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5.14 04:24
속물이니 진화심리학이니 떡밥이 흥하는 것을 보니, 생각난 또 다른 떡밥이 있네요. 바로 매춘입니다. 공식적으로 매춘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라는 공감대는 보편적이라고 봐도 무방한 듯 하나, 듀게를 비롯한 진보적이고 교양적인 곳에서는 혐오하는 수준이고, 꼴통 마초들 사이에선 즐거운 소재고, 뭐 그런 걸로 압니다. 사실 매춘을 옹호하는 관점에서 남성들이 많이 사용하는 논리 역시 일종의 진화 심리학 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루에 몇 억개의 정자를 생상해서 뿌려대도록 설계된 남성과. 한달에 하나의 난자에 임신하면 꼼짝없이 10개월 굴레 갇히는 여성의 성욕은 같을 수가 없단거지요. 남자들끼리 하는 흔한 농담 중에 "데리고 사는 김태희보다 오늘 첨 만난 신봉선하고의 섹스가 더 흥분된다."류의 얘기가 많습니다. 지인 한 분은 소 얘기를 항상 하는데, 숫소는 한 번 짝짓기한 암소는 절대 거들떠 보질 않는 답니다. 남자라는 존재가 근본적으로 다양한 상대와의 섹스를 추구할 수 밖에 없도록 설계되었기에, 사회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이 매춘이라는 거지요. 대부분의 매춘이 남성이 구매자인 구조를 가지는 것이 권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다기 보다는 본능이라는 설명입니다. 여자도 남자와 바를 바 없이 성욕을 가지고 있으나 그 표현에 대해 사회적으로 억압받아 왔기에 남자들만 맘껏 누린다는 여성들의 이야기와는 다른 설명이죠. 전 남성으로 태어나 살아온지라. 남자들의 그 대책없는 성욕이 얼마나 강력하고, 처절한지는 뼈져리게 느껴봤습니다만, 여자가 되어보지 않은 이상 비교를 해볼 수는 없겠죠. 사실 남자들에게서 성욕을 일정부분 제거한다면, 인류의 성과는 훨씬 더 컸을 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끓어오르는 성욕을 주체못해 귀한 시간과 열정을 엉뚱한데 낭비하는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의 사례를 보면 그래요. 오히려 이런 면에서는 여성들이 훨씬 생산적인 듯 합니다. 여튼, 섹스에 대한 남자들의 적극적인 성향과 여성들의 수비적인 성향에서 보이는 차이는 사회문화,권력 차원 보다는 좀 더 근본적이고 동물적인 배경이 있지않나 생각해 봅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도 한 번 매춘 떡밥을 던진 적 있었는데, 행여 오해는 말아주세요. 이런 이야기를 차분하게 할 수 있는 제가 아는 공간이 듀게 밖에 없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2011.05.14 04:53
2011.05.14 05:20
2011.05.14 05:26
2011.05.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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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4 12:34
2011.05.14 14:08
2011.05.14 14:24
아마 매춘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주장을 펼치는 분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논의를 전개할 것 같습니다. (1)진화심리학에 의하면 남성이 성욕이 더 강하다. (2) 그러므로 남성들의 매춘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야 한다. 그런데 (1)이 참이라고 해서 (2)가 따라나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1)에서 (2)를 도출하려는 시도가 일종의 자연주의의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예를 들어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강간유전자를 지닌 수컷 개체가 영장류 전반에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 유전자가 진화의 전개 과정에서 분명 이 유전자를 지닌 개체의 번식에 일정부분 공헌한다는 점도 과학적으로 연구된 사실입니다. 인간도 영장류죠. 인간 중에서도 어떤 유전자를 가진 수컷, 즉 남성 개체들은 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걸 사실의 차원에서 밝혀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서, 그 유전자를 가진 남성들에게 강간을 허용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한 개체들에 한에서 관련된 성향을 확인할 수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걸 안한다고 그 개체가 죽는 것도 아니고 생존과 관련된 커다란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강간을 금하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더 크고 견고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사실이 있더라도 그 사실을 정당화하는 규범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매춘의 문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사회적 공감대와 윤리관의 차이일텐데요, 분명 어느 문화나 사회권에서는 매춘이 합법적으로 용인되는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니고요. 그런데 매춘이 용인되는 사회와 우리 사회가 남성들의 섹스에 관한 유전적 성향이 많은 차이를 보여서 그러한 인식의 차이가 발생한거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규범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생물학적인 사실보다는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