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듀게에도 몇 번 올라왔겠지만 뭇 남성들의 심금을 울린 '다윗의 막장'의 '세상에 너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를 첨부합니다. 이 글에 딱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될거 같아요. 이 노래의 백미는 맨 마지막 가사입니다. '비록 먹고 버린 초콜렛이라도 여자가 준거라면 나도 먹겠다'는 의지가 담긴 웃기면서 찌질하면서 안타까우면서 급기야는 슬프기까지한 가사입니다.

이렇게 능력있고 센스도 있고 유머러스하며 생긴 것도 멀끔한 친구들이 어떤 여성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면 저같이 상태가 안좋은 경우는 더 말할 필요없겠지요. 저까지 순번이 돌아올리 없습니다. 이들이 안된다면.




2. 제 눈에 안경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남들한테는 별로인데 자기한테만 마음에 쏙 드는 짝이 있다는 말이죠. 그런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합니다. 천하의 놈팽이인 저와 제 친구가 학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여학생들을 구경하는 겁니다. 제가 지나가는 한 아가씨를 가리키며, "저 분은 참 아름다우신 것이 한 떨기 매화 같구나"라고 말합니다(물론 이렇게 점잖고 낭만적으로 말하진 않습니다. 내용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반응은 시큰둥하군요. 별로인가 봅니다. 그러다가 그 친구가 다른 아가씨를 가리키며 "저 분이야 말로 선녀가 이 땅에 내려온 모습이라 할만하지 않은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예쁜 분인지. 물론 서로가 맞장구를 치며 한 분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혹은 서로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고요.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고 할 때, 개별자로서의 남성 한사람 한사람이 객관적으로 예쁘다고 여겨지는 모든 여성을 좋아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김태희도 별로라는 남자분들 많지 않습니까.(저도 김태희보다는 효성이가..)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기 눈에 예뻐보이는 이성을 좋아합니다. 이와 관련해 취향이 특이하다는 비아냥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분명히 이런건 있습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좋아하는 외모가 있습니다. 혹은 몇몇 사람들만 좋아하는 외모가 있고, 거의 선호되지 않는 유형의 외모도 있습니다. 사실 이건 이성의 외모 뿐 아니라 모든 취향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틀즈를 좋아한다고 해서, 예를 들어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나 미쉘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그 노래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며 또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지만 매우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선호되는 취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비틀즈가 반드시 그 소수의 취향보다 뛰어나다거나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죠. 객관적인 우월성이 존재하든지 말든지, 다수가 선호하는 취향이 있으며 소수에게만 선호되는 취향이 있습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선호되지 않는 취향이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3. 렌즈맨님의 글을 읽으면서, 나도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도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훨씬 마음편하게 살 수 있을거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반례로 생각할 수 있는 경우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 말인 즉 저는 제 주위에 아무런 경제적 능력이 없는데도 연애는 잘만하는 남성들의 경우를 너무 많이 알고 있습니다. 물론 돈 많고 능력 좋아서 연애 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돈없고 능력없는데 연애 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친구들의 경우인데 사실 외모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경제 사정으로 보나 뭘로 봐도 별 볼일 없는데 연애에 성공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제가 대표적으로 외모나 능력이나 경제 사정이나 별볼일 없는데 유유상종이라고 제 친구들이 저랑 비슷합니다. 하여튼 그래서 서로를 위로해주며 이 풍진 세상을 함께 헤쳐나가는 와중이었는데, (감정이 좀 격해지네요. 제 친구이니 막말 좀 하겠습니다) 아 이 썅노무시키가 지 혼자 연애를 하고 앉아있는 겁니다. 저는 화가나고 열불이나고 배알이 꼴려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세상에 나와 이렇게 아무 결실을 보지 못하고 떠나지만 너만은 꼭 만세토록 자손을 남기며 잘먹고 잘살아라라고 축복을 해줬어야 하는데, 제가 고매한 인품의 소유자였다면 그랬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악취가 나는 인격의 소유자라 그러지 못하고 같이 못났는데 그 놈만 연애를 하는 꼴이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그 친구와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있는 자리에서 그 샹노무시키의 여자친구에게, 너는 왜 얘를 좋아하냐라고 물어보기에 이르렀습니다. 다들 한참 술을 많이 마신 자리였는데 그 친구의 여자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친구가 찌질해서 좋답니다. 외로우면 땅파고 앉아있는 것도 좋고 자기가 연락 안하면 삐져서 모른척 하는 것도 좋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 친구가 못나서 좋다는거였습니다. 세상에 이런 여자분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릅니다. 제가 알바도 아니고요. 하지만 모든 여성들이 특정한 조건의 남성만을 선호한다고 말하기엔, 우리가 만나본 표본의 숫자가 너무 적습니다.





4. 술을 많이 마셨으니 이제는 진상을 부릴 차례죠. 그 친구 커플과 어울린 자리에서 나도 찌질하고 땅파고 잘 삐지고, 하여튼 못난걸로 치면 저 놈 못지 않은데, 아니 정도로 따지면 내가 훨씬 중증인데 왜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냐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깽판을 쳤습니다. 니들이 나한테 소개팅 안시켜주면 너흰 사람도 아니라고 차마 사람으로서는 하지 못할 협박과 강요를 서슴치 않으며 (죄송합니다. 많이 마셔서 그랬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민망한 진상을 부렸습니다.(근데도 소개팅 안해준 얘들도 참 대단합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과연 몰랐을까요? 혹은 제가 모르고 있었을까요? 제 친구는 마음에 드는 연애 상대를 만나서 잘 사귀는데 저는 그러지 못하는 이유를, 모르고들 있었을까요? 물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뼈져리게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지 제가 성적 매력이 없기 때문입니다.(여기서 성적 매력이란 시험 성적이 아니라 sexual attraction입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시험 성적도 좋지 않습니다.) 언어로 기술하면 똑같이 찌질한 행동일 경우에도, 어떤 사람이 하면 매력이 있는데 다른 사람이 하면 재수만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 물론 이것도 위에서 말한 취향의 사례처럼 그 매력을 판단하는 사람의 주관에 달려있는 문제이긴 하죠. 이 성적 매력에 해당하는 항목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외모, 성격, 재산, 능력, 지성, 개그센스, 이성을 대하는 적극성, 허둥대는 성격, 웃을 때 눈가에 살짝 접히는 주름 등 하여튼 무궁무진하게 많은 것들이 어떤 특정한 사람에게는 매력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편의상 강동원을 성적 매력의 결정체라고 칩시다. 강동원은 그 완벽한 외모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분에서 타고난 매력을 발산하는 나머지 그를 대하는 모든 이성(경우에 따라서는 동성)들이 특정한 시기가 되면 강동원에게 연애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가정합시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단지 제가 하려고 했던 말은 그 성적 매력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물론 이런 사람은 매우 소수겠죠.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가지의 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임의의 두 사람이 서로의 성적 매력에 이끌리게 된다면 그 둘이 연애에 성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배운 여러 수학공식이나 형식화들 중에 우리가 사는 세계를 설명해주는 거의 진리에 가까운 모형이 있는데 그것들 중 하나가 바로 평균 분포표입니다. 만약 수능 난이도가 제대로 조절이 되었다면 우리는 수능 성적이 평균 분포표에 따라 분산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혹은 대한민국 20세 이상 국민들의 평균 키라든지, 몸무게라든지 도시 봉급자들의 평균 급여라든지, 하여튼 매우 많은 통계 분야에서 우리는 평균 분포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성적 매력이라는 분야에서도 우리는 평균 분포표를 만날 수 있을겁니다. 제가 가정한 강동원같이 성적 매력을 매우 다수 보유한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요새 엄친아라고들 많이 얘기를 하는데 저는 성적 매력의 평균 분포표에서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바로 엄친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들의 숫자는 소수죠. 평균분포표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가운데 종모양의 부분에 분포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가지 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고 그걸 밑천 삼아 연애에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 할겁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0%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아무런 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매우 정말 진짜 안타깝게도 저같은 사람이 거기에 속합니다. 제가 방금 생각해낸 단어인데 '엄포아-엄마도 포기한 아들'정도가 되겠군요. 하여튼 지는 한다고 하는데 그게 이성들에게는 전혀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존재합니다. 저는 거울만 보면 그 친구를 만난답니다.


하여튼 이 경우, 이 친구가 연애에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그 친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 다른 여러 사람들의 잘못도 아닙니다. 뭔가 엄청 억울한 사람은 존재하지만 그 억울함을 보상하거나 책임져야 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겁니다. 그냥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은 겁니다. 아니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도 않는데 그 사람과 사귀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다. 그건 그거대로 그 사람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만행위입니다. 그건 이 안타까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권장될 수 있을 만한 방법은 결코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세상이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으니 어떻게라도 그걸 인정하고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하는겁니다.





5. 세상에 나를 좋아하는 여자가, 우리 엄마 빼고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그 즉시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건 아닙니다. 머리는 그것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도, 가슴은 그것을 포기하지 못하는 열망이 사랑 말고도 우리 주위에는 많습니다. 누군가와 따뜻한 관계를 지속하고, 지금 이 순간 내 안부에 대해 궁금해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며 흐뭇해 하는 것은, 어떤 사람은 그러한 열망에 사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도, 정작 나 자신에게는 잘 포기되지 않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일수록 너 자신을 알라며 스스로를 각성시키고 안될꺼야 안생겨요를 기도문처럼 외우며 나 자신을 다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만이 이 험한 세상을 행복하게 살게 하진 못해도, 덜 불행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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