행이 집안은 꽤 화목했어요, 부모님 모두 좋으신 분들이고 다들 열심히 사셨죠
하지만 역시 가난은 속일 수 없어 아이들 교육은 거의 자유방임셨죠
그러니 저 역시 모범생 주제에 불량한 애들하고 지지리 붙어다녔지만 좋은 기억은 거의 없어요
우정, 왜 이러십니까? 가난앞에 우정같은 건 없어요
여자, 왜 이러십니까? 가난앞에 여자는 안 붙어요
그냥 술먹고 담배피고 당구치고 기타치고 본드불고 삥뜯고 화투치고 여행가고 그렇게 그냥 같이 놀기만 하는거지
저만의 특이한 경우일수도 있겠지만 졸업하고 불량한 아이들중 성공한 아이를 본 적도 없어요
다 그렇게 되기 싫다고 하던 자기들 엄마아빠처럼 살고있지요
그렇다고 뭐 제가 MB처럼 가난에 안주하면 인생의 실패자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만
스스로에 대해 자기반성과 성찰은 하되 동경하지는 말자 뭐 이런겁니다.
각설하고 영화는
무척 좋았습니다.
완성도 면에서 흠잡을만한 데가 없어요,
배우들도 어린배우들은 다 사랑스럽고 어른배우들은도 진희경하고 고수희, 유호정 트리오는 좋았어요
이연경(맞나요? 그 똑똑한 퀴즈달인 아줌마)씨하고 김선경씨는 좀 대사느낌이 튀어서 어색했지만
워낙 어린배우쪽들이 구어체느낌의 대사들로 분위기를 업해놔서 상대적으로 좀 더 그런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80년대를 따뜻하게 그려내려고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문화예술인 특히 영화인들이 과거사에 대해 차가운 진보쪽 느낌이 편중된 감이 컸는데 이 영화는 따뜻한 보수의
느낌이었습니다 . 이런 관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정적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관점의 영화도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정적일수는 없겠죠, 뭐든지 중요한 건 균형 아니겠습니까
상대적으로 70년대에 비하면 80년대는 긍정적으로 볼만한 느낌이 크죠 비록 그 시작은 엄청난 비극으로 시작됬지만요
자 앞으로 나올 90년대를 다룰 영화는 과연 어떨런지 궁금합니다.
앞에 이야기한 제 어릴적 이야기와 모순되는 면은 있지만 제가 보고싶은 과거의 그 시절을 다룬 영화는
영화를 본 다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그런 영화입니다.
저도 그럼 영화를 본 후 같이 놀기만 한 어릴적 친구에게 문득 안부전화를 걸수도 있을 것 같네요
2011.05.13 09:29
2011.05.13 10:18
2011.05.13 12:03
친구는 안 봐서 모르겠지만, 보통 여자애들이 친구 사귀는 기본 패턴 아닌가요? 원래 날뛰는 말같이 복도를 질주하는 여고시절에는 친구의 친구가 내 친구 되고 그러다 예전 친구보다 더 친해지고 이런 건 다반사에요. 별로 현실성 없게 느껴지진 않던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